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에 마주 앉은 레바논·이스라엘…“협상 지속”

이영경 기자 2026. 4. 1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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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중에도 헤즈볼라와 무력 충돌…실효성 의구심
입으로만 “평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정면 가운데)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된 나다 하마데 모아와드 주미 레바논 대사(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예히엘 라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왼쪽에서 두번째)의 회담 도중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헤즈볼라 무장해제 공감대 확인
미·이스라엘 ‘레바논 휴전’ 부인
헤즈볼라와 정치적 갈등 심화 우려

이스라엘 건국 이후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았던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미국의 중재로 33년 만에 직접 회담을 하고 향후 평화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계속 공습하고 헤즈볼라가 회담 자체에 반대하고 있어 양국 협상이 실질적 성과를 낼지는 의문시된다.

나다 하마데 모아와드 주미 레바논 대사와 예히엘 라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14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함께 미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했다. 외교 관계가 없는 레바논과 이스라엘 사이에 고위급 회담이 열린 건 1993년 이후 처음으로,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양국은 분쟁 상태를 이어왔다.

이번 회담에서 당사국들은 헤즈볼라 무장해제에 대해 공감대를 확인했다. 라이터 대사는 “우리와 레바논은 헤즈볼라의 악을 근절해야 한다는 데 같은 입장”이라면서 “이란과 헤즈볼라는 크게 약화했다. 지금이 기회”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번 회담을 두고 “20~30년간 이 지역에서 지속돼온 헤즈볼라의 영향력을 영구적으로 종식하는 데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모아와드 대사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이 시급히 종식돼야 하며 “영토 보전과 완전한 국가 주권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휴전과 피란민 귀환 등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결하고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촉구했다. 레바논은 헤즈볼라 무장해제를 위해 미군이 레바논 군대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이스라엘은 이번 회담 의제에 레바논 휴전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란과 파키스탄은 지난 7일 체결한 미·이란 휴전 합의에 레바논도 포함된다고 주장하지만 미·이스라엘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회담 후 성명을 내고 “적대행위 중단에 대한 합의는 미국이 중재한 양국 정부 간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하며 별도 경로를 통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는데, 이는 미·이란 휴전 대상에 레바논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피라스 막사드 유라시아그룹 중동 담당자는 “레바논에 대한 이란의 지속적인 영향력 행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신호”라며 “이란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노력을 방해하고 좌절시키려 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헤즈볼라 지도자 나임 카셈은 이번 회담을 전면 거부하며 레바논 정부에 회담 철회를 요구했다. 카셈은 레바논 정부에 “이스라엘의 도구가 되지 말라”며 회담이 레바논 점령을 노리는 이스라엘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공작원들을 소탕하기 위해 레바논 남부를 침공했을 때 이에 맞서 싸우기 위해 결성됐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를 장악하고 있으며, 레바논 내각에서 두 개의 장관직을 맡는 등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그간 레바논군은 병력과 장비가 열악해 헤즈볼라를 통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직접 회담이 진전되더라도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국 회담이 레바논 내부의 정치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베이루트에서는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이스라엘과의 회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회담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도시 빈트주베일 진입 작전에 돌입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 공격으로 최소 3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 공격을 지속했다. 미·이란 전쟁 발발 이후 레바논에서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2124명이 사망했으며 그중 168명이 어린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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