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만에 서명하는 美...대학·스타트업 끌어오는 이스라엘 [K-방산, 그들만의 리그 下]
美 DIU, 안두릴·팔란티어 등 비전통 기업 진입 도와
일본은 자위대 수요와 민간 해법 직접 연결
이스라엘은 지분·지식재산권 안 뺏고 자금 지원

한국의 신속시범사업은 미국과 일본, 이스라엘 등 국방 선진국들이 구축한 ‘민간 기술의 군 신속 도입’ 모델을 참고해 도입됐다. 다만 국가별 제도 도입 시점과 세부 설계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인 곳은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 2015년 국방혁신단(DIU)을 신설한 데 이어, 2018년에는 중간단계획득제도(MTA)를 제도화하며 민간 기술의 국방 전용을 가속화했다. 일본은 2022년 국가방위전략 개정을 통해 민간 기술의 조기 장비화를 공식화했다. 이어 2024년에는 방위이노베이션과학기술연구소를 출범시켜 기술 도입을 전담하게 했다. 이스라엘의 경우 2010년대 후반부터 ‘이노펜스’(INNOFENSE)와 ‘이노탈’(INNOTAL) 등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의 국방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며 실전 중심의 기술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신속시범사업의 가장 대표적인 벤치마킹 사례로는 미국의 DIU가 꼽힌다. DIU의 핵심 경쟁력은 군이 요구 사양을 특정하는 대신 해결해야 할 ‘문제’와 ‘기대 효과’만 제시하고, 민간 기업이 자율적으로 해법을 설계하도록 보장하는 데 있다. 계약 절차의 유연성도 차별점이다. DIU는 기존 연방조달규정(FAR) 대신 ‘신속획득법(OTA)’을 적극 활용한다. 이를 통해 빠르면 60일, 평균 120일 이내에 계약을 체결한다. 이러한 속도감 있는 행정 덕분에 2015년부터 2023년까지 DIU가 체결한 누적 프로토타입 계약은 약 450건에 달한다.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2025 회계연도 기준 DIU 예산은 약 2억 달러(약 2970억 원) 규모로, 이는 2021년 대비 580% 급증한 수치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은 팔란티어, 안두릴 등 혁신 기술 기업들의 국방 참여로 이어졌다. 팔란티어는 미 육군 타이탄(TITAN) 사업의 시제품 경쟁을 거쳐 선호 업체로 선정됐으며, 안두릴은 DIU와 협력해 대드론 체계, 무인수중체계, 우주 네트워크 등 첨단 방산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의 신속 도입 정책은 민간 기술의 ‘조기 장비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자위대가 현장의 문제를 제기하면 민간이 해법을 제안하고, 개념 실증과 초기 모델 개발을 거쳐 실전 배치까지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구조다. 가장 큰 특징은 행정 절차의 유연성이다. 일본 방위성은 구체적인 제안요청서(RFP)가 없어도 기업으로부터 상시 기술 제안서를 접수한다. 특히 제안된 기술이 목표 성능을 충족할 경우, 별도의 복잡한 절차 없이 곧바로 장비화 사업으로 전환하며 필요시 수의계약까지 가능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이스라엘의 국방 혁신은 대학과 연구기관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민관 협력 생태계를 특징으로 한다. 대표적 프로그램인 이노센스와 이노탈은 프로젝트당 약 1억의 비희석성 자금을 지원하며, 4~6개월 내에 기술 수준을 극대화하는 단기 집중형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특히 기업 친화적인 보상 체계가 돋보인다. 정부가 개발비를 지원하면서도 기업의 지분을 요구하지 않으며, 지식재산권(IP) 역시 기업이 온전히 보유하도록 보장한다. 이는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소유권 상실에 대한 우려 없이 국방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실전 투입 속도 또한 독보적이다. 2021년 가자지구 분쟁 당시, 인공지능(AI) 기반의 목표 식별 및 자동화 타격 체계를 신속 도입해 실전에서 테스트와 업데이트를 실시간으로 반복했다. 또한 AI 로봇을 땅굴 정찰과 장애물 제거에 투입하는 등 민간의 첨단 기술을 전장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