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장애친화병원’, 장애인 진료 환경 개선의 중심에 설 것” [건강한겨레]

최지현 기자 2026. 4. 1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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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의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 2 현장의 목소리

2027년 시작해 2030년까지 8개 시도로 확대
‘장애인 이용편의 지원’ 선행사업 시행
장애환자, “병원이 이렇게까지…” 대만족
“접근성 등 예상 못한 과제 풀어나가며
지속성·신뢰 확보 때 이용자 확대될 것
원광대병원 장애인 이용편의 지원 사업팀이 매주 금요일 시행 중인 장애인 진료 데이 모습. 뒷줄 왼쪽부터 이영지 간호사, 김지희 교수. 원광대병원 장애인 이용편의 지원 사업팀 제공
보건복지부가 지난 2월 말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2026~2030)’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계획’은 장애인 의료 접근성과 건강권 보장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5개년 로드맵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건강 격차를 실질적으로 줄이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의지를 담았다. 건강한겨레는 지난호에서 종합계획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 데 이어 이번호에서는 변화하는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현장’을 찾아 앞으로 다가올 장애인 건강보건관리의 변화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이 뇌성마비 환자에게 부분 진료동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희문 교수 제공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전북 대표로 출전할 만큼 딱 봐도 강인해 보였던 장애인 체육인이 사실은 병원에 가기를 두려워하고 계셨다는 걸 상상도 할 수 없었죠.”

전북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인 원광대병원에서 장애인 이용편의 지원 사업 전담 진료코디네이터 업무를 맡고 있는 이영지 간호사는 최근 사석에서 우연히 장애인 환자 사례를 발굴해 병원 진료까지 연계한 경험을 소개했다. 퇴근 뒤 운동하던 장소가 지역 장애인 체육시설이었기에 운동 중 만난 이와 대화를 나누다 예상치 못한 사연을 듣게 된 것이다.

조희문 교수가 선천적 지적장애 환자의 자택에서 방문 진료를 하고 있다. 조희문 교수 제공

중증 지체장애인인 해당 환자는 휠체어를 이용하며 몸에 욕창 증상이 심했는데, 병원 방문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며 치료를 미루고 있었다. 그 계기는 과거 진료 중 발생한 일 때문이었다.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서 진료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소변줄이 분리돼 내용물이 진료실에 쏟아졌다. 누군가에겐 한 번의 작은 소동일 수 있지만, 당사자에겐 ‘병원에 민폐를 끼치고 있구나’란 부담감으로 다가왔고 그 이후 병원 방문을 최대한 피하게 됐다.

얼마 뒤 원광대병원의 장애인 이용편의 지원을 받아 진료와 욕창 치료를 마친 그는 해당 사업팀에 “병원이 이렇게까지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지 몰랐다. 이런 서비스가 조금 더 빨리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 사업 책임자인 김지희 원광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말한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환자들은 병원 이용을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이 아닌 ‘특별하고 어려운 일’처럼 느껴요. 그렇기에 많은 장애인이 자꾸 치료를 포기하려 하죠. 부족한 자원 속에서 장애인 진료 사업을 이어가는 일이 쉽지 않지만, 중증 장애인 환자들이 진료 뒤 안도하며 편안한 표정으로 병원 문을 나설 때면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느끼고 ‘그래도 이 일을 하길 잘했다’고 서로 얘기하죠. 이런 일들을 계속 더 해나간다면 장애인 환자들도 동일하게 의료기관을 잘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조희문 교수가 뇌성마비 환자를 방문해 재활치료 진료를 하고 있다. 조희문 교수 제공

최근 정부가 최초의 국가 장애인 건강정책을 발표하며 우리 사회도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과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 지난 2월 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은 다양한 정책을 포함하지만, 그중에서도 핵심은 ‘장애친화병원’이다. 정부는 내년(2027년)부터 4개 시도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최소 8개 시도에서 장애친화병원 운영을 목표로 한다.

장애친화병원이 정책적 틀이라면, 실질적 내용은 ‘장애인 진료 환경 개선’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부터 ‘장애인 이용편의 지원 사업’을 시작하며 서둘러 정책 기반을 닦고 있다. 이 사업엔 서울특별시 동부병원, 이대목동병원, 분당서울대병원(경기남부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원광대병원(전북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등 5개 의료기관이 참여해 장애인 환자의 진료 예약부터 내원 동선, 귀가까지 전담 전문 인력이 동행하며 각종 필요사항을 지원한다.

이에 건강한겨레는 서울과 지역, 공공과 민간 의료기관 등 두 가지 성격이 엇갈려 있는 두 의료기관의 사례를 듣고 장애인 진료 환경의 실제 현장을 점검한다. 인터뷰에는 원광대병원 김지희 교수와 이영지 간호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조희문 재활의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원광대병원 장애인 이용편의 지원 사업팀 지체장애인 휠체어 보조 동행 모습. 원광대병원 장애인 이용편의 지원 사업팀 제공

“한번 시작하면 중단은 없다”…신중하게 기획하고 실행해야

앞선 원광대병원 사례로 볼 수 있는 장애 친화 진료환경 조성은 그 자체로 진일보다. 병원 방문과 치료를 포기하려 했던 장애인 환자의 건강권에 실제적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기관 밀도가 낮은 서울과 수도권 밖 지역에선 더욱 그렇다. 그 자체로 지역 장애인 일상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김 교수는 “장애친화병원이 존재하고 병원에서 장애 친화 진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상황을 홍보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며 “병원 내외에 홍보물을 비치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지만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는 농촌 지역 등에선 아무래도 병원 소식을 전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병원 내 변화도 불러온다. 병원 내 소수라도 장애인 진료 경험이 있고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 의료기관의 장애인 진료는 확대된다. 이들 인력이 병원 내 장애인 진료 허브나 플랫폼 역할을 하며 병원 안에서 장애인 진료와 관련한 각종 자문과 조율, 협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조희문 교수는 장애인 진료의 의학적 어려움을 설명하며 이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장애인 진료에 정답은 없다”며 “의료진이 교과서에서 배운 결론과는 다른 결정을 고민하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 장애인 환자의 의료적인 조건만 생각할 게 아니라 각각의 복잡한 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에 의료진이 생각하는 것보다 의료 과정 전체에 걸쳐 훨씬 더 넓은 선택권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이들 의료진은 “장애친화병원이나 진료 서비스의 존재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도 강조한다. 단순히 장애인 편의 제도가 신설됐다고 해서 당사자들이 당연하게 긍정적인 관심을 갖거나 저절로 이를 이용하진 않는다는 지적이다.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이런 제도와 서비스가 제대로 기능해야 할 뿐 아니라 ‘지속성’을 담보하고 신뢰할 수 있을 때야 관심을 주고 실제 이용을 시작한다는 경험 때문이다.

조 교수는 “새로운 지원 사업을 시작한다고 안내해도 예상외로 일단 경계하거나 이용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고 지원 사업이 지속될 거라고 믿지 않을 때도 상당하다. 많은 걸 도와줄 것같이 희망을 주지만, 또 실망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라며 “특정 지원 내용에 맞춰 생활 패턴 등 일상을 유지하는 방식을 바꿨는데 그 사업이 멈추면 당사자는 큰 곤란을 겪게 되기에 외부의 섣부른 개입을 경계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번 종합계획뿐 아니라 작은 단위의 세부 사업까지도 ‘한번 시작하면 중단은 없다’는 전제 아래 신중하게 기획하고 실행해야 할 뿐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가 이를 신뢰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이어가야 할 필요성이 도출되는 대목이다. 즉, 국가 장애인 건강정책의 목표가 시혜적 지원을 넘어 장애인의 평범한 일상으로 자리 잡는 일이 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원광대병원 장애인 이용편의 지원 사업팀 시각장애인 진료 전 과정 동행 모습. 원광대병원 장애인 이용편의 지원 사업팀 제공

‘거대한 장벽’ 접근성 문제 넘어서야

실제 사업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도출되는 과제도 있었다. 바로 접근성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담당 범위가 넓은 지역에선 병원 방문을 위한 이동 문제가 심각했다. 김 교수는 “대중교통조차 드물게 다니는 농촌 지역에 거주하거나 독립 활동이 어려운 장애를 가진 경우, 동거 가족이 없는 독거 고령층 환자 등은 병원 이동부터 큰 장벽”이라며 “실제 장애인 콜택시 등 이동수단 제공이 가능한지 문의도 많고 어떤 장애인 환자의 병원 방문일은 서울에 사는 자녀들이 모두 연차를 내고 고향을 방문하는 날이기도 할 정도”라고 지적한다. 이어 “의료기관 차원에서도 기존에 장애 친화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각종 시설 구조물을 개선해야 하지만, 민간병원에선 경영적 측면에서 장애인 진료를 유지하는 것조차 벅차기에 이런 일은 언감생심”이라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아예 집 밖으로 이동 자체가 어려운 재가 장애인 역시 큰 과제였다. 이번 사업 이전에도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서 재가 장애인 방문 재활치료 활동을 지속해왔던 조 교수는 여전히 병원 밖 장애인 환자들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많고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의사소통 문제도 쉽지 않다. 현재 해당 사업이 지원하는 수어 통역 인력이나 태블릿 등을 활용한 디지털 보완대체 의사소통(AAC) 기술 등을 활용하고 있지만,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손가락조차 움직이지 못해 눈동자 움직임이나 눈빛으로 소통하는 전신 장애 등 여전히 이들 방법만으로 소통할 수 없는 영역의 장애인 환자가 훨씬 많다.

이들 의료진은 개인과 장애 유형별 일대일 대응을 기반으로 무수한 사례가 발생하는 장애인 진료의 특성상 이 외에도 정책이나 사업 계획에서 예상하기 어려운 과제가 항상 생긴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향후 국가 장애인 건강정책 시행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행정기관과 의료기관, 의료인들 간의 적극적인 소통과 교류, 사례 관리를 통한 장애인 의료 상황에 대한 프로토콜 및 매뉴얼, 모델 구축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원광대병원 장애인 이용편의 지원 사업팀은 환자들의 이동 수단 문의가 계속 이어지는 문제를 일부라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4일 익산시 특별교통수단 이동지원센터와 장애인 콜택시 지원 관련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원광대병원 장애인 이용편의 지원 사업팀 제공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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