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40)이름이 바뀌었네-이예공원

경상일보 2026. 4. 16.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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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담긴 나무 지혜가 충만하다
터 잡은 작은 나무 결기가 넘친다
풋풋한 네잎클로버 땅의 기운 머금는다

고인의 생가터에 유허비각 태어났다
공적이 뿌리 되어 사방으로 뻗고 있다
외교의 선두주자로 이름 떨친 그 인물

뛰어난 외교 실력 후손들이 잊을쏘냐
조국을 위한 정신 잊힐 리 없을 테다
공원의 산조팝나무 발자취를 뿜어낸다

난곡공원을 찾아갔는데 이예공원으로 개칭돼 있다. 예비 지식 없이 찾아간 그곳에서 충숙공 학파 이예 선생의 유허비각을 만났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설명글을 묵독했다. 유허비각이 서 있는 이곳은 이예 선생의 탄생지다. 선생의 자취를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세웠다는 내용이 있다. 역사 속의 인물과 관계있는 공원임을 알게 되니 갑자기 이곳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기존 공원에 새로움을 더한 흔적들이 보인다. 유허비각 옆에서 공원으로 진입하면 원형의 길이 타일로 조성돼 있고 원 안쪽에는 몇 그루의 식물들을 식재해 놓았다. 원형 길에서 안으로 진입하면 짧은 데크와 디딤돌이 놓여 있다. 금연 공원이라는 팻말을 보니 공원이 보호받는다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듬성듬성 서 있는 느티나무들의 몸집이 얼마나 큰지 세월의 흐름을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파고라 옆에도 그늘이 돼 줄 느티나무가 듬직하게 서 있다. 일단 안으로 들어서면 둥근 광장이다. 주변으로는 나무들이 에워싸고 중앙에 아이들의 조합놀이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주변의 민가와 공원이 답답하게 붙어 있지 않다. 사면이 낮은 담과 나무울타리로 형성돼 있다. 사면이 막힌 데 없이 개방감을 주는데 모서리 한켠에 유허비각이 있어 그 부분만 공원과 맞닿은 셈이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단풍나무 위주이지만 여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느티나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세월을 함께 한 느티나무는 수피가 허물벗기 하듯 벗겨져 있다.

조합놀이대와 운동기구는 운동장처럼 둥글게 형성된 가운데에 놓여 있다. 돌담으로 경계를 둔 곳에는 나무들만의 공간이다. 한 그루의 은행나무는 모든 가지가 잘린 채 몸통만 남아 있어 멀리서 보면 장승처럼 보인다. 여기는 네잎클로버가 많이 자란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네 개의 잎을 찾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잎들을 만질 것 같다. 화단에는 고양이를 돌보는 작은 공간이 보인다. 이곳 사람들의 동물 사랑이 잠깐 느껴진다.
▲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공원을 둘러보고 다시 유허비각으로 내려왔다. 비각 앞에는 파쇄석이 깔려 있지만 곳곳에 풀들이 올라와 있다. 선생을 기리는 내용을 다시 읽고 경의를 표한 후 석재계단을 밟고 다시 공원을 눈으로 훑었다. 왠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서인 것 같다. 공원에 새로움은 조금 입혔지만 선생과 관련된 내용들이 부족해 보인다. 하드웨어만 바꾸고 소프트웨어는 그대로 둔 기분이다. 안과 밖이 조화로운 모습으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벚나무의 꽃대궁들이 공원길에 떨어져 누렇게 쌓여 있다. 생명을 다한 그것은 이제 꽃과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나름대로 운치를 더해 주고 있다. 공원 담 사이에는 흰 철쭉이, 담 안쪽에는 산조팝나무가 하얗게 피어 있다. 이예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또 하나의 상징이 되어 공원을 환히 밝힌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