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단골’ 나홍진·박찬욱 등 4인, ‘K-무비’ 위상 높인다
- ‘칸느박’은 황금종려상 등 심사
- 연상호는 ‘군체’로 미드나잇
- 정주리 ‘도라’는 감독 주간 입성
- 지난해 ‘초청작 0편’ 굴욕 씻어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주요 부문에 단 한 편의 초청작도 배출하지 못하며 위기론에 휩싸였던 한국영화가 올해엔 3편을 보내며 한시름 덜게 됐다. 나홍진 연상호 정주리 감독이 그 주인공으로, 심사위원장에 위촉된 박찬욱 감독까지 더하면 더 풍성해 보인다. 눈여겨 볼 건, 이들 모두 칸영화제와 오랜 인연을 맺어 온 감독들이라는 점. 칸은 특정 감독을 애정·선호하는 경향이 짙은데, 이는 한국 진출작뿐 아니라 모든 부문에서 올해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먼저 나홍진 감독은 ‘호프(HOPE)’로 제79회 칸국제영화제 핵심 섹션인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한국영화가 칸 경쟁 부문에 진출한 건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이후 4년 만이다. 나홍진 감독은 칸과 각별한 인연을 이어온 연출가다. 그는 첫 작품 ‘추격자’(2008, 미드나잇 스크리닝)를 위시하여, ‘황해’(2011, 주목할 만한 시선), ‘곡성’(2016, 비경쟁 부문)으로 칸 무대를 밟은 바 있다. 이번 ‘호프’ 초청으로 장편 연출작 전편이 칸영화제에 초청되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호프’는 순제작비 500억 원 이상으로, 역대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 나홍진 감독의 10년 만의 컴백작인 데다가, 황정민 조인성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으로 꾸려진 호화 캐스팅, 베일에 싸인 이야기 등으로 일찍이 기대작으로 꼽혀왔다.
지금까지 알려진 ‘호프’에 대한 정보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항구마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라는 점 외에는 없다. 정확한 이야기 전개나 장르는 베일에 싸여 있는데, 티에리 프레모 칸 집행위원장이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 장르가 바뀐다”고 소개하면서 호기심에 더욱 불을 질렀다. ‘호프’는 아직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인 단계로 나홍진 감독은 배급사를 통해 “남은 시간 동안 분발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연상호 감독 역시 칸이 지속적으로 애정을 보내온 연출가다. 연 감독은 ‘돼지의 왕’으로 2012년 감독주간에, ‘부산행’으로 2016년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바 있다. 올해엔 ‘군체’를 통해 다시 한번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이 부문은 액션 스릴러 공포 판타지 등 장르 영화 가운데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화제작을 선별해 심야에 상영하는 섹션이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확산으로 건물이 봉쇄되고, 감염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암살’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하는 전지현과 함께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 고수 등이 출연했다. 칸은 배우들에게도 꿈의 무대로 꼽히는데, 전지현은 ‘군체’를 통해 칸의 무대를 처음으로 밟게 됐다.
정주리 감독은 감독주간 부문에 초청된 ‘도라’로 칸에 입성한다. 나홍진 연상호 감독처럼 정주리 감독 역시 칸과 첫 인연이 아니다. 전작 ‘도희야’(2014, 주목할 만한 시선)와 ‘다음 소희’(2022, 비평가주간 폐막작)로 일찍이 칸이 애정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도라’는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상처를 지닌 소녀가 또 다른 여성과의 만남을 통해 치유를 경험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일본 배우 안도 사쿠라가 처음으로 한국영화에 출연해 눈길을 끈다.
그리고 ‘칸느박’으로 유명한 박찬욱이다. 박찬욱 감독은 칸이 애정하는 작가로 정평이 난 연출가다. 2003년 ‘올드보이’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시장에 소개된 박찬욱 감독은 이후 ‘박쥐’(2009년 심사위원상), ‘아가씨’(2016년 경쟁 부문 진출), ‘헤어질 결심’(2022년 감독상) 등으로 꾸준히 칸영화제와 인연을 이어왔다. 올해 심사위원장 위촉으로 박찬욱을 향한 칸의 신뢰가 다시금 입증됐다. 아시아 감독이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는 건 지난 2006년 왕가위 감독 이후 20년 만이다.
또 칸의 단골 초청 감독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고레에다 히로카즈, 크리스티안 문주, 아스가르 파르하디 역시 경쟁 부문에서 만날 수 있다.
정시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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