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한방울 안나는 韓… 34조 들인 정유설비로 중동발 원유부족 버텨[재계팀의 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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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발 에너지 리스크로 국제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 정유 산업의 경쟁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주유 제한과 항공유 통제 등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한국은 가까스로 석유류 수급을 버텨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원유 정제 능력은 2024년 기준 중국, 미국, 러시아, 인도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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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원유 정제 능력은 2024년 기준 중국, 미국, 러시아, 인도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입니다. 국내 정유 4사는 2007년 이후 약 20년간 약 34조 원을 들여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정제 능력을 고도화했습니다. 그 결과 하루 336만3000배럴 규모의 원유를 정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습니다.
이 같은 경쟁력은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북해 유전을 보유한 산유국인 영국에서조차 기름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지난달 초 일부 주유소가 휴업에 나섰습니다. 당시 영국자동차협회(AA)는 성명을 통해 “공황 구매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비(非)산유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베트남 민간항공국은 지난달 9일 “4월 초부터 베트남 항공사들이 항공유 부족 사태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공지했고, 25∼26일 항공유 급유 단가를 기존 대비 2∼3배 인상하기도 했습니다. 석유 공급 부족 우려로 하노이 시내 주유소 17곳은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한국에서 쉽게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죠.
이처럼 글로벌 곳곳에서 수급 불안과 가격 급등이 동시에 나타난 것과 달리, 국내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해 왔습니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해 가격을 낮춰도 ‘공급 대란’이 벌어지지 않는 배경에는 미리 원유를 확보한 데다 자국 내 정제 능력이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3월 4주 차 기준 한국의 L당 보통 휘발유 세전 공급가는 960.1원으로, 일본 1247.5원, 캐나다 1503.7원, 뉴질랜드 1878원보다 낮았습니다.
산유국이 아님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석유 수급과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내 정유업계가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정제 경쟁력과 공급망 운영 역량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원유가 있어도 정제 능력이 없어 휘발유와 항공유 대란이 벌어지는 일부 산유국들과 다른 점이죠. 위기 상황에서 한국 산업의 ‘최후의 기반’ 역할을 수행하는 우리 제조업의 역할을 다시 한번 눈여겨볼 시점입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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