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 부품을 고순도 소재로…‘순환 경제’서 脫석유 해법 찾는다

인천=김기혁 기자 2026. 4. 1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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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재활용 기업 플라시클 가보니
촉매 활용한 화학적 재활용 기술로
플라스틱 원료 ‘비스페놀A’ 뽑아내
영구적 순환 가능…공급망 안정 기대
폐비닐서 나프타 수준 재생유 추출
기업 도시유전 등도 기술개발 속도
화석연료 의존도 낮출 대안 급부상
인천 플라시클 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플라시클

이란 전쟁 발발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버려진 쓰레기가 새로운 자원으로 되살아나는 친환경 기술인 만큼 향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원천 기술을 선보이고 있어 원유 의존도를 낮추는 국가 에너지 공급망 재편 차원에서 전략적 가치도 부각되고 있다.

15일 찾은 인천 소재 플라스틱 재활용 전문 기업인 플라시클 연구소에서는 플라스틱 리사이클링 기술의 진일보한 수준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폐플라스틱 중 재활용하기 까다로운 폴리카보네이트가 재생 원료로 재탄생했다. 연구원이 반응기에 알갱이 형태의 폐폴리카보네이트와 촉매를 넣은 결과 재생 원료가 나왔다. 이 원료는 옆에 있는 장비로 옮겨져 순도 높은 하얀 입자로 정제됐다.

하얀 가루의 정체는 비스페놀A라는 이름의 원료로, 화학 회사가 폴리카보네이트를 생산하는 기초 소재로 활용된다. 자동차 전조등(헤드램프) 등에 활용되는 폴리카보네이트는 일반적인 플라스틱보다 훨씬 단단하고 열에 강해 금속이나 유리를 대체할 수 있는 고기능성 플라스틱으로 꼽힌다. 수명을 다한 차 부품이 플라시클 기술을 거쳐 다시 플라스틱으로 재탄생하는 순환 구조가 이뤄진 것이다. 엄은지 플라시클 선임연구원은 “기존의 폴리카보네이트 재생 기술은 색도나 품질을 원래대로 되살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자사가 특허 출원한 재활용 공정으로는 불순물이 매우 적게 생겨 다른 재활용 기술보다 더욱 친환경적”이라고 설명했다.

플라시클의 리사이클링 기술은 화학적 재활용의 일종인 해중합 방식이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크게 물리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으로 나뉜다. 물리적 재활용으로는 플라스틱 외 물질을 완벽히 걸러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데다 재생 가능 횟수가 최대 1~2회에 그친다. 반면 화학적 재활용은 기존 소재의 물성을 복원할 수 있어 거의 영구적으로 재생이 가능하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물리적 재활용 방식이 유리하다.

엄 연구원은 “자사 재활용 공정은 혼합 오염 플라스틱까지 처리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넓다”면서 “고온 공정이 필요하지 않아 탄소 배출 저감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화학적 재활용 중 해중합이 아닌 열분해 기반 공정은 고온에서 운전되기 때문에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플라시클은 현재 한 화학 기업으로부터 파일럿(시범 생산) 단계에서 기술 검증을 받고 있다. 2028년 데모플랜트를 착공해 기술의 생산성을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직 국내에 폴리카보네이트로 재활용할 수 있는 공장은 전무한 상태다. 하지만 이란 전쟁을 계기로 공급망 리스크가 심화함에 따라 기업의 공급망 안정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창범 플라시클 대표는 “원유나 가스 공급을 외국에 의존하는 국내 사정상 플라스틱 재활용은 단순히 폐기물 처리 기술이 아니라 화석 자원 의존도를 낮추는 탄소 에너지 대체원으로서 국가 경쟁력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원료 가격 변동에 민감한 기업일수록 해중합 같은 새로운 기술을 공급망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이라며 “최근 다수의 국내외 화학사들과 구체적으로 기술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인천 플라시클 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플라시클

다른 국내 기업의 재활용 기술도 눈에 띈다. 도시유전은 버려진 플라스틱을 태우지 않고 저온에서 분해해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지난해에는 정읍에 연간 6500톤의 폐플라스틱·폐비닐을 처리해 최대 4550톤의 플라스틱 재생 원료유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준공했다. 도시유전이 개발한 비연소 저온 방식의 플라스틱 촉매 분해 기술은 세라믹 촉매와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폐플라스틱이나 폐비닐을 태우지 않고 300도 미만의 저온에서 나프타 수준의 고품질 재생 원료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다이옥신이나 퓨란 등 유해 물질이 생기지 않고 종량제 봉투 등 혼합 폐기물에서도 비닐·플라스틱만을 분리해 재생유를 추출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뿐 아니다. 에코크레이션은 폐비닐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열분해 플랜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열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왁스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자체 촉매 기술을 갖췄다. 2023년에는 국내 대기업에 석유화학 연료용으로 정제 열분해유를 납품한 바 있다. 전범근 에코크레이션 대표는 “이번 전쟁뿐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자력으로 원유를 채굴하는 인프라를 만드는 것은 생존의 문제”라며 “폐기물을 비용이 아닌 자원으로 바라보는 산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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