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비핵화 미흡·안보 불안만”…평화공존 5개년 새 구상은?

유지향 2026. 4. 1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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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6일, 조선중앙TV 일기예보. 지도 그래픽에서 남한이 사라졌다.)

■ 지워진 '남한'…선명해진 북한의 '두 국가' 기조

북한 방송의 일기예보 지도 그래픽에서 우리나라가 지워진 건 2년여 전 일입니다. 북한은 2024년 1월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날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알리며, 당일 일기예보 방송까지 이렇게 바꿨습니다.

“오늘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근80년간의 북남관계사에 종지부를 찍고 조선반도에서 병존하는두 개 국가를 인정한 기초 우(위)에서 우리 공화국의 대남정책을 새롭게 법화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2024년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김 위원장은 2023년 12월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처음으로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래, 이 기조를 강화해왔습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 2월 25일 노동당 9차 당대회를 폐막하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고, 3월 23일 폐막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헌법이 개정됐습니다. 북한은 헌법 개정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 '두 국가' 기조가 법제화됐으리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분석입니다.

■ 이재명 정부, 5개년 '남북관계 청사진' 공개…'윤 정부 계획' 조기 종료


(2026년 4월 15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제5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을 보고했다.)

이같이 변화된 상황을 반영해, 이재명 정부가 '한반도 평화 공존' 기조에 따라 향후 5개년의 남북관계 정책 방향을 담은 '제5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당시 수립된 '제4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은 당초 2027년까지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정부 교체와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5년 단위 기본계획'으로는 처음으로 조기 종료하고, '5차 기본계획'이 새로 수립됐습니다.

윤석열 정부 당시 '4차 기본계획'은 북한의 비핵화에 보다 중점을 뒀다면, 이재명 정부의 '5차 기본계획'은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앞세운 게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윤 정부 당시 4차 기본계획은 '원칙과 상호주의에 입각한 남북관계', '자유민주적 통일기반', '북한인권 문제 해결' 등을 강조했다면, 새로운 5차 기본 계획은 '남북 간 평화공존 제도화', '한반도 공동성장 기반 구축',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 "윤 정부, 비핵화 진전 미흡했고 안보 불안정성 가중"

이번 '5차 기본계획'에선 앞선 윤석열 정부의 '4차 기본계획'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다는 게 눈에 띕니다. 현 정부는 윤석열 정부 당시 2022년 8월 비핵화 로드맵으로서 제시한 '담대한 구상'이 "북한 비핵화 진전은 미흡한 채 한반도 안보 불안정성만 가중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밝힌 대북정책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맞춰 경제 지원 등의 상응 조치를 단계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게 골자로, 사실상 '선 비핵화 후 보상' 방침을 내세웠습니다. 이는 북핵 문제 해결의 방법론에 있어 북한에 '비핵화' 압박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 겁니다.

이 정책 방향에 대해, 이재명 정부는 "당시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고 대북제재 국제 공조에 주력하면서, 대화와 협력을 통한 근본적인 안보 위협을 해소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계기 북러 밀착 등 대외 관계 지형이 변화하며 북한이 핵무력 고도화로 가는데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 "4차 기본계획 후 남북관계 전면 단절…북한, 두 국가 선언"


(2024년 10월 15일, 북한이 남북을 잇는 경의선· 동해선 연결 도로를 군사분계선 앞에서 폭파했다.)

정부는 제4차 기본계획이 2023년 11월에 발효된 이후, 남북관계가 전면 단절에 이르렀다고 평가했습니다. '4차 계획' 이후 남북회담이 개최되지 않고, 연락채널이 중단됐으며, 북한 주민 접촉 제한 조치에 따라 민간 활동도 제약돼 대북 접촉 자체가 사실상 끊겼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남북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 '상호주의'를 원칙적으로 적용하며 '강 대 강' 대치가 장기화됐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같은 "남북관계 단절 상황 속에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관계' 를 선언하고 대남기구를 폐지했으며, 남북 연결 철도·도로 폭파 등 '대남·통일 지우기'를 시행했다"는 게 이재명 정부의 판단입니다. 2024년 8월 북한은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 철도를 폭파하는 데 이어, 같은해 10월 '남북 경협'의 상징인 육로 도로마저 폭파했습니다.

■ "5년간 청사진…북한 체제 존중·흡수통일 불추구·적대행위 불추진"


(2026년 4월 6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대북 민간인 무인기 침투 사건'과 관련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이재명 정부는 2025년 6월 출범 이래, 남북간 적대와 대결을 종식하고 평화공존의 관계로 재정립하는 걸 도모해왔다고 자평했습니다. 민간단체 대북전단 살포 중지 요청과 확성기 방송 중지 및 철거, 무인기 관련 유감 표명 등을 통해 선제적인 긴장 완화와 신뢰구축 조치로 강대강 악순환을 차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제5차 기본계획'을 통해 '한반도 평화공존 및 공동성장'이라는 비전 하에 남북 간 평화공존 제도화, 한반도 공동성장 기반 구축,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라는 3가지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습니다. 추진 원칙으로는 ▲북한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적대행위 불추진 방침을 재확인 했습니다.

■ "헌법 따라 평화적 통일 점진 추진"…'평화적 두 국가' 표현 안 들어가

정부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역대 정부가 견지해 온 평화적 통일 원칙을 이어 나가겠다며 이를 단계적,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두 국가' 기조라는 현실 속에 '평화적 두 국가' 방침으로 대응한다는 구상은 헌법상 단일국가 원칙과 충돌될 수 있다는 논란을 의식한 듯, 기본계획에 명시적으로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 정부는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대화 여건 조성에 주력하겠다며, '중단-축소-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인 해결 전략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선 단계적,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고 했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협력을 위한 4자·6자 협력 틀의 가동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평화 공존을 제도화겠다며, 그 추진 과제로 남북 군사당국간 통신선·9.19 군사합의의 선제적, 단계적 복원을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앞으로 이같은 중장기 비전을 바탕으로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 "무인기 유감"·"솔직 대범한 자세"…'두 국가' 고차방정식이 관건

지난 4월 6일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민간인 무인기 침투' 관련 유감 표명에 대해,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당일 담화를 내고, '우리 국가수반',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어떤 접촉시도도 단념해야 할 것"이라며 남북대화에는 여전히 선을 그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새로운 대북 로드맵이 북한의 실질적인 호응을 이끌어 내려면, 앞으로 구체화될 정책들은 북한의 '두 국가' 기조라는 고차 방정식을 풀면서 현실화해 나가야 한다는 과제 앞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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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향 기자 (nausik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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