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어쩌다 산유국보다 더 석유를 펑펑 쓰는 나라가 됐나?

‘우리나라가 세계 주요국 중에서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가장 석유를 많이 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예스(Yes)’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 3일 내놓은 ‘오일쇼크발 스크루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라는 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러면 한국인은 석유를 얼마나 많이 쓸까. 계산법은 국내총생산(GDP, 만 달러 기준)당 배럴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것을 ‘원유의존도’라고 한다. 아마 어느 나라 국민이 그냥 석유를 얼마나 쓰느냐를 가지고 단순 비교를 해서 석유를 얼마나 쓰느냐를 따지는 것보다는 GDP에 비해 얼마나 석유를 많이 쓰느냐를 따지는 것이 더 과학적이기 때문에 나온 지표일 것이다.
예컨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아프리카 국가 어느 지역에서 석유를 쓰는 양과 미국 뉴욕 맨해턴에서 석유를 쓰는 양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할 것이다. 그런 측면을 보정하기 위해 GDP 대비 석유 소비량을 척도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 비교를 보면, 우리나라의 원유 의존도는 5.63배럴이다. 다른 말로 하면 부가가치의 척도인 GDP 1만 달러를 생산하기 위해 원유 5.63배럴을 소비한다는 뜻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나라 중에서 우리나라보다 석유를 더 쓰는 나라는 유럽 제1의 산유국인 러시아(6.46배럴)밖에 없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석유가 영토 안에서 나오지 않고, 중동에서 대규모로 수입하는 일본의 경우 2.94배럴이다.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에너지를 펑펑 쓰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미국이 2.37배럴, ‘짠돌이’로 알려진 독일은 1.60배럴에 불과하다. 산유국인 캐나다(3.80배럴), 멕시코(3.64배럴)도 3배럴대이고, 중국도 3.19배럴이다. 오직 유럽 제1의 산유국인 러시아(6.46배럴)만 우리나라보다 석유를 더 쓴다.(러시아가 얼마나 대단한 산유국인지는 블로그를 인용한 아래 표 참조.)

그럼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은 왜 이렇게 석유를 펑펑 쓰는 나라가 되었을까. 가장 큰 요인은 값이 싸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동을 제약하는 가장 큰 동인 중 하나는 가격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값이 비싸면 해당 재화나 서비스를 덜 쓰고, 값이 싸면 더 쓴다.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에 비해서는 기름값이나 석유(화력발전) 등을 소비하는 전기값 등 에너지 가격이 싸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본전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석유, 전기, 가스 등을 담당하는 공기업의 부채가 증가하거나, 정부가 국민 세금(재정)으로 손실분을 보전해줘야 한다.
솔직히 말해 에너지 가격이 싸면 국민이 살기가 훨씬 편하다. 현대사회에서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으면서 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은 의료나 복지처럼 국민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부분인 것은 맞다.
다만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이 되는 상황에서 석유 최고가격제를 실시한다면서 국민 세금을 5조 원 이상(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정부 안 기준)에 반영하는 것을 정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정부가 ‘가격 변수’를 직접 통제하면서 도입 이후 ‘값싼 주유소’의 대명사였던 알뜰주유소의 기름값보다 대기업 직영 주유소의 기름값이 더 싼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국제유가가 지금 같은 고공행진을 이어간다면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5조 원 이상을 쓴다고 한들 ‘석유 최고가격제’는 앞으로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1970년대 일본에서 인기를 모은 소설 ‘불모지대 (不毛地帯)’에는 일본 종합상사가 중동의 원유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픽션(허구)이기는 하지만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났지만, 일본이나 한국이나 국제유가가 급등했을 때 겪는 일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이번 기회에 한국이 에너지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종합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해동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음식 배달 완료 후 인증 사진에 다리 슬쩍 노출하니 초대박”…팁 3배 껑충 뛴 사연 화제[해외
- 트럼프 “오늘 34척 호르무즈 통과”…한국 26척도 탈출 모색
- “가족 건드렸다”…참다못한 추신수, 결국 40여명 고소
- [학대]이 보이며 웃는 이스라엘 군인, 떠는 女…伊잡지 사진에 전세계 ‘경악’
- [속보]이번엔 광주 중학교…학생, 교사 밀쳐 뇌진탕
- 호르무즈서 사라진 3500억 넘는 미군 드론, 실종 5일 만에 추락 확인
- [속보]아파트서 어머니 살해한 뒤 자해한 40대, 병원서 체포
- [실화]주운 신분증으로 15년간 ‘타인의 삶’?…15억 사기 행각 벌인 50대 여성
- “반미” 외친 이란 고위직 가족 美서 이러고 논다
- “공고 나온 하이닉스 생산직인데 인생이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