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X파일] 대형사 사라진 기술형입찰시장

권혁용 2026. 4. 16.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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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내륙철도 빅5 한곳도 없어

남부내륙철도 빅5 한곳도 없어

‘클린 컴퍼니’ 추구가 경쟁력 저하?

시장이 건전성 잃으면 오래가지 못해

[대한경제=권혁용 기자]기술형입찰인 남부내륙철도 건설공사의 수주 경쟁 구도가 확정됐다. 지난 13일 마감한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서류 접수에 1공구 계룡건설산업과 대보건설, 7공구 롯데건설과 태영건설, 9공구 코오롱건설과 쌍용건설 등이 참가했다. 여기에서 눈에 띄는 것은 대형 건설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공능력평가액(이하 시평액) 순위로 보면 PQ 서류를 낸 6개사 가운데 롯데건설이 8위로 가장 높다. 나머지 업체들은 모두 10위권 밖이다. 시공능력평가는 시공실적과 경영상태 등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순위가 앞선다는 것은 그만큼 시공실적이 많다는 의미다. 많은 시공실적을 보유한 대형사들이 왜 수주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을까?

더욱이 1공구만 해도 구조물이 많아 PQ 서류를 낸 대표사들 단독으로는 PQ를 넘을 수 없다. 그래서 계룡건설산업은 시평액 순위 3위인 대우건설과 공동수급체를 구성했고 대보건설은 5위인 GS건설로부터 실적을 빌렸다. 시평액 순위 5위 이내 대형건설사인 대우건설과 GS건설이 공동수급체 구성원으로 참여하면서 수주 경쟁과 시공을 이끌어야 하는 대표사로 나서지 않은 것이다.

현재 시평액 순위 1위는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수년 전부터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공공시장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정비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그룹공사 물량도 상당하다. 공공공사가 아니더라도 성장을 위한 매출 확보가 가능하다는게 시장의 분석이다.

그렇더라도 공공시장을 아예 외면하고 있는 것은 의외다. 건설사 경영에서 수주 포트폴리오 구성은 기본이다. 건축공사, 토목공사, 플랜트공사 등을 고루 확보해 놓아야 장기적으로 경영안정을 꾀할 수 있다. 어느 한 부문 시장이 침체에 빠지더라도 기업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

한 대형사 임원은 “턴키 등 기술형 입찰에 참여해도 평가위원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며 “클린 컴퍼니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기술형입찰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기술형입찰이면서 기술력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대건설을 비롯해 디엘이앤씨 등 다른 대형사들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기술형입찰에 적극적이지 않다. 올해 기술형입찰 수주 목표가 다른 중견사들과 비교해 많지가 않다.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공공공사 수주 실적에서 4000억원을 넘겨 1위를 차지했는데,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 방식의 2건을 수주한 덕이다. 디엘이앤씨도 3000억원대의 수주고를 올렸는데, 모두가 종심제 공사다.

대형사들은 과거 오랜 기간 공공공사 수주 실적 대부분을 토목부문 기술형입찰로 쌓았다. 이로인해 회사 내 토목본부 위세는 상당했다. 하지만 이는 지나간 일이 됐다. 심지어 대형사들 가운데 토목사업본부를 없앤 곳도 있다. SK에코플랜트와 한화는 토목사업본부가 없다. 포스코이앤씨는 올초 토목사업본부를 폐지하고 플랜트사업본부 내 인프라사업실로 조직을 개편했다.

현재 기술형입찰시장은 중견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런 시장의 개편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형사들은 국내보다 해외시장에 주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형사가 국내서 실적을 쌓은 후 이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으로 영역을 넓힌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 개편은 이런 흐름과 차이가 있다. 대형사들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인해 시장 진입을 꺼리고 있는게 현실이다. 여기서 한 대형사 임원의 말처럼 ‘클린 컴퍼니 추구’가 대형사들의 시장 진입에 장벽이 되는 것이라면 큰 문제다. 건전성을 잃은 시장은 오래 가지 못한다.

권혁용 기자 hy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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