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기업 직원 ‘되팔이’로 돈 벌다 피소···직장인 ‘인기 투잡 리셀’ 법적 문제 없나

김태욱 기자 2026. 4. 16. 06: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묶음 제품 저렴하게 산 뒤 1개씩 되팔아 차익
건강보조식품 대표, 주문 반려하다 결국 고소
최근 ‘리셀 부업’ 인기에 법적 분쟁도 증가세
‘100% 정품’ 등 표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지
중부발전, 해당 직원 겸직금지위반 감사 착수
유튜브 등 온라인에 15일 ‘리셀 부업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등의 영상이 게시돼 있다. 포털사이트 구글 검색 갈무리

현직 공기업 직원이 가족 명의의 홈쇼핑 회사 운영에 참여하며 ‘리셀(되팔기)’을 하다가 판매업체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했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온라인 리셀업체 운영’ 부업이 늘면서 원제품 판매자들의 고충과 법률분쟁이 함께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셀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판매방식 등에 따라 위법 소지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10일 공기업인 한국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 소속 직원 A씨에 대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형법상 업무방해 등 혐의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몇해 전부터 한 온라인 건강보조식품 판매업체의 상품을 구입한 뒤, 가족 명의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했다. 이 건강보조식품은 5개들이 묶음으로 구입 시 1개당 약 40% 이상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A씨 가족 회사는 이 묶음 상품을 산 뒤 1개씩 정가에 되팔아 그 차액으로 수익을 벌어들였다.

A씨는 자신을 고발한 판매업체 대표를 직접 만나 중부발전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정식 리셀 권한을 달라’는 취지의 제안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대표는 이에 응하지 않았는데, A씨의 판매행위가 계속되자 A씨 측 주문을 반려했다. 이에 항의성 온라인 게시글이 올라오는 등 상황이 벌어지자 이 대표는 A씨를 고소했다.

한국중부발전 소속 A씨가 사무실로 ‘리셀’을 위해 상품을 주문한 주문내역. 피해 업체 제공

이 대표에 따르면 A씨는 해당 건강보조식품을 자신의 근무지인 중부발전 우편함으로 배송받기도 했다. 공기업 직원은 허가받지 않은 겸직이 금지돼있다. 중부발전은 현재 A씨의 겸직금지의무 위반 등에 대한 신고를 접수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감사실이 신고를 접수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구체적인 상황은 조사 중이어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A씨 사례처럼 최근 부업으로 리셀에 나서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법적인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유튜브 등의 발달과 함께 코로나19 유행 이후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리셀 판매업체도 늘었는데, 업체가 많아지면서 ‘블랙(악성) 리셀러’ 문제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박소희 법무법인 비트 수석변호사는 “최근 리셀 피해로 대응에 나서는 중소 스타트업 업체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현행법상 리셀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본사 직영’이나 ‘정품 100%’ 등 표현을 써 소비자를 오해하게 하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A씨 업체도 한 소비자가 ‘정품이 맞나’라고 문의하자 ‘정품이 아니면 판매할 수 없다’고 답글을 달았다.

박 변호사는 “블랙 리셀러들은 주로 화장품·건강보조식품 분야에서 활동한다”며 “소비자들은 리셀러라는 사실을 잘 모를 수 있는데, 유통과정에서 상품관리 소홀 등으로 인한 건강 위해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셀러들도) 브랜드 무단 도용 등으로 손해배상 등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자기도 모르게 블랙 리셀러가 돼 법을 위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절차에 따라 필요할 경우 중부발전에 수사개시를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날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가족 기업은) 제 명의가 아니고 수익도 발생하지 않아 겸직 신고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상품은) 어디로 받든 무슨 상관이 있냐”고 말했다. 그는 ‘사업 운영에 직접 관여했나’라는 물음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