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나왔다던 中 선박... 美해군 봉쇄 끝내 못 뚫었다
미국, 초계기ㆍ드론ㆍ위성ㆍ인적 정보 종합해 그림자 선단과 ‘숨바꼭질’
이란 화물 실은 그림자 선단, 국적ㆍ이름ㆍ위치ㆍ목적지 등 허위로 송신하지만
미 중부사령부 “봉쇄 첫 48시간 동안 이란 관련 선박 단 한 척도 통과 못했다” 발표
애초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간 것으로 보도됐던 중국 유조선 리치 스타리(Rich Starry)는 끝내 미 해군의 해상 봉쇄를 뚫지 못하고 도로 이란 연안으로 U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상 봉쇄를 주도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15일, 봉쇄 시행 첫 48시간 동안 이란 항구를 드나든 어떤 선박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오만만(灣)으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중부사령부 성명에 따르면, 이틀 동안 이란 항구를 거친 9척이 오만만 진출을 시도했지만, 미 해군의 무선 지시에 따라 방향을 바꿔 이란 항구로 되돌아갔다.
이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이 선박의 신원과 위치를 송신하는 트랜스폰더를 끄거나 허위 정보를 송신하는 스푸핑(spoofing)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해상 봉쇄가 실제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해양 데이터 수집기관들은 중국 유조선 리치 스타리의 경우 10일이 넘도록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숨기며 미 해군의 추적ㆍ탐지를 피하려고 했지만, 결국 해협을 지나 오만만으로 나온 뒤 급격한 U턴을 해 15일 현재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 있는 이란 케슘 섬 연안에 정박한 것으로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림자 선단’ 유조선들과 미 해군 사이의 쫓고 쫓기는 ‘고양이와 쥐’ 게임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리치 스타리 호는 지난 11년간 두 차례 이름을 바꿨으며, 이란이 국제사회의 원유 금수를 피할 수 있게 하는 ‘그림자 해운’의 일부다. 미 재무부의 제재를 받고 있다.

해양 데이터 분석회사인 케이플러(Kpler) 따르면, 리치 스타리는 최근 1주일 동안 아랍에미리트(UAE) 인근을 배회하고 있다고 송신했는데, 이는 허위 정보였다. 스푸핑을 탐지하는 로이즈 리스트(Lloyd’s List)에 따르면, 이 중국 선박은 14일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가려고 할 때까지 10일 이상 신호를 조작했다. 그 기간에 이란 석유 제품을 적재한 것이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많은 그림자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뒤에 멈추거나 속도를 늦췄다. 이는 미 해군의 봉쇄 한계를 시험하고, 실제로 차단ㆍ나포 등의 행동에 나서는지를 ‘간 보는’ 것이다. 과거에 이란 화물을 운송한 적이 있는 8척이 오만만에서 정지해 있거나 속도를 늦추고 있다.
반면에, 미 해군은 오만만과 아라비아해(海)에 15척 이상의 군함을 배치하고 수집된 인적 정보와 위성ㆍ드론ㆍ초계기의 감시 추적 이미지, 교신 내용을 종합 분석해서 이란 항구를 드나든 ‘그림자 선박’을 색출한다. 미 해군은 현재 모든 제재 대상 선박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이란 항구를 떠나는 선박만을 겨냥한다. 케이플러 사는 미 군함들은 수로 중앙에 있을 수 있는 기뢰를 피해 오만쪽 해안에 붙어 있다고 밝혔다.
전세계의 그림자 선단 규모는 1500척가량으로 파악된다. 이 선박들은 스푸핑 외에도, 해상에서 선박 간에 제재 대상 국가에서 나온 원유ㆍ석유제품을 환적하는 방식으로 화물의 출처를 숨긴다.
해운 분석가들은 로이즈 데이터를 기준으로 할 때 14일에 10척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으며, 이 중에는 그림자 선단의 전력(前歷)이 있는 선박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파나마 국적 벌크선 마날리는 목적지를 아랍에미리트 항구로 표시한 채 13일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갔다. 이 선박은 과거에 위치를 조작한 적이 있어 그림자 선단의 일부로 분류됐다.
이란과 관련된 선박들은 지금까지는 페르시아만 진입이 비교적 수월했고, 나가는 것이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는 페르시아만으로 진입하는 선박들의 최종 목적지를 판단하는데 미 해군도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제제 대상 선박이 비(非)이란 항구를 목적지로 허위 통보하는 경우, 이를 사전에 탐지하기는 쉽지 않다
로이즈 리스트 분석에 따르면, 제재 대상 화물선인 레이옌 호와 데이지 호도 14일 호르무즈를 지나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이란의 반다르 압바스 항으로 향하고 있다.
그림자 선단은 2012년 미국의 이란 금수(禁輸) 조치 이후에 처음 등장했고,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막대한 원유 수출을 차단하면서 급격히 증가했다.
위성 이미지를 활용해 선박을 추적하는 탱커스트래커스(TankerTrackers)에 따르면, 전체 1500여 척의 그림자 선단 중에서 600척 이상이 이란 원유를 운반한다. 약 60척의 이란 국영 유조선도 포함돼 있다. 이란 관련 그림자 선박들은 이라크나 사우디 항구에서 출발하는 것처럼 허위 데이터 경로를 송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제 해양법에 따르면 대형 상선은 선박의 이름ㆍ위치ㆍ9자리 숫자의 국가 코드ㆍ항로 및 기타 식별 정보를 자동으로 송신하는 트랜스폰더를 장착하고 항해해야 한다. 이들 정보는 선박의 ‘디지털 지문(指紋)’이다.
그림자 선박은 출발지와 목적지를 허위로 입력하고, 아예 ‘좀비’ 또는 ‘무국적’ 식별 신호를 보낸다. 또 트랜스폰더를 일시적으로 꺼 한 지점에서 사라졌다가 다른 곳에서 다시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게도 한다.
그러나 해양 데이터 분석회사인 윈드워드(Windward)의 CEO 아미 다니엘은 뉴욕타임스에 “어떤 속임수를 쓰더라도, 이란을 출발한 배가 호르무즈 같이 좁은 수로를 탐지되지 않고 통과해 공해로 빠져나가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미 해군은 오만만에 머물러 버틸 수 있으며, 이 봉쇄를 뚫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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