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만 원이 올해 8만 원”…필름값 상승에 깊어지는 농민 시름[Pick코노미]
생분해 필름 가격 부담 특히 커
생산비 올라도 농산물값은 정체
“수익성 악화…영농 지속 어려워”

“기름값에 인건비, 필름값까지 다 올랐습니다. 안 오른 게 없습니다.”
16일 충남 천안시 양곡리의 한 밭에서 만난 유관형(61) 씨는 최근 농사 상황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40년 넘게 농사를 이어온 유 씨에게도 최근 상황은 낯설다. 오름세였던 농자재 가격이 올해 들어 더 가파르게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경제신문이 천안에서 만난 농민들은 최근 농자재 가격 상승 흐름에 대해 “버티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중동 정세 불안 이후 기름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자재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우려했다.
같은 날 인근 농협 자재 판매장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장에 자재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농가 부담이 커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현장에서 만난 한 농민은 “지금 당장 필요한 양보다 조금 더 사두는 경우도 있다”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농협 자재 판매 관계자는 “기본 물량은 있지만 일부 제품은 생산 일정에 따라 공급 시기가 불확실한 경우도 있다”며 “주문을 넣어도 출고 시점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천안에서 논과 밭을 합쳐 약 1만 2000평을 경작 중인 유 씨는 최근 농사 비용에서 가장 부담이 커진 항목으로 필름 가격을 꼽았다. “작년 6만 5000원이던 생분해 필름 한 롤이 올해는 8만 4000원 수준까지 올랐다”며 “면적이 넓은 농가는 비용 증가 폭이 크게 체감된다”고 말했다.
천안 외곽에서 형제들과 함께 약 1000평 규모 밭을 일구는 김 씨(67)도 비슷한 상황을 전했다. 김 씨는 “인건비 부담이 큰 고령 농민들에게는 생분해 필름 사용이 사실상 필수인데 가격이 많이 올라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농가에서 사용하는 필름은 일반 비닐과 생분해 필름으로 나뉜다. 일반 비닐은 수확 후 사람이 직접 걷어내야 하지만 생분해 필름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토양에서 분해돼 수거 작업이 필요 없다. 이 때문에 감자·옥수수·고구마 등 손이 많이 가는 작물에서는 생분해 필름 사용이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농업용PO필름연구조합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결소위원장인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농업용 비닐 원료인 폴리에틸렌(LLDPE3120) 가격은 올 2월 kg당 1390원에서 이달 2290원으로 65% 상승했다. 해당 기간 하우스 비닐 가격은 약 12.5% 올랐으며 멀칭 비닐도 약 22.1% 상승했다.
필름 외 다른 농자재 가격도 중동 사태 여파로 동반 상승하고 있다. 유관형 씨는 “기름값은 체감상 크게 올랐고 비료와 농약, 포장 자재까지 전반적으로 비용이 올라갔다”며 “여러 항목이 동시에 오르면서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비용 상승은 농산물 가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농가의 부담을 더 키운다. 가격이 조금만 움직여도 수입 물량이 유입되면서 농산물 가격을 쉽게 올리기 어렵고, 그 결과 비용 부담이 농가에 집중된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는 특히 소득에 민감한 젊은 농민이나 영세 농가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비용 상승이 이어질 경우 다음 작기 농사 규모를 줄이거나 재배를 포기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농협 관계자는 “오이 등 일부 농산물은 시세가 작년보다 크게 떨어진 품목도 있다”며 “자재비는 계속 오르는데 판매 가격은 오르지 않으면서 농가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농업용 필름·비료 등 주요 농자재의 수급과 가격 동향을 점검하기 위해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을 가동하고 있다. 제조업체와 유통망을 대상으로 원자재 확보와 재고·가격 변동 상황을 점검하고, 과도한 가격 인상이나 사재기 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비료 가격과 관련해 “농협을 통해 공급되는 물량의 약 97%는 기존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며 “가격 상승이 거론되는 일부 비료는 농협 계통이 아닌 관주용 비료 등 제한된 품목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생분해 필름에 대해서는 지자체 지원 사업 등을 감안할 경우 농가의 실질 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제품 두께가 두꺼워지면서 가격이 오른 측면이 있다”며 “원료 사용 증가를 고려하면 체감 인상 폭은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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