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겪다 숨진 네 살 동희…법원, 4억 배상 판결
정당한 사유 없이 이송 거부

'응급실 뺑뺑이(구급차에 실린 환자가 치료받을 응급실을 찾지 못해 거리를 헤매는 상황)'를 겪다 숨진 김동희(당시 4세)군 사건 관련해 병원이 4억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민사1부(부장 김동희)는 15일 김 군 유족이 병원 두 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에게 원고 청구액(5억7,898만 원)의 70%인 약 4억 원을 공동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만성 편도염을 앓았던 김 군은 2019년 10월 4일 경남 양산 A병원에서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았다.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라 여겼지만, 김 군은 회복을 위해 B병원에 입원 중이던 그해 10월 9일 새벽 피를 왈칵 토하며 상태가 악화됐다. 그러나 해당 병원 응급실 의사는 김군을 치료하는 대신 119구급대에 인계했다.
김군을 태운 119구급대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김군이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았던 A병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A병원은 ‘심폐소생 중인 응급환자가 있으니 다른 병원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사실상 치료를 거부했다. 결국 20㎞ 떨어진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김군은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 이듬해 3월 11일 숨을 거뒀다.
수사 결과 당시 A병원 응급실에는 김군의 이송을 거부할 만큼 위중한 환자는 없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 진료를 거부한 A병원과 제대로 된 처치 없이 119구급차에 환자를 태워 보낸 B병원 모두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동희 아버지는 2022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혼자 남은 동희 엄마가 먼저 떠난 아들과 남편을 대신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 홀로 싸워왔다"며 "동희 가족 사건은 우리나라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이 형사고소를 할 수 밖에 없는 울분과 입증의 어려움을 시청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밝혔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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