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BMW' 17년 동맹 균열…K배터리 대신 '메이드 인 차이나'

최유빈 기자 2026. 4.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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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대신 중국 EVE에너지와 BMW 데브레첸 '밀착'
올리버 집세 BMW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2025년 9월9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Mobility 2025 행사장에서 BMW iX3 옆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뉴스1
BMW그룹의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 '노이어 클라세'가 본격 양산 단계에 진입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BMW가 차세대 핵심 파트너로 2009년부터 17년간 협력해온 삼성SDI 대신 EVE에너지를 전면에 배치하면서다. 단순한 공급선 다변화를 넘어 유럽 주력 전기차 라인업의 공급망 중심축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BMW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은 노이어 클라세의 첫 양산 모델인 BMW iX3를 생산하고 있다. 해당 모델에 탑재되는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는 EVE에너지가 핵심 공급사로 참여하고 있다. BMW가 차세대 플랫폼의 출발점을 중국 배터리 기업과 함께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BMW는 배터리 공급망을 이원화하는 동시에 현지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EVE에너지는 데브레첸 완성차 공장 인근에 약 10억유로를 투자해 대규모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본격 양산 시점은 2027년 이후로 예상되며 초기 물량은 중국 선양 등 기존 생산기지에서 생산된 46파이 셀을 통해 대응하는 구조다.

향후 헝가리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iX3를 넘어 추가 차종으로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기존에 삼성SDI 헝가리 괴드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활용하던 구조 대비 물류 효율과 비용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하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가격 경쟁력 확보 차원을 넘어 BMW가 배터리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업체 의존도를 구조적으로 낮추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BMW는 차세대 플랫폼 전환을 계기로 공급망을 원점에서 재설계하며 기존 협력 관계보다 원가와 물량 대응력이 검증된 중국 업체 중심으로 축을 이동시키고 있다.

특히 EVE에너지를 노이어 클라세 초기 물량의 핵심 공급사로 전면 배치한 것은 단순한 신규 파트너 확보를 넘어 사실상 '공급망 리셋'에 가깝다. 기존 17년간 협력해온 삼성SDI 를 배제하고 차세대 플랫폼의 출발점을 중국 업체와 함께했다는 점에서 향후 주요 차종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The new BMW iX3 50 xDrive. /사진=BMW그룹
업계에서는 BMW가 기술력 중심의 기존 협력 구도에서 벗어나 '가격·물량 중심'의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 초기 플랫폼을 선점한 업체가 후속 물량까지 가져가는 전기차 특성상 iX3를 시작으로 한국 배터리 업체의 입지가 빠르게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SDI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한 업체다. 고니켈 기반 원통형 배터리 기술과 안정적인 양산 역량, 헝가리 괴드 공장을 중심으로 구축한 현지 공급망은 여전히 경쟁력이 높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의 의사결정 기준이 '기술 우위'에서 '가격·공급 안정성'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경쟁 환경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EVE에너지의 기술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EVE에너지는 ESS와 LFP 배터리에서 강점을 보유한 반면 고성능 삼원계 배터리 양산 경험은 한국 기업 대비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iX3에 적용된 46120 규격은 EVE에너지가 BMW를 위해 자체 개발한 것으로 글로벌에서도 양산 사례가 없는 폼팩터다.

BMW는 EVE에너지가 노이어 클라세 전용 배터리를 별도로 설계해 주행 거리와 충전 효율을 극대화했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EVE에너지의 제품이 진정한 의미의 '화학적 혁신'보다는 단기적인 '물리적 증설'에 가깝다는 이유다.

에너지 밀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건식 전극 공정이나 실리콘 음극재 함량 확대 등 소재 차원의 근본적인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단위 면적당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난도 높은 공정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덩치만 키운 배터리는 무게와 부피 측면에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최유빈 기자 kern@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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