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부터 소비까지 ‘커피 밸류체인’ 산업화 한목소리 [커넥트 커피 부산 2026]
생두 90% 부산항 통해 수입 후
상당량 수도권 가공·재유통 현실
물류 인프라와 제조 기반 연결
지역에서 부가가치 창출 시급
데이터 축적·인공지능 활용해야
로스팅 계량시스템 보완도 필요


부산이 '커피가 들어오는 도시'를 넘어 '커피산업 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커넥트 커피 부산 2026’ 첫 번째 세션에서는 생산부터 소비까지 이어지는 커피 밸류체인을 하나의 구조로 연결해 산업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AI·데이터로 기반 ‘설명 가능한’ 커피
좌장을 맡은 부산 커피기업 (주)엘지씨 임수정 대표는 "부산은 대한민국 커피 산업에서 매우 특별한 도시다. 국내 수입 생두의 약 90~95%가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고, 1만 개가 넘는 카페와 다양한 커피 축제, 관광자원까지 갖추고 있다"면서도 "커피가 이 도시 안에서 얼마나 가공되고, 얼마나 데이터화되고, 얼마나 브랜드와 산업으로 연결돼 콘텐츠로 재생산되고 있는지는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스팅 현장에서는 여전히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는 생산 구조가 한계로 지적됐다. 계량 오차와 숙련도 차이에 따라 품질 편차가 발생하고,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문제는 더욱 확대된다는 설명이다. 부산 커피업체 RBH 김종현 과장은 "소규모 업체에서는 어느 정도 문제를 조절할 수 있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인력에 의존하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해진다"며 "정밀한 계량 시스템, 반복 가능한 프로파일 관리, 사람을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 기반 생산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은 생산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수단으로 제시됐다. 생두 특성, 재배 방식, 로스팅 환경 등 다양한 변수를 데이터로 축적하면 품질의 객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생두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에그스톤 정지훈 대표는 "생두, 가공, 유통, 로스팅에 이르는 전 과정의 데이터가 연결되면, 그동안 단절돼 있던 정보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된다"며 "이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커피 산업 전반에 객관성, 재현성, 예측성이 생긴다"고 밝혔다.
■커피, 흐름에서 산업으로
부산의 강점인 물류 인프라는 아직 커피 산업으로 연결되지 못한 상태라는 진단도 나왔다. 현재는 생두가 수입돼 보관된 뒤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부산으로 들어온 생두의 상당량은 수도권에서 가공된 뒤 다시 유통된다. 이는 지역 내 부가가치가 외부로 유출되는 대표 사례로 꼽혔다.
지역 내 가공과 유통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커피가 산업화해야 한다. 산업화를 위해서는 커피 관련 산업의 '집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텐퍼센트커피 문주호 상무는 "커피 한 잔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는 생산, 가공, 물류, 유통, 브랜드 등 다양한 산업이 연결돼야 하는데, 지금은 기업별·산업별로 분절돼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며 "이제는 단순히 좋은 브랜드가 있는 도시를 넘어서, 장기적으로 커피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적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산은 이미 물류와 제조 기반을 갖춰 클러스터 형성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글로벌 앵커기업 유치, 규제 완화, 산업 간 융합 구조 구축이 필요하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문성아 과장은 "국내외 앵커기업이 들어와야 산업 생태계가 형성된다"며 "물류·제조 관련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또 AI, 물류, 브랜드, 콘텐츠가 결합해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류기업 비앤피로지스틱스 김인호 대표는 "지금의 부산은 커피가 도착하는 도시일 뿐, 커피의 가치가 시작되는 도시는 아니다"며 "현재 부산은 흐름에 머물러 있고, 이제는 그 흐름에 의미를 더하고 산업화해야 할 시점이다. 이 과정에서 자동화와 사일로(대형저장고) 기반 시스템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정책 방향 역시 단순 지원 확대가 아닌 산업구조 재설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산업 간 융합 이해를 갖춘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부산테크노파크 신수호 단장은 "부산 커피 산업은 데이터 활용, 브랜드 전략, 글로벌 대응 등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지금까지는 바리스타 중심의 기능 인력에 집중돼 있었지만, 앞으로는 산업 전반을 설계하고 확장할 수 있는 인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