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오디세이] 무덤에서부터 시작되는 부활

경기일보 2026. 4. 1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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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에서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바오바브) 나무를 소개하는 장면을 봤다.

바오밥 나무는 수명이 길어 수천년을 살 수 있고 생김새는 나무를 거꾸로 박아 놓은 것처럼 생겼다.

보통 큰 바오밥 나무의 경우 1천년 이상 자라면 속이 비어 큰 공간이 생기는데 그 공간에 10만ℓ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수천년을 살아가는 바오밥 나무가 꽃을 피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남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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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념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
김정념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


한 방송에서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바오바브) 나무를 소개하는 장면을 봤다. 바오밥 나무는 수명이 길어 수천년을 살 수 있고 생김새는 나무를 거꾸로 박아 놓은 것처럼 생겼다. 보통 큰 바오밥 나무의 경우 1천년 이상 자라면 속이 비어 큰 공간이 생기는데 그 공간에 10만ℓ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건기가 다가오면 바오밥 나무는 저장된 물을 조금씩 사용하며 나무 스스로가 나뭇잎을 떨궈 수분 발산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바오밥 나무는 건기와 우기를 스스로 조절하는 놀라운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우기를 맞은 바오밥 나무 꽃의 개화 장면이었다. 수천년을 살아가는 바오밥 나무가 꽃을 피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남짓이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무렵 마치 바나나 껍질이 벗겨지듯 꽃잎이 열리고 폭죽처럼 꽃술이 드러나는 장면은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누구도 이 순간을 알리지 않았지만 이 순간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 이들이 있다. 바로 쥐여우원숭이와 나방이다. 이들은 꽃이 개화하자마자 꽃이 준비한 꿀을 맛보는데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꽃이 언제 피는지 나무에 항상 관심을 갖고 자주 바라봤기 때문일 테다.

이 모습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떠올리게 한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사건이었지만 그 순간은 결코 요란하지 않았다. 성경의 말씀처럼 “그분은 모든 백성에게 나타나신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미리 증인으로 선택하신 이들에게 나타나셨다.”(사도 10, 41) 그 증인들은 바로 무덤을 찾았던 이들이다. 마리아 막달레나, 그리고 그의 말을 듣고 무덤으로 달려간 베드로와 요한이었다. 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빈 무덤은 절망의 끝이 아니라 희망의 시작이었다. 부활은 모든 이에게 드러나는 사건이 아니라 기다리던 이에게 허락되는 은총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서 부활을 기다리고 있는가. 혹시 화려한 전례와 장엄한 성가 안에서만 예수 그리스도를 찾고 있지는 않은가. 부활 인사와 오가는 선물 안에서 부활하신 그분을 찾고 있지는 않은가. 물론 그것들 역시 소중하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한 자리는 오히려 그 반대편에 가까웠다. 눈물과 절망, 상처가 고스란히 묻힌 어두운 무덤이었다. 우리에게도 각자의 ‘무덤’이 있다. 상처받았던 기억, 배신의 아픔, 미움과 분노로 얼룩진 시간, 이별과 상실로 눈물 지었던 자리들이다. 우리는 그곳을 외면하고 싶어 하지만 부활하신 주님은 바로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부활은 결코 화려함 속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 간절히 기다리던 이들의 마음 안에서 조용히 피어났다. 그러니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기 위해 우리는 서둘러 무덤을 향해야 한다. 한때 눈물로 가득했던 우리의 ‘무덤’을 향해, 마리아 막달레나처럼 베드로와 요한처럼 그곳으로 달려가야 한다. 그곳, 바로 우리의 눈물 자리에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상처와 아픔, 뒤엉킨 감정들을 텅 빈 무덤처럼 비워 주신 채 기다리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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