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kg 6만원’ 한계선 뚫린 쌀값…주범은 정부 수급 정책 실패

박수지 기자 2026. 4. 1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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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20㎏ 평균 소매가격이 8개월째 6만원대를 웃돌고, 12개월 연속 쌀값이 전년 대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비축 물량을 풀면서 최근 산지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소매가격은 1년 전보다 16% 비싼 상황이다. 차츰 소매가도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각종 변수에 올여름에도 안심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를 보면, 이날까지 4월 쌀 20㎏ 평균 소매가격은 6만2625원으로, 석달 연속 6만2천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소매가 6만원은 소비자들이 비싸다고 느끼는 저항선”이라고 가리켰던 쌀값은 지난해 9월 6만원 선을 넘어선 뒤, 햅쌀이 나온 10월 6만6천원으로 고점을 찍고 줄곧 6만2천~6만3천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로 봐도 지난해 9월부터 3월까지 쌀값은 전년 대비 두자릿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2%에 그쳤고, 농축수산물은 0.6% 감소한 반면, 쌀은 15.6% 오르며 고공행진 중이다.

격리·생산·수요…수급 예측 엇나가

장기간 이어지는 쌀값 급등은 수급 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됐다. 2024년 대규모 격리가 시발점이었다. 농식품부는 2024년산 쌀 26만톤을 격리했다. 당시 초과 생산분(5만6천톤)의 4.6배 수준이었다. 9월 산지 쌀값이 전년 대비 12% 넘게 폭락하자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 윤석열 정부가 시행한 조처였다.

그러나 대규모 격리가 부메랑이 됐다. 2025년 햅쌀이 나오기 전이라 통상 쌀값이 오르는 단경기(7~9월)에 시장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다. 정부는 지난해 8~9월 이례적으로 수확기 직전 정부양곡 5만5천톤을 대여 방식으로 시중에 공급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지난해 10월 쌀값은 6만6127원으로 치솟았는데,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월간 가격 통계를 공표한 2010년 이래 역대 최고치였다. 2024년산 쌀 재고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 7천톤만 남았는데, 평년(3만9천톤)의 18%, 전년(6만톤)의 12%에 불과했다.

여기에 2025년산 생산량마저 예상보다 줄었다. 전략작물직불제 등 쌀 생산량을 줄이려는 정부 생산 정책에 깨씨무늬병 등 병충해, 이상고온 현상 등이 겹치면서 최종 생산량이 353만9천톤으로, 전년 대비 46만톤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예상치(357만4천톤)보다도 3만5천톤 더 적었다. 재고도 없는 상태에서 생산량까지 예상을 밑돈 것이다.

수요 예측도 엇나갔다. 구조적으로 1인당 쌀 소비량은 꾸준히 감소 추세인데, 지난해 즉석밥·떡 등 가공식품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올해 1월 발표된 2025년 양곡 소비량 조사를 보면, 케이푸드 열풍 등으로 사업체 가공용 쌀 소비가 2024년 87만3천톤에서 2025년 106만5천톤으로 22% 급증했다.

쌀은 정부가 온전히 시장에 맡기지 않고 생산·유통량을 조절해 적정 가격을 관리한다. 정부는 연간 쌀 생산량을 관리하고 예측하며, 가격 등락에 따라 격리 또는 공급을 하면서 시장에 관여한다. 문제는 지난해 쌀 생산량은 예측보다 적었고(3만5천톤 미달), 쌀 수요는 식품 가공용을 중심으로 예측치를 초과(4만톤)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지난해 10월 쌀 10만톤을 격리하겠다던 계획을, 올해 2월 15만톤 이내에서 공급하겠다고 180도 바꿨다.

외식 물가 압박에도…전쟁 등 생산비도 부담

1년간 이어진 쌀값 상승세가 외식 물가로도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기준 떡(4.6%), 삼각김밥(3.8%), 된장찌개백반(3.8%) 등의 상승률은 전체 물가상승률(2.2%)을 웃돌았다. 다만 물가당국조차 최근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기름값과 비료 가격 등이 치솟아 농가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쌀값을 낮추려는 대책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적극적인 쌀값 관리는 두달 뒤 전국지방선거를 앞두고 농민들의 표심을 자극할 우려도 있다.

이달 발표된 ‘2025년 논벼 생산비 조사’를 보면, 이미 종묘·비료 등 직접생산비도 1년새 4.5%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장기간 물가상승세와 견주면 여전히 쌀값은 너무 낮다는 현실도 있다. 2005년을 기준점(100)으로 보면, 2025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156.7 수준인 반면, 쌀은 145.7로 전체 물가보다 더디게 올랐다.

정부 양곡 10만톤이 우선 시중에 풀리면서 최근 한달간 산지 쌀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박한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장은 “정부 양곡 10만톤 공급으로 산지 쌀값이 하락했고 소매가에도 반영되면 당분간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기상 상황과 실제 벼 재배면적 등에 따라 단경기인 여름철 가격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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