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풍무 지역주택조합 땅 ‘경매행’… 조합원 1인당 7000만원 피해

정해용 기자 2026. 4.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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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명 조합원 990억 걷었지만
910억 브릿지론 기한이익상실
법원, 지난해 7월 경매 결정
환지(換地) 처리도 안 된 땅 매입
그래픽=손민균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에서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을 추진하던 땅이 통으로 경매로 넘어갔다. 지주택으로 18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를 조성하겠다고 홍보하며 조합원들에게 돈을 거뒀던 조합은 사업 대상지를 완전히 확보하지 못했고, 일부 확보한 땅마저 환지(換地) 처분이 안 된 체비지(도시개발사업자가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매각한 땅)였다.

1300명 가까운 조합원들에게 1인당 6000만~7000만원의 돈을 받았지만, 금융사에서 받은 대출 910억원이 기한이익상실(EOD)에 빠지며 땅은 통으로 경매에 넘어갔다.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거둔 돈은 1000억원 가깝다. 현재 이 돈은 남아있지 않고 어디에 사용됐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570-7번지 일원 '김포 풍무1차 지역주택조합' 사업 대상지. /정해용 기자

◇ 환지 처리도 안 된 땅 산 조합

16일 정비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5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김포시 풍무동 570-7번지 일원 8만5243㎡(약 2만5746평)에 대한 경매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 땅은 ‘김포 풍무1차 지역주택조합’이 새마을금고 등 대주단에 토지 매입을 위한 브리지론 910억원을 받는 과정에서 담보로 제공했던 곳이다. 대주단 관계자는 “기한이익상실(EOD)로 인해 선순위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했고 법원의 개시 결정 후 아직 경매기일은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이 사업지는 김포시 풍무동 570-7번지 일원 약 11만9369㎡(약 3만6109평) 일대에 지하 1층, 지상 최고 36층 규모의 공동주택 1822가구와 부대 복리시설을 지을 계획이라며 조합원들을 모았던 곳이다. 와이에스개발이 업무 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김포시가 풍무동 일대 낙후 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김포 유현지구 도시개발사업’을 진행 중인데 이 유현지구 내 속하는 토지다.

김포시는 김포 풍무유현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을 시행자로 환지 방식으로 유현지구를 개발하고 있다. 환지 방식은 도시개발사업을 할 때 토지 소유자의 권리를 수용해 보상하는 대신, 개발 후 조성된 새로운 땅(필지)으로 교환해 주는 방식이다. 조합은 아직 환지 처리가 안 된 땅 일부를 매입했고 이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지만 기한이익상실 상태에 빠졌다.

조합은 1인당 6000만~7000만원 안팎의 금액을 거뒀다. 경매 개시 명령일인 지난해 7월 13일 기준 조합원은 1292명, 조합원이 납부한 돈은 990억원가량이다. 조합원의 납부 금액만으로도 대주단에서 빌린 910억원의 브리지론을 갚을 수 있는 규모지만 조합은 지금 파산 상태다. 조합원들에게 받은 돈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왜 대출에 대한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일부 조합원은 조합 탈퇴 소송을 제기해 탈퇴했다. 기존 조합 집행부는 새로운 집행부로 교체된 상태다.

배성권 법률사무소 송지 변호사는 “조합에 돈이 남아 있지 않고 900억원이 넘는 선순위 채권자가 있어 경매가 낙찰되더라도 조합원들이 돈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포시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조합원들의 피해액은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이와 관련, 조합 관계자는 “조합 집행부를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5월 13일 경북 고령 영남신라벨트 인근 대선 유세 중인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대구 내당3지구 지역주택조합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불법·조합비리 이어져, 李 대통령은 지난해 전수 조사 지시

지역주택조합은 특정 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 등이 조합을 결성해 직접 땅을 사고 시공사를 선정해 아파트를 짓는 주민 주도형 주택 개발 사업이다. 1970년대 말 무주택자들의 주택 마련을 돕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조합은 집주인이나 토지 소유자가 조합원이 돼 사업을 추진한다. 그러나 지주택은 무주택자 또는 소형 주택 보유자 등이 조합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하며 사업 과정에서 토지를 확보한다.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기 전에 조합원들을 모아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차이로 지역주택조합에서는 종종 비리, 횡령 등 문제가 발생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6월 5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지역주택조합 사고가 대형으로 발생했는데 그 문제가 심각하다고 알고 있다”며 “전국적인 실태조사와 재건축·재개발 법령 문제와 관련해 별도 보고를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6~7월 전국 618개 지주택 현장을 조사한 결과 187개 조합에서 293건의 분쟁을 확인했다. 서울시도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118곳의 지역주택조합을 전수조사해 118곳에서 주택법 위반과 조합비리를 적발했고 14건을 수사 의뢰했다.

서경규 대구가톨릭대 교수(부동산학)는 “지주택은 사업 부지를 100%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해 이 돈으로 땅을 매입하는 구조인데 가장 큰 위험은 사업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사비 상승 등으로 시공사가 조합원들에게 추가 분담금을 요구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합이 사업비 명목으로 조합원들의 돈을 사용했다고 하면 이를 환수할 방법도 없다”고 덧붙였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부동산법무학과)도 “지주택 사업은 조합의 도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업이 진행될 수 없는 구조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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