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1458> 경남 함안 백이산·숙제봉 둘레길

글·사진=이창우 산행대장 2026. 4. 1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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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에 충의 지킨 조려 기려 개명한 쌍산…솔숲 오솔길 8자 한 바퀴

- 형태 맞춰 ‘팔자 피는 길’ 명명
- 대부분 평탄해 가족산행 적당
- 안내 팻말 거리 표시 들쭉날쭉

- 숙종이 백이·숙제 본따서 불러
- 인근에 조려 생가·채미정·서원
-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 볼만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은 경남 함안군 군북면의 백이산(伯夷山·369.1m)과 숙제봉(叔薺峰·357.4m) 산허리를 따라 8자 형태로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을 소개한다. ‘팔자가 피는 백이산 솔숲 길’로 표기하는데, 필자가 이제까지 삶의 여러 순간을 팔자소관(八字所關)이라며 운명으로 받아들였다면, 이 길을 걸으면서 혹시나 꼬인 팔자가 피지 않을까 싶어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부산 영도구 ‘종점산방’ 회원들이 요즘 영화 ‘왕이 사는 남자’로 주목 받는 단종에게 절개를 지킨 조려의 충절을 기려 이름지어진 경남 함안 군북 백이산과 숙제봉의 산허리를 따라 8자 형태로 조성된 둘레길을 걷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영화계에서 가장 큰 화제를 부른 게 누적 관객 1600만 명을 넘어선 ‘왕과 사는 남자’이다. 현재 역대 관객 수에서 1위 ‘명랑’에 이어 2위로 흥행을 이어간다. 주인공은 단종과 엄흥도(1404~1474)이다. 역사를 보면 단종은 1457년 계유정난(癸酉靖難)으로 세조(수양대군)에게 양위하고 상왕으로 물러나 있다가 사육신(死六臣)이 그의 복위를 도모하다 발각돼 실패하면서 노산군으로 강등돼 강원도 영월 청령포(淸泠浦)에서 죽임을 당한다. 엄흥도는 단종의 유해를 몰래 수습해 장사를 지낸 인물이다.

▮‘왕사남’으로 주목받는 산

탑돌이 공룡발자국은 10m 높이 바위 위에 있어 철계단을 올라가야 볼 수 있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단종이 귀양살이를 했던 청령포가 주목받는 관광지가 됐다.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에 맞서 죽음으로 절의를 지킨 사육신과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낙향해 ‘문을 닫아걸고 나가지 않는다’는 뜻인 두문불출(杜門不出)의 삶을 살며, 살아서 절개를 지킨 분들인 생육신(生六臣)이 새삼 주목받는다.

이때에 맞춰 근교산 취재팀은 부산과 가까운 함안 군북의 백이산과 숙제봉 둘레길을 걷고, 원북리에 있는 생육신의 한 분인 어계 조려(1420~1489) 선생의 생가와 여생을 보낸 정자인 채미정(菜薇亭), 선생이 낚시하며 풍류를 즐기던 고마암(姑摩岩), 여섯 분 생육신을 배향하는 서산서원을 찾아가는 산행을 했다.

백이산과 숙제봉의 유래는 이러하다. 조선 19대 임금 숙종은 노산군을 단종으로 복위했다. 그 과정에서 충의와 정의를 지키고자 권력자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수양산에서 고사리만 캐 먹다가 굶어 죽는 길을 택한 중국 고사 속 백이(伯夷)와 숙제(叔薺)의 절의 못지않게 조려 선생의 지조도 곧고 높다고 평가한다. 숙종은 조려 선생의 고향마을을 굽어보는 쌍안산·쌍봉산을 백이산과 숙제봉으로 바꿔 부르게 했다.

백이산과 숙제봉은 ‘근교산&그너머’ <864>·<1161>편에 등산 코스로 이미 알렸으며, 이번에는 둘레길을 걸으면 ‘팔자가 핀다’는 백이산 솔숲길을 안내한다. 산길은 소나무 숲 구간이 길고 대부분 그늘이며, 완만해 어린이와 어르신이 함께하는 가족 산행을 해도 괜찮다. 취재팀의 이번 답사 산행에 부산 영도의 등산 모임인 ‘종점산방’이 함께했다.

경로는 다음과 같다. 군북역~백이산 등산로 입구~백이산 정상·서촌마을 갈림길~정자 쉼터~둘레길 갈림길~명관리 2번 공룡발자국 화석~탑돌이 공룡발자국 갈림길~1번 탑돌이 공룡발자국~(탑돌이 공룡발자국 갈림길)~약수터~백이산·숙제봉 안부 갈림길~숙제봉 둘레길 갈림길~둘레길·오봉산·숙제봉 능선 사거리~명동 갈림길(~백이산·숙제봉 안부 갈림길)~백이산·둘레길 갈림길~약수터~둘레길 갈림길을 거쳐 군북역으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산행 거리는 안내도 기준 약 8.4㎞이며, 3시간30분 안팎 걸린다.

경전선 군북역 후문을 나오면 정면에는 ‘상데미산’으로 불리는 전투산과 미산봉이 있고, 오른쪽에 있는 봉긋한 산이 백이산이다. 오른쪽 포장길로 간다. 철교 아래 백이산 주차장 입구에서 ‘팔자가 펴이는 백이산 솔숲 길’ 안내도를 보고 둘레길을 숙지한다.

개울의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면 왼쪽에 백이산 들머리가 있다. ‘백이산 정상 2.1㎞·오봉산 7.5㎞, 공룡발자국 2.8㎞’ 이정표와 백이산 등산안내도, 백이봉·숙제봉 둘레길을 알리는 ‘걷기 코스, 출발지점’ 팻말이 있다.

▮팔자를 고친다는 둘레길

생육신 중 한 분인 조려 선생이 여생을 보낸 정자 ‘채미정’.


평탄한 길이 이어지며 둘레길을 표시한 팻말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안내하는데, 워낙 많이 설치한 데다 거리 표시가 들쭉날쭉해 방향만 참고한다. 울창한 소나무 숲에 어린 편백이 빼곡하고, 나무 아래 등산로에는 잎이 파릇한 꽃무릇이 지천으로 심겨 있다. 펼침막에 이달 말까지 꽃무릇을 심는 작업을 한다고 써 놓았으니, 꽃이 피는 가을에 찾아도 좋겠다. 30분 정도면 철탑이 나오고, 이정표 갈림길이다. 백이산 정상(0.8㎞)은 직진한다. 왼쪽은 서촌마을에서 오는 길.

산길은 살짝 가팔라지며 운동기구가 놓인 쉼터를 거쳐 백이산 둘레길 안내판이 있는 이정표 사거리에 선다. 백이산 솔숲 길은 좌우 어느 방향으로 돌아도 된다. 취재팀은 진행 방향을 표시한 오른쪽으로 향했다. 직진은 백이산 정상으로 곧장 간다. 이내 들머리에서 1.5㎞ 지점을 알리는 팻말을 지난다. 이제부터 산의 굴곡을 따르는 평탄한 오솔길을 걷는다. 이런 길이 백이산과 숙제봉 둘레를 걷는 내내 이어진다. 약 20분이면 나무 덱 전망대가 나오며 아래쪽 편평한 바위에 명관리 공룡발자국 화석(2번)이 있다.

명관리 공룡발자국 화석은 90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공룡이 남겼으며, 전체 발자국 수는 100개 정도다. 두 다리로 걷는 새 모양 공룡(조각류)과 네 다리로 걷는 초식공룡(용각류)이 남긴 발자국이다. 이 화석은 산 아래 평광마을에 사는 이영부·마금자 부부 산꾼이 2004년 집 뒤로 올라가는 등산로를 만들다 발견했다. 2009년 40여 개를 더 찾아냈고, 경상남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됐다. 이정표 갈림길에서 오른쪽 덱 계단을 내려갔다 온다. 260m 떨어진 1번 탑돌이 공룡발자국, 100m 떨어진 3번 공룡발자국을 만나기 위해서다.

4, 5분이면 이영부·마금자 부부가 쌓은 정교한 돌탑이 있다. 탑돌이 공룡발자국은 10여m 높이 기둥 모양 바위에 놓인 철 계단을 올라가면 왼쪽 끝부분에 있다. 앞서 2번 공룡발자국 갈림길에서 숙제봉(0.8㎞)으로 향하면 너른 공터 아래 약수터가 있다. 답사 전날 비가 내려 물이 세차게 떨어진다. 샘물로 목을 축인 뒤 살짝 된비알을 올라 2번 공룡발자국 갈림길에서 10여 분이면 백이산과 숙제봉 사이 안부 능선에 올라간다. 오른쪽에 숙제봉 둘레길 안내판이 있다.

둘레길(2.2㎞)은 왼쪽 산비탈을 타고 간다. 직진은 숙제봉 가는 길. 너덜에서 멀리 무학산이 보이는 동쪽으로 조망이 열리고, 산허리를 돌면 숙제봉 남쪽에는 전투산, 진주와 경계인 오봉산이 솟구쳤다. 숙제봉 둘레길 갈림길에서 25분 남짓이면 능선 사거리에 선다. 둘레길(0.8㎞)은 직진한다. 왼쪽은 오봉산으로 가며, 오른쪽은 숙제봉에서 내려오는 길이다. 명동마을 갈림길 한 곳을 더 거쳐 방어산과 연결된 괘방산 능선을 보며 약 15분이면 다시 백이·숙제봉 사이 능선 안부 갈림길에 떨어진다.

여기서 백이산 방향으로 2, 3분 직진하면 나무 침대가 놓인 소나무 숲 쉼터에 갈림길이 있다. 둘레길(0.9㎞)은 오른쪽이며, 백이산 동쪽 산 사면을 에도는 길이다. 완만한 길을 따라 물 마른 샘터를 거쳐 10분이면 백이산 둘레길 갈림길에 닿는다. 왔던 길을 되짚어 25분이면 군북역에 도착한다.

# 교통편

- 군북역이 기종점…원점회귀라 차량이 편리

대중교통은 열차가 바로 연결되지만 운행 횟수가 적어 불편하다. 원점 회귀 코스라 승용차로 가는 게 낫다. 승용차 이용 때는 경남 함안군 군북면 의산삼일로 1992 ‘군북역’을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하고 간다. 타고 간 차는 군북역 철교 밑 백이산 등산로 주차장에 두면 된다.

경전선 열차를 타고 가서 군북역에서 내려도 바로 등산로 입구다. 코레일(철도) 부전역에서 군북행 무궁화 열차는 오전 6시12분 11시17분에 있으며 하루 3회 다닌다. 약 2시간 소요. 산행 뒤 군북역에서 부전역행은 오후 4시36분 6시29분에 있다.

맛집 한곳 추천한다. 현지인이 소개한 함안군 가야면 ‘황포냉면(055-582-2097)’이 괜찮다. 냉면 육수는 천연재료로 만들며, 면은 고구마 전분과 메밀을 섞어 반죽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마다 면을 뽑으니 면발이 졸깃해 냉면 참맛을 느꼈다. 섞어냉면(사진)은 비빔냉면에 물냉면 육수를 넣어주는 방식이다. 4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만 문을 연다. 평일은 오전 11시~오후 3시, 주말과 공휴일은 오후 7시까지 영업한다. 물냉면 12000원, 비빔·섞어 냉면 13000원.

문의=문화체육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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