북한군 입장에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어떤 의미[이현호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6. 4. 1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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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유연성, 주한미군 역량 강화”
“작전 범위 넓혀 철수 더욱 요원해져”
“한반도 밖 무력 전쟁에 한반도 연루”
20년간 주한미군 전력 이동 위협 규정
완성된 연합부교를 이용하여 한미 연합군의 기계화부대가 도하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육군

미국과 이란 전쟁이 장기화 조짐에 따른 패트리엇·사드 등 주한미군 전력의 중동 반출을 두고 일각에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조치로 방어망에 공백이 생기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칫 대북 확장 억제가 약화되거나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우리 의견대로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지만 대북 억지 전략에 장애가 생기지 않고 우려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국회에서 “주요 자산에는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주한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어떻게 바라볼까. 북한의 관영매체는 전략적 유연성이 주한미군의 역량을 감소하기보다 증가시키는 것으로 다용도화 또는 다각화하여 전략적 효율성을 최적화하려는 시도로서 북한에 더 위협이 된다는 인식의 보도가 많았다고 분석이 나왔다.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KIDA) 한반도안보연구실장은 최근 발표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북한의 관점’ 보고서에서 북한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주한미군의 이동이 북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북한은 오히려 더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2005년부터 2025년까지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단어가 제목이나 본문에 언급된 북한 관영매체 보도문 25편을 장기 추적해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는 북한은 전략적 유연성을 ‘직접적인 위협’으로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은 주한미군 이동을 ‘전력이 빠진다’는 것과 보다 ‘전력이 더 유연해진다’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봤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냉전 체제 종식 및 9·11 테러 대응 전략을 새로 짜면서 처음 제시된 개념이다. 전 세계 미군을 ‘고정군’에서 ‘기동군’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역할도 한반도에 한정되지 않고 인도태평양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군사적 전략의 전환을 제시한 셈이다.

한미연합 도하훈련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부교를 건넌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보고서는 북한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크게 세 가지 측면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봤다. 우선 북한은 전략적 유연성이 주한미군의 역량이 감소하거나 북한에 대한 위협이 약화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주한미군을 다용도화 또는 다각화해 전략적 효율성을 최적화하려는 시도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에서 미군이 한반도 바깥으로 동원되는 것뿐만 아니라 한반도 유사시 다른 지역의 미군 전력이 한반도에 투입되는 것도 더 쉬워 북한은 이 같은 기조가 (북한 겨냥) 무력 사용이 더 쉬워질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방공자산이 중동으로 유출돼도 북한이 한국의 공격 기회로 여길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둘째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것으로 북한은 정전 체제 이래 계속 주장해왔던 주한미군 철수와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즉 북한 입장에선 철수해야 할 주한미군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작전 범위를 넓혀 철수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북한은 전략적 유연성으로 한반도 밖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한반도가 연루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한국이 미국의 전쟁에 참전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지역과 한반도의 안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북한은 ‘반출’보다 ‘반입’을 더 경계한다고 봤다. 유사시 다른 지역 미군이 한반도로 투입될 수 있는 더 위협적인 의미로 해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북한은 주한미군 전력 이동을 ‘기회’로 보기보다 ‘위협’으로 규정하는 인식을 20년간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우리의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어 북한의 오판 가능성을 시나리오에서 제외하거나 위협 평가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전략의 혜택을 보려면 더욱 열린 자세로 어느 수준까지 유연성을 허용할지에 대한 절차와 기준을 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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