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 [51] 72공정을 거쳐 만드는 고운 꽃신

윤주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자연유산위원 2026. 4. 15. 23: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십장생(위)과 모란 무늬가 각각 수놓아진 수혜. 국가유산청 전승공예품은행 소장품. /황해봉 화혜장

좋은 신발이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준다고 했다. 하여, 꽃길만 걸으라는 덕담도 있는 듯하다. 그 마음까지도 담아 한 땀 한 땀 전통 신을 만드는 장인을 ‘화혜장’이라 한다. 신목이 있는 장화형 신발을 ‘화(靴)’라고 하고 신목이 없는 신발을 ‘혜(鞋)’라 하는데, 그 장인을 통칭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꽃신은 수를 놓은 신으로서 수혜라고 부른다.

조선시대 신발을 만드는 장인은 세분화된 전문 기술자였다. 신분과 성별, 용도에 따라 많은 종류를 만들었던 전통 신은 근대화 물결을 타고 들어온 고무신과 구두의 등장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다행히 왕의 신을 제작했던 집안에서 5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황해봉(74) 화혜장이 2004년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로 인정됐다. 황 화혜장은 전통 신발을 만들려면 한 켤레에 공정이 72번 필요하다고 했다. 그중 정교하게 가죽을 다루며 멧돼지 털을 실에 꿰어 바느질하는 것과 신코를 만들 때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 전통 신발은 선이 아름다워요. 버선 위에 신다 보니 버선코 모양이 잘 들어맞게 신코 끝이 우뚝하고 유려하게 이어지는 멋이 백미예요. 그 곡선을 잘 살리고 가죽과 비단을 상하지 않게 하는 재료로 멧돼지 털이 좋습니다. 힘이 있으면서도 휘어지기도 하거든요.”

복고풍이 유행한 1980년대 말에서 1990년 초반에 황 화혜장은 2~3일에 한 켤레씩 만들며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최근 서울에 온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가 우리 전통 문양을 접목한 꽃신 하이힐을 선물받고 기뻐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메릴 스트립도 반한 고운 꽃신을 신고, 돌아오는 삼짇날에 꽃길 따라 화전놀이를 하러 가볼까나.

지난 8일 서울에서 열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기자간담회에서 '꽃신 하이힐'을 선물받고 기뻐하는 배우 메릴 스트립(왼쪽)과 앤 해서웨이. /장련성 기자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