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쟁 곧 끝나” 이란 “홍해 막을수도”… 협상 신경전
물밑선 두번째 대면 협상 움직임
파키스탄 “17~19일 일정 비워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대(對)이란 군사 작전이 “내 생각에 거의 끝나가는 것 같다”며 “종료되는 상태에 아주 근접했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주 미 대표단을 이끌고 이란과 협상했던 J D 밴스 부통령도 “대통령은 작은 합의가 아닌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중대하고 포괄적 합의)’을 원한다”며 “이란이 핵을 포기하면 우리는 이란 경제를 번영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양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역(逆)봉쇄로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최고위층이 잇따라 협상 타결 분위기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다만 이란군은 15일 처음으로 ‘홍해 봉쇄’를 공식 경고하면서 신경전을 벌였다.
트럼프는 이날 이슬라마바드에 체류하고 있는 뉴욕포스트 기자와 통화에서 “향후 이틀 안에 뭔가 일어날 수 있다”며 “우리가 다시 그곳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트럼프는 ABC뉴스에는 “앞으로 놀라운 이틀이 있을 것”이라며 휴전 연장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는 오는 27일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방미 전에 이란과의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미 언론들도 양국이 협상 결렬에도 2차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비공식 경로 (back channels)를 통한 물밑 작업을 이어왔고, 이번 주중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예측했다. 종전에 비협조적이었던 이스라엘도 이날 워싱턴 DC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중재 아래 레바논과 33년 만의 고위급 회담을 갖고 직접 휴전 협상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 美 “전쟁 반대” 연일 확산에… 협상 분위기 띄우는 트럼프
미국과 이란은 지난 11~12일 이슬라마바드에서 만나 20시간 넘게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후 미군이 13일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출입하는 선박을 차단하는 역봉쇄에 나서고 이란도 “당신이 싸운다면 우리도 싸울 것”(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라고 자세를 굽히지 않으면서 21일까지로 예정된 2주 휴전이 깨지고 상황이 격화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를 필두로 밴스, 루비오 등 미 고위급이 나서서 협상 분위기를 띄우는 건 상황이 장기화하는 것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4일 공개된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선 절반 이상인 51%가 군사 작전이 비용 대비 “가치가 없었다”고 응답했고, 60%가 미군의 이란 공습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작전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과반을 살짝 넘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특히 갤런당 4달러를 훌쩍 넘길 정도로 가파른 유가 상승이 정권에 주는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트럼프 입장에선 출구전략을 찾는 게 시급한 상황이다. 밴스는 이날 조지아주(州)에서 열린 보수 단체 행사에서 “대통령은 ‘그랜드 바겐’을 만들고 싶어 한다”며 우선 협상에서 이르기 쉬운 합의를 먼저 해서 시간을 벌고, 이후 후속 협상을 진행할 것이란 세간의 예측을 뒤집었다. 또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할 경우 이란을 경제적으로 번영하게 만들 것이고, 이란 국민들을 세계 경제로 초대할 것”이라고 했다.
AP와 CNN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밴스와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트럼프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3인방에게 종전을 위한 출구전략 마련을 지시해 1차 협상 결렬 후에도 이란·파키스탄과 접촉을 이어왔다고 한다. 21일 휴전 만료를 앞두고 양국이 시한 연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파키스탄 고위 당국자는 언론에 “17~19일 일정은 비워둔 상태”라고 했다.

루비오는 이날 국무부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고위급 협상을 주재하며 친(親)이란 무장 세력인 헤즈볼라의 “20~30년간 이어진 영향력을 영구 종식시킬 수 있는 역사적 기회”라고 했다. 다만 이란이 문제 삼고 있는 건 레바논 정규군이 아닌 헤즈볼라와의 교전이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완전한 무장 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헤즈볼라는 어떤 합의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무부는 양국이 적절한 시기와 장소를 선택해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2차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최대 쟁점인 이란의 핵 포기, 우라늄 농축 중단 등을 놓고 양국 이견이 크기 때문에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미 언론들은 미국이 1차 협상에서 기존의 ‘농축 전면 금지’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20년 농축 중단‘을 제시했지만 이란이 거절했고, 이란이 5년으로 수정 제안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20년은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 때의 15년 제한보다 강화된 조건인데, 트럼프는 이날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줄곧 말해왔다”며 “’20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란이 이를 ‘승리’로 받아들이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란은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고, 영구 폐기에 합의할 경우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등 강경파의 내부 반발을 초래할 수 있어 미국이 핵 프로그램의 영구적 포기를 고수하면 협상 타결이 쉽지 않다.
이란 국영 IRIB방송에 따르면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의 알리 압돌라히 소장은 15일 성명을 통해 “미국이 호르무즈 봉쇄를 계속하면 이란 군대는 페르시아만, 오만해, 그리고 홍해를 통과하는 그 어떤 수출입 활동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란군이 미국의 해상 봉쇄에 맞서 공식적으로 홍해 등 주요 해상무역로 추가 봉쇄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2차 대면 협상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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