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냅스 '가지치기'하자 기억력 좋아졌다…뇌 회로 편집 첫 개발

임정우 기자 2026. 4. 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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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서 시냅스 일부를 골라 잘라내자 남은 시냅스의 신호 전달 능력이 오히려 높아지며 기억력이 좋아지는 현상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시냅스 수가 비정상적으로 많거나 적어서 생기는 자폐·조현병 등 뇌 질환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구팀은 신트로고 기술이 시냅스 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자폐증, 시냅스 연결에 이상이 생기는 조현병, 시냅스가 소실되는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뇌 질환에서 손상된 회로를 다시 짜는 치료 도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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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줄 왼쪽부터 이상규 IBS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 차세대 연구리더, 이창준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장, 원우진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 선임연구원. 아랫줄 왼쪽부터 김규현, 이계주 한국뇌연구원 연구원, 김신흔 IBS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 선임연구원. IBS 제공

뇌에서 시냅스 일부를 골라 잘라내자 남은 시냅스의 신호 전달 능력이 오히려 높아지며 기억력이 좋아지는 현상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시냅스 수가 비정상적으로 많거나 적어서 생기는 자폐·조현병 등 뇌 질환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과 한국뇌연구원 공동연구팀이 뇌의 별세포를 이용해 원하는 시냅스만 골라 제거하는 '신트로고'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15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시냅스는 신경세포와 신경세포를 잇는 연결 지점으로 정보가 오가는 통로다. 사람의 뇌에는 수조 개의 시냅스가 복잡하게 얽혀 거대한 연결망인 '커넥톰'을 이룬다. 기억, 감정, 판단 같은 인지 기능은 모두 커넥톰 위에서 작동한다. 기존 뇌 연구는 시냅스를 지나는 신호의 세기를 조절하는 데 집중해 왔을 뿐 연결망 자체를 뜯어고치는 것은 불가능한 영역으로 본다.

연구팀은 면역세포가 상대 세포의 일부를 뜯어 먹듯 떼어내는 '트로고사이토시스'라는 현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뇌에서 신경세포를 돕는 보조 세포인 별세포가 같은 역할을 하도록 인공 단백질을 설계했다.

제거하려는 시냅스에는 형광 물질을, 별세포에는 형광 물질에 달라붙는 수용체를 달아 둘이 강하게 결합하도록 만들었다. 별세포가 신경세포 전체를 해치지 않고 목표한 시냅스만 '물어뜯어' 제거하는 방식이다.

신트로고 기술을 생쥐의 해마 신경회로에 적용하자 시냅스 수가 약 27% 줄었다. 보통 시냅스가 줄면 뇌 기능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살아남은 시냅스들이 크기가 커지고 내부 구조가 튼튼해지면서 신호 전달 능력이 크게 강화됐다.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남은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담는 주머니 수가 늘고 에너지를 만드는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부피도 커졌다. 주머니가 많아지면 한 번에 더 많은 신호를 보낼 수 있고, 미토콘드리아가 커지면 신호를 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도 더 많이 만들어낸다. 수는 줄었지만 하나하나가 더 강해진 셈이다.

같은 신호가 반복될 때 시냅스 연결이 점점 강해지는 현상도 뚜렷해졌다. 뇌가 경험에 따라 연결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유연성으로 이뤄지는 학습과 기억의 바탕이 되는 능력이 높아졌다. 

행동 실험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신트로고 기술을 적용한 생쥐는 약한 자극만으로도 공포 기억을 또렷하고 오래 간직했다. 기억을 지운 뒤에는 지난 기억에 매이지 않고 새로운 기억으로 유연하게 갈아타는 능력도 보였다.

시냅스를 제거해 뇌 회로의 연결 구조와 작동 방식 자체를 바꾼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신트로고 기술이 시냅스 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자폐증, 시냅스 연결에 이상이 생기는 조현병, 시냅스가 소실되는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뇌 질환에서 손상된 회로를 다시 짜는 치료 도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동 교신저자인 이창준 IBS 단장은 "시냅스 수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조현병이나 자폐증, 시냅스 손실이 특징인 퇴행성 뇌 질환 치료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규 IBS 차세대 연구리더는 "합성생물학적 접근으로 뇌 회로를 시냅스 단위로 편집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미래 커넥톰 편집 시대의 기술적 근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계주 한국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시냅스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뇌 회로가 스스로 적응하고 기능을 강화하는 원리를 밝혀 다양한 뇌 질환 모델에서 인지 기능 회복의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정우 기자 jjw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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