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숨 가빴던 ‘월드컵 모의고사’

해발 2100m서 북중미컵 풀타임
산소 농도 낮아 수비에 더 집중
월드컵 2개월 앞두고 값진 경험
LAFC는 1 대 1 무승부로 4강행
손흥민(34·LAFC)이 멕시코 고지대에서 치른 실전 무대를 통해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위한 ‘선행 학습’을 마쳤다. LAFC는 극단적인 수비 축구로 팀의 4강행을 이뤄냈지만 고지 환경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대단한지 선명하게 드러났다.
LAFC는 15일 멕시코 푸에블라의 에스타디오 쿠아우테목에서 열린 크루스 아술과의 2026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 8강 2차전에서 1-1로 비겼다. 1차전에서 3-0으로 승리한 LAFC는 1승1무(4득점 1실점)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LAFC는 철저히 수비 중심으로 기울었고, 4-5-1 또는 5-4-1 형태로 내려앉아 체력 소모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LAFC는 경기 하루 전 멕시코에 도착했고, 해발 약 2100m에 위치한 고지대 환경에 적응할 시간 자체가 없었다. 산소 농도가 낮아 선수들의 심박수는 빠르게 올라갔고, 활동량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공격 전개를 포기하고 ‘버티는 축구’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역할을 조정했다.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적극적인 침투와 스프린트보다는 수비 가담과 간격 유지에 집중하며 팀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인저리타임을 포함해 100분 가까이 풀타임을 뛰었지만 공격수로서 영향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LAFC는 후반 추가시간 데니스 부앙가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무승부를 일궜다. PK는 손흥민의 스루패스를 아론 롱이 찬 게 상대 수비수 팔에 맞으면서 나왔다.
고지대 환경에 익숙한 크루스 아술은 높은 점유율과 적극적인 압박으로 LAFC를 몰아붙였다. 다만 마무리 슈팅과 마지막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져 추가 득점하지 못했다. LAFC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10차례 이상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냈다.
한국의 월드컵 조별리그 1, 2차전 장소는 해발 약 1570m인 과달라하라다. 이날 경기 장소보다 500m 정도 낮다. 생리학적으로도 2100m에서는 최대산소섭취량이 평지 대비 약 10~15% 감소하는 데 비해 1570m에서는 약 5~8% 줄어든다. 손흥민은 이 어려운 환경을 먼저 경험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경기 운영과 체력 안배 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조별리그 1차전 상대 체코는 베이스캠프 환경이 고지 적응에 불리해 불만이 많다. 2차전 상대 멕시코는 홈팀으로 고지대 환경에 익숙해 한국보다 유리하다. 3차전 상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멕시코에서 1차전 뒤 미국으로 이동해 2차전을 소화하고 다시 멕시코로 이동해 한국과 맞붙는 강행군을 이어가야 한다.
축구계 관계자는 “LAFC가 하루 전 도착해 공격을 포기한 채 수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고지대에서는 준비 여부가 곧 경기력으로 직결된다. 고지대에 충분히 대비한다면 상대보다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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