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미국은 이제 없다... 미·중·러 세력 정치 받아들여야"

박민식 2026. 4. 1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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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을 준수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얘기했던 우리가 알던 '젠틀맨' 미국은 더 이상 없어요. 미국 주도의 유일 패권 세계도 끝났어요. 그렇다고 미국이 몰락했다는 게 아니라 미국·중국·러시아 세 강대국이 관리하는 '세력권' 정치 시대가 됐죠. 이걸 받아들여야 해요."

러시아와 한반도를 비롯해 국제 정세에 통찰력 있는 견해를 제시해 온 이문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가 15일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 조찬 강연에서 관세에 이어 미국·이란 전쟁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 300여 명에게 "규칙이 힘이 되는 시대가 아니라 힘이 규칙이 되는 시대가 됐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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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영 서울대 교수, 메인비즈협회 강연
"힘이 곧 규칙, 트럼프 이후도 지속 전망"
"미국·이란 전쟁, 새 질서에 쐐기 박아"
이문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가 15일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 주최 조찬 특강에서 '트럼프 시대 국제 정세 변화와 한국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메인비즈협회 제공

"국제법을 준수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얘기했던 우리가 알던 '젠틀맨' 미국은 더 이상 없어요. 미국 주도의 유일 패권 세계도 끝났어요. 그렇다고 미국이 몰락했다는 게 아니라 미국·중국·러시아 세 강대국이 관리하는 '세력권' 정치 시대가 됐죠. 이걸 받아들여야 해요."

러시아와 한반도를 비롯해 국제 정세에 통찰력 있는 견해를 제시해 온 이문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가 15일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 조찬 강연에서 관세에 이어 미국·이란 전쟁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 300여 명에게 "규칙이 힘이 되는 시대가 아니라 힘이 규칙이 되는 시대가 됐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방 선진 7개국(G7) 대신 새로운 강대국으로 꼽은 '코어 파이브(미국·중국·러시아·인도·일본)'에 영국·프랑스·독일이 빠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교수는 "(G7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선진국 집단이라 중국은 아무리 경제력이 높아져도 못 들어갔는데, 트럼프는 이념·가치·명분보다 자국 이익을 앞세우며 유일 패권 역할을 자진 반납했다"며 "어느 당이든 새 대통령이 취임해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변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인의 미국 호감도 조사. 이문영 교수 제공

그 이유로 미국은 국방비보다 갚아야 할 채권 이자가 더 많아 경제력이 예전만 못하고, 석유를 중국 위안화로 결제하는 비율이 높아져 달러 패권 균열이 심화하는 등 세계 경찰 국가 역할을 할 여력이 많이 줄었다는 점을 들었다. 또 스페인·이탈리아·벨기에·프랑스·독일 등 주요 유럽국에서 미국을 동맹보다 위협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50%를 초과(폴리티코 8일 보도)했고, 중립·등거리 외교 노선을 추구하는 동남아에서 미국(48%)보다 중국(52%)이 낫다(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는 인식 조사가 나오는 등 세계에서 미국 신뢰도가 대폭 하락한 점도 꼽았다.


"북극항로·원유 등 경제안보 위해 정부 러시아 관계 잘 관리를"

우크라이나 싱크탱크 KSE의 미국·이란 전쟁 시나리오별 러시아가 벌어들일 수익 추정액. 이문영 교수 제공

그는 미국·이란 전쟁이 복수 강대국 체제에 쐐기를 박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 전쟁 덕에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와 저유가로 지난해 0.6% 성장에 그친 러시아가 "매일 7.6억 달러(약 1조1,400억 원)씩 벌어 횡재하도록 도왔다"는 외신 보도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전쟁 발발 전날 배럴당 57달러였던 우랄유(러시아 원유) 가격이 어제 123달러로 뛰어 브렌트유보다 비싸졌는데도 필리핀은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태국 베트남 등 여러 나라가 구매하려 줄섰다"며 "전쟁이 끝나도 한동안 고유가가 지속돼 우크라이나 싱크탱크(KSE)는 러시아가 1,610억 달러(약 242조 원, 5월 말 종전 시)를 벌 것으로 분석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급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우리 경제·안보를 위해서라도 대러 관계를 정부가 잘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러시아 원유는 블라디보스토크(코즈미노항)에서 유조선으로 2, 3일 만에 가져올 수 있어 수입선 다변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홍해를 거치는) 유럽항로보다 거리가 30%나 짧으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적은 북극항로도 러시아 영해 90%를 지나기 때문에 정치권이 나서서 러시아와 외교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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