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GTX-B노선, 수도권 광역교통망 구축 위해 오늘도 ‘전진’

김희용 2026. 4. 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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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심도 지하서 로드헤더ㆍ발파 병행…암반 깎아 철길 공간 확보

대심도 지하서 로드헤더ㆍ발파 병행…암반 깎아 철길 공간 확보

GTX-B노선 4공구 환기구 전경 / GTX-B 4공구 시공사업단제공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내려가면 소리가 안 들리니까 질문은 이따 올라왔을 때 해주세요” 반 평 크기의 먼지 낀 노란 승강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 지 1분 20초. 쇳소리를 내는 철제망 문을 열고 몸을 빼내자 도심 한복판이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축축한 습기와 함께 회백색 시멘트로 가득한 작업 공간엔 육중한 중장비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이곳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작업현장이다.

도심 지하 34m 아래 펼쳐진 GTX-B노선 시공 현장의 모습 / 김희용 기자

지난 10일 기자가 방문한 이 현장은 서울 중랑구 신내동 GTX-B노선 4공구다. 이곳은 GTX-B노선 재정구간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구간으로, 6.509㎞ 연장, 공사비 5829억원 규모의 현장이다. 터널 길이만 5.639㎞에 개착구조물 461m, 토공 408m, 환기구 2개소가 포함된다. 1∼3공구와 달리 별도 정거장은 없지만, GTX-B 본선에 더해 중앙선 연결선 성격의 공사가 함께 얹히면서 다른 공구보다 연장과 사업비가 모두 커졌다.

지하 공간 특성상 가장 중요한 부분은 환기다. 이를 위해 터널 한 가운데엔 거대한 집진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며 굉음을 내뿜고 있다. 조도 높은 조명이 2~3m 간격으로 설치돼 있어 시야는 확보됐지만, 귀를 가까이 대지 않는 한 말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작업자 3명이 마모된 로드헤더 픽 커터를 교체하고 있는 모습 / 김희용 기자

한쪽에선 작업자 3명이 터널 최전선에서 길을 뚫는 ‘로드헤더’의 픽 커터 교체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드헤더는 원형 비트로 전진만 하는 TBM(터널보링머신)과 달리 후진이 가능해 암질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비로, 해외에선 탄광 작업에서 주로 사용되는 굴착장비다. 강도 높은 텅스텐 픽이 달린 커터 헤드가 돌아가며 암반을 깎아내는 방식으로, 소음과 진동이 상대적으로 적어 도심지 공사에 유리하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다만, 예상보다 단단한 암반을 만나면 속도가 떨어진다. 이럴 때는 장비를 빼고 발파 작업을 통해 암반을 깨낸다. 현장 관계자는 “암반 강도가 생각보다 세서 로드헤더와 발파 공법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굴착이 이뤄진 후에는 숏크리트(뿜칠 콘크리트)와 락볼트로 1차 보강을 하고, 이후 라이닝 콘크리트로 터널 내벽을 감싼다. 울퉁불퉁한 암반을 매끈한 철도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이 지하에서 쉼 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현장 출입구에 설치돼 있는스마트 안면인식 장비 / 김희용 기자

사람과 장비들이 분주히 현장을 드나드는 와중에서도 안전 관리는 스마트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장에 들어서는 작업자들은 모두 입구에 설치돼 있는 안면인식기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출입자들에 대한 소속, 직종, 이름, 업무 등이 곧바로 파악돼 근무 현황에 파악과 함께 혹시나 모를 안전 문제에서도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지게 한다. 작업자들이 착용하고 있는 안전모에도 비콘(위치 정보 신호기)가 달려있다.

작업자들 안전모에 달려있는 비콘의 모습 / 김희용 기자

현장의 난제는 지하 암반만이 아니다. 공사 현장 인근에는 아파트 단지와 상업시설, 도로, 초등학교, 공원 등 생활 인프라 시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소음ㆍ진동ㆍ비산먼지 등에 대한 민원이 상시 변수라는 뜻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공단에서는다양한 민원에 시시각각 대응 중이다.

지상에서 달리는 운영되고 있는 기존 경춘선ㆍ중앙선 체계에 지하에서 올라오는 새 노선을 정밀하게 연결해야 하는 고난도 공사라는 점도 난이도를 더한다. 현행 규정상 선로 30m 이내 작업은 철도 운영기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장비 전도나 낙하물 사고가 기존선으로 번질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일부 구간은 열차 운행이 끊긴 밤에만 작업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야간작업은 다시 인근 주민 민원과 충돌한다. 양쪽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빠른 광역교통망 구축을 바라는 국민들의 높은 기대를 실현하기 위해 작업엔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GTX-B노선은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지상에서는 각종 민원과 인허가, 지하에선 단단한 암반을 극복해야 하는 난공사지만, 수도권 주민들에게 30분대 광역교통망을 제공하겠다는 GTX-B노선 실현을 위해 하루에 1∼2m씩 완성을 향해 꾸준히 전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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