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자율주행·바이오·에너지… 규제 확 줄인 ‘메가 특구’ 만든다

김태준 기자 2026. 4. 16.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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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규제합리화委 첫 회의
“부처와 이견 생기면 내게 말하라”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며 웃음 짓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현장의 필요보다 규제 당국의 편의에 기운 규제는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용진 규제합리화위 부위원장, 김민석 국무총리, 이 대통령, 남궁범 규제합리화위 부위원장, 이병태 규제합리화위 부위원장.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첨단 산업 분야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법으로 금지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로봇·바이오·재생에너지·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산업을 대상으로 규제를 대폭 줄인 ‘메가 특구’를 지정하고 연내 특별법을 만들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첫 회의에서 “공무원들이 ‘이것만 하세요’라고 정해 놓으면 현장에서는 규정을 바꿔야 되고 허가를 받아야 되고 이 과정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다만 “사실 저도 말은 이렇게 해놓고 엄청 불안하다. ‘사고가 나면 어떡하나’라는 생각도 든다”고도 했다. 이날 회의는 기존 규제개혁위가 28년 만에 규제합리화위로 전면 개편된 후 처음 마련된 자리다. 위원장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됐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통상 국가라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우리를 맞춰야 한다”며 “이를 맞추지 못하면 우리는 시장에서 도태되고 생존할 수 없으므로 규제 합리화는 우리의 운명”이라고 했다.

회의에선 전 부처가 참여해 규제 특례와 정책 지원을 하는 첨단 산업 메가 특구 조성 방침도 나왔다. 역대 정부들도 ‘규제 특구’를 도입하려 했지만 환경·노동·외국인 투자 관련 규제 완화를 둘러싼 정치권의 반발과 부처 간 갈등으로 인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 대통령은 “(규제 합리화) 위원회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부처는 할 수 없다고 최종 결론이 나면 청와대로 보고해 달라. 그럼 제가 정리를 하겠다”고 했다. 규제 개혁을 직접 지휘하겠다는 뜻이다.

그래픽=백형선

◇李 “첨단 산업은 네거티브 규제”… 진짜 금지할 것 외엔 다 허용

첨단 산업 관련 규제를 모두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기 위해서 수십 개 이상의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법 개정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메가 특구’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우선 적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고 수준의 규제 특례가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메가 특구에선 행정 절차 처리 기간이 대폭 단축될 전망이다. 부처 간 장벽이나 갈등으로 인한 지연을 줄이기 위해 전 부처를 참여시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내 ‘메가 특구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역대 정부에서 꺼냈던 ‘규제 특구’

과거 정부에도 유사한 시도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 때 추진된 ‘규제 프리존’은 특정 지역에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이었는데, 당시 민주당의 반대로 법안이 폐기됐다. 민주당은 “일거에 수십 가지 법안이 규제 프리존 내에서 무력화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규제 프리존보다 약화된 ‘규제 자유 특구’를 도입했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신산업의 경우 일정 기간 규제를 풀어 주는 게 골자였다. 그러나 실증 기간이 끝난 후 실제 법령 개정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느려 기업들이 사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빈번했다고 한다. 또 규제 권한을 놓지 않으려는 부처 간 갈등도 심해 성과물이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재명 정부는 지역 균형 개발을 가미해 규제 특구의 규모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특정 지역, 특정 영역에서는 규제를 완화하거나 아예 없애거나 이런 것들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거를 대규모로, 지역 단위로 한번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라며 “이번에는 규제 컨트롤 타워가 대통령이 된 만큼 전과 다를 수 있다”고 했다.

◇로봇·바이오 등 4대 분야 메가 특구 지정

정부는 이날 로봇·바이오·재생에너지·AI 자율주행차 등 4대 분야에 대한 메가 특구를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메가 특구로 지정된 지역에는 기업 활동 기반 조성을 위한 재정·금융·세제·인재·인프라·기술 창업·제도의 7대 통합 지원 패키지가 제공된다. 이는 지방 균형 차원에서도 추진되는데, 이 대통령은 “지방 균형 발전은 시혜나 배려가 아니라 국가의 지속 성장을 위한 필수 생존 전략”이라며 “대규모 지역 단위의 규제 특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선 메가 특구 등 첨단 산업·지방 육성을 책임지는 ‘차르(전권을 가진 책임자)’가 필요하다는 언급도 나왔다. ‘로봇 메가 특구 추진 방안’을 보고하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규제 내용, 지원 이런 걸 보면 누군가 차르 같은 사람이 있어서 한번 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우리 스타일인데요. 진짜 필요합니다”라고 했다.

◇李 “적극 행정으로 이 자리 왔지만, 그것 때문에 평생 고생”

정부는 핵심 산업 규제는 글로벌 수준에 맞춰 정부가 규제 필요성을 입증하는 체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기업 규모에 따라 적용되는 획일적인 규제 기준도 합리화하기로 했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늘어나는 규제 부담 때문에 중소기업으로 머무르려 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막겠다는 것이다. 인허가·승인·면허·특허 등을 신청할 때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를 50% 이상 감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 대통령은 “산업 발전 수준이 높아질수록 공공 영역이 민간 영역을 못 따라가는데 지금 대한민국이 그렇다”며 “현장의 필요보다 규제 당국의 편의에 기운 규제는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또 “과거에는 규제가, 속된 표현으로 경제 주체들로부터 뭔가를 뜯어내는 갈취 수단이 되기도 했다”며 “지금은 그 단계는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현장의 필요보다는 규제 당국의 필요에 의한 측면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적극 행정을 하다가 국민의 평가를 받아 이 자리에 오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것 때문에 평생을 고생하고 있지 않느냐”고도 했다. 이어 “열심히 하면 문제가 돼 수사, 감사를 받고 열심히 안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것도 (부적절한 일)”라며 “국무조정실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잘 챙겨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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