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480억원대 배임 고소사건을 수사하면서 수사 정보 유출부터 공문서 위조 묵인, 전산망 기록 변작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백화점식' 사건 조작 행태를 보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본보 4월 14일자 4면).
15일 고소인에 따르면 세종씨씨가 천모씨 등 6명을 고소한 사건의 처리 과정은 수사 기관의 법 왜곡 적용을 넘어선 조직적 사건 조작 정황으로 얼룩져 있다.
◇'기소 의견' 뭉개고, 위조 문건엔 수사 정보가…
2020년 5월 고소된 후 2년 6개월간 수사하는 동안 담당 검사와 수사관이 12명이 교체됐다. 2022년 10월 담당 수사관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으나,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 이모 검사는 2023년 2월 16일 고소인에 대한 추가 조사나 수사관의 기소 의견에 대한 어떤 반박도 없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이후 형식과 내용이 다른 세 종류의 불기소결정서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고소인이 2023년 2월 17일 서울중앙지검 민원실에서 공식 발급받은 문서는 16쪽이었으나, 피의자 측이 3월 서울중앙지법의 3개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한 문서는 바코드조차 없는 19쪽 분량이었다. 고소인 측이 민사 재판의 준비 서면을 작성하던 중 이런 문건을 발견했다.
특히 19쪽 문서에는 고소인과 피의자도 알 수도 없는 참고인 진술 등 핵심 수사 내용이 '3쪽 4줄'가량 상세히 들어있다. 한 변호사는 "검찰 측이 수사 정보를 피의자 측에 유출하고, 변호인이 이를 대리 작성했다는 결정적인 '스모킹건' 문건"이라고 말했다.
◇수사 요청하자 전산망 기록 갈아치워 은폐
고소인이 2023년 5월 8일 법원에 제출된 위조 문건에 대해 수사를 요청하자 검찰은 기상천외하게 대응했다. 국가기관인 검사 이름이 도용당해 사법 정의를 해친 것에 대해 수사하는 대신, 검찰 전산망(형사사법포털)에 등록된 기존 16쪽의 불기소결정서를 피의자 측이 제출한 19쪽 문건으로 교체(변작)한 것이다. 이는 수사 정보 유출을 은폐하기 위해 국가 공전자기록을 사후에 조작한 중대 범죄라는 것이 고소인 측의 주장이다. 일본 오사카지검에서는 2010년 증거 서류의 날짜를 조작한 검사가 구속되고,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등 혹독한 자정 과정을 거친 바 있다.
고소인의 항고에 따라 재기수사를 맡은 신모 검사 역시 위조 의혹에 대한 조사 없이 2023년 5월 22일 또다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조작 의혹 사건의 진실을 규명할 기회를 검찰이 스스로 내팽개쳐 그 배경에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담당 검사가 불기소결정서를 전산에 입력할 때 '윗선'의 내부 결재가 필수적"이라며 "이번 조작은 검찰 상위 라인의 공모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기철기자 leekic2@gnnews.co.kr
■480억원대 배임사건 조작 의혹 주요 일지
2020. 05. 06 = 세종씨씨, 천모씨 등 6명을 480억원 규모의 배임 혐의로 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