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민들레와 골프

방민준 2026. 4. 1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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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들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화려한 꽃이 아니다.

추위와 바람에 낮게 엎드린 채, 조용히 노란 빛을 밀어 올리는 민들레다.

민들레는 봄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민들레는 흩어짐 속에서 완성되는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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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칼럼과 관련 없는 참고 이미지입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봄의 들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화려한 꽃이 아니다. 추위와 바람에 낮게 엎드린 채, 조용히 노란 빛을 밀어 올리는 민들레다. 자연은 민들레에게 좋은 환경을 약속하지 않는다. 돌 틈에서도, 마른 흙에서도, 심지어 사람들 발길에 밟히는 길 위에서도 민들레는 묵묵히 뿌리를 내린다.



 



골프 역시 다르지 않다. 완벽한 날씨, 이상적인 컨디션, 순조로운 흐름 등 모든 것이 갖춰진 날은 드물다. 바람은 불고, 잔디는 들쭉날쭉하며, 몸은 어제와 다르고, 마음은 늘 흔들린다. 그럼에도 티잉 그라운드에 서는 순간 골퍼는 선택해야 한다. 피어날 것인가, 주저앉을 것인가.



 



민들레는 조건이 아니라 의지로 핀다. 민들레는 봄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자신이 피어나는 순간이 바로 봄이다.



골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스윙 폼이 완벽해진 뒤에, 몸이 회복된 뒤에, 마음이 안정된 뒤에 치겠다는 생각은 끝없는 유예일 뿐이다. 한 번의 스윙, 한 번의 퍼트, 그 작은 순간에 온 마음을 실어낼 때 비로소 골퍼의 봄은 시작된다.



 



민들레의 진짜 삶은 꽃이 아니라 씨앗에 있다. 바람에 흩어지며 사라지는 것 같지만 그 흩어짐이 곧 확장이다. 민들레는 흩어짐 속에서 완성되는 존재인 것이다.



골퍼의 미스샷도 그와 다르지 않다. 흩어진 공, 빗나간 방향, 놓쳐버린 기회들. 그러나 그것들은 실패가 아니라 다음 라운드를 위한 씨앗이다. 오늘의 미스는 내일의 감각이 되고, 오늘의 좌절은 언젠가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된다. 



 



민들레는 결코 높이 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넓게 퍼진다. 이게 바로 낮게 피는 민들레의 품격이다.



골프도 그렇다. 과시하지 않는 스윙, 소리 없이 이어지는 루틴, 조용히 쌓이는 내공. 그 낮음 속에서 비로소 오래가는 골프의 힘이 태어난다. 그래서 진정한 봄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 온다.



 



우리는 자주 묻는다. "언제쯤 잘 칠 수 있을까." 그러나 민들레는 묻지 않는다. 그저 오늘 피어날 뿐이다.



골퍼의 길도 다르지 않다. 조건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피어나는 것, 그것이 골퍼의 봄이다.



노란 민들레 하나가 바람에 흔들린다. 그 작은 떨림 속에서 우리는 배운다. 강인함이란 버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도 피어나는 것임을.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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