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와 전기차, 트럼프의 변심이 무섭다 [아침을 열며]

2026. 4. 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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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한 차례 미뤄졌던 미중 정상회담이 베이징에서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중국산 전기차의 미국 판매를 막을 이유가 없다고 언급한 적이 있으며 BYD 등 중국 메이커들은 이미 발 빠르게 멕시코, 캐나다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보조금 폐지로 판매가 급격히 위축된 미국 전기차 시장에 저렴한 중국산이 대거 풀린다면 이는 미국 시장을 바라보고 투자해온 한국 이차전지, 완성차 기업들에는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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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
배터리, 전기차 합의 가능성
유럽·아세안 공략 서둘러야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LS의 ESS 솔루션이 전시되어 있다. 뉴시스

5월 14일, 한 차례 미뤄졌던 미중 정상회담이 베이징에서 열린다. 두 나라 정상은 이번에도 서로 필요한 것들을 주고받을 것이다. 연말 선거를 앞둔 미국과 '15차 5개년 경제규획' 첫해를 맞이한 중국이 상대에 바라는 바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중국은 아마도 미국산 대두, 원유 등의 구매를 약속하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접근성 완화를 요구할 것이고 미국은 대중 관세 인하와 중국산 상품 수입 확대를 내주며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에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요청할 것이다.

그러나 정상회담 테이블에는 안건에 없었던 이슈가 돌발적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는 중국이 이란과의 갈등 중재자 역할에 대해 미국에 새로운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 생각하지 못한 다른 무언가를 들고나오면서 미국에 대가를 내놓으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미국이 여기에 대해 제시할 수 있는 카드 중에는 중국산 에너지 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규제 완화가 포함될 수 있다. 중국산 전기차의 미국 진출 허용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ESS와 배터리 셀은 구분해야 한다. 미국이 중국산 ESS 사용을 금지하는 이유는 ESS가 배터리 셀과 시스템 운영, 통제, 감시 및 데이터 전송 시스템으로 구성되며 여기에서 생성, 전송되는 데이터는 국가 에너지 인프라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터리 셀은 무심하게 에너지를 저장하고 내어주는 기능만을 담당한다. 충분한 양의 '안전한' ESS 제조에 필요한 배터리 셀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없다면 미국은 ESS는 묶지만 배터리 셀은 한시적으로라도 풀어줄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지만 이차전지 공급망 구조조정을 앞둔 중국에도 잠시 숨통을 틔워주는 일이다.

전기차도 다르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중국산 전기차의 미국 판매를 막을 이유가 없다고 언급한 적이 있으며 BYD 등 중국 메이커들은 이미 발 빠르게 멕시코, 캐나다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보조금 폐지로 판매가 급격히 위축된 미국 전기차 시장에 저렴한 중국산이 대거 풀린다면 이는 미국 시장을 바라보고 투자해온 한국 이차전지, 완성차 기업들에는 재앙이다.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고생하다가 이제 겨우 ESS라는 새 활로를 찾아 숨을 돌려보려는 순간에 뒤통수를 맞는 격이다. 예전이라면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냐고 가벼이 넘겼을 일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러니 이제는 정말로 미국만 보고 갈 수 없다. 성장세가 두드러진 유럽 시장, 원유 충격으로 대체 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커진 아세안 시장에도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은 이미 두 시장 모두에 손을 뻗쳐 놓았다. 유럽은 역내 공장을 짓는 기업이라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환영하는 분위기이며 아세안 국가들은 기존 자동차 산업 기반을 중국의 기술과 자본으로 전기차 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몇 대나 팔 수 있을지 모를 작은 국가에까지 진출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소식을 이제는 그들이 부리는 허세라고 가볍게 웃어넘길 수는 없다.

이미 많은 투자가 집행된 미국 시장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다른 시장들을 살필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리스크는 분산시키지 않을 때 어느 날 갑자기 실제 위협이 되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임성균 배터리다이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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