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용 대마 괜찮을까…"뇌 영향 연구 부족해 단정 어렵다"

대마 합법 국가·미국 주(州)가 늘며 의료·오락용 대마 사용이 늘고 있지만 뇌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기억력 저하와 일부 뇌 영역 부피·연결성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이 확인된 반면 노화로 인한 신경 위축을 완화할 신경 보호 효과 가능성도 제기됐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대마 사용자들의 인지능력·뇌 부피 변화를 분석한 연구들을 종합한 결과 대마 사용의 긍정적 효과를 단정하기 어렵고 장기 영향·치료 관련 연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통증·관절염·수면장애·불안·우울증 완화 등을 목적의 치료용 대마 활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2018년 11월 의료용 대마에 한해 제한적으로 승인했다. 대마 성분 의약품이 필요한 희귀·난치성 뇌전증 환자 등은 식약처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약물 수입·수령이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치료 목적 외 오락용 대마까지 합법화된 주들이 늘면서 사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뉴욕대 글로벌공중보건대학 약물사용·HIV/HCV연구센터(CDUHR) 연구팀은 65세 이상 성인 중 대마 사용자가 7%로 역대 최고 수치에 도달했다는 통계 결과를 미국의사협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자마(JAMA) 내과'에 발표했다.
2024년 미국 약물남용정신건강서비스청에 따르면 12세 이상 미국인의 약 15.4%가 최근 한 달 내 대마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제품 다양화와 합법화 확대로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렇듯 대마 사용이 늘고 있지만 대마가 뇌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 기억력 저하·뇌 부피 변화 등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다.
먼저 대마가 단기 기억력 저하를 일으킬 위험성이 제기된다. 조셉 샤흐트 미국 콜로라도의대 정신과 부교수는 "대마초를 흡입한 뒤 전화번호나 간단한 단어를 기억하는 작업기억 시험을 해보면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작업기억 시험은 단어·숫자 목록 등을 잠깐 보여준 뒤 방금 본 내용을 기억하는지 확인해 단기 기억력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장기 사용의 부정적 영향도 일부 연구에서 확인됐다. 2025년 미국 콜로라도 안슈츠의대 연구팀은 주기적으로 대마초를 사용한 사람이 비사용자에 비해 기억력이 저하됐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했다. 22~36세 성인 1003명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한 결과 대마를 장기간 사용한 집단은 작업기억 과제를 수행할 때 비사용자보다 뇌 활성도가 낮았다.
대마가 장기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 관련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샤흐트 부교수는 "젋은 시절 대마를 사용하던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작업기억 저하를 경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대마 사용과 인지 저하·치매 위험 사이 뚜렷한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더 큰 규모의 장기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마 사용은 뇌 구조 변화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뇌가 발달 중인 청소년기에 사용을 시작할 경우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미국 맥린병원 인지·임상뇌영상 연구팀은 16세 이전 대마 사용자를 분석한 결과 뇌백색질 구조 변화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정신약물학'에 발표했다. 백색질은 여러 뇌 부위 연결·소통을 담당하는 뇌의 특정 구조다. 연구에 참여한 스테이시 그루버 맥린병원 교수는 "뇌백색질 연결성이 감소했다"며 "어린 시절 대마를 사용하면 충동 조절 등 '행동 실행' 연관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국제학술지 '중독'에 실린 77개 연구를 분석해 대마 사용과 편도체 부피 감소 연관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도 올해 공개됐다. 편도체는 감정 처리·조절에 관여하는 뇌 부위다.
반면 성인이 된 후 사용을 시작했을 때 긍정적 영향이 확인된 연구도 있다. 미국 콜로라도 안슈츠의대의 또다른 연구팀은 25세 이후 대마 사용을 시작한 40~70세 성인의 일부 뇌 영역 부피가 증가한 것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알코올·약물연구저널'에 지난 2월 발표했다.
부피가 증가한 뇌 부위는 통증·기분·식욕조절 관련 대마 성분 수용체가 많은 곳이다. 연구팀은 노화로 신경이 위축되며 인지 저하·삶의 질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변화가 '신경 보호 효과'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신 건강과의 관계 역시 분명하지 않다. 이달 공개된 '랜싯 정신의학' 리뷰에 따르면 대마 성분이 불안·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 긍정·부정적 영향 모두 관련 연구가 부족하며 양극성 장애나 우울증에 대한 영향 역시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리뷰논문의 결론이다.
샤흐트 부교수는 "대마는 불안·우울 증상을 단기적으로 완화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신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청소년기에 사용하면 정신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대마 의존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헤로인·LSD(환각제) 등 마약류보다 위험성이 낮다고 여겨지지만 2025년 미국 샌디에고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분자 정신의학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대마 사용자 중 22~30%는 대마 사용 장애를 겪고 있다.
그루버 교수는 "대마를 계속 사용한다는 것은 일부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이라며 일정 수준의 효과 가능성도 언급했다. 다만 대마 사용이 빠르게 확산되는 데 비해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 동의하며 "향후 연구가 대마의 치료 효과를 이용하면서도 부작용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단계에서는 대마 사용의 이점과 위험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루버 교수는 "개인의 선택을 뒷받침할 신뢰도 있는 과학적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며 "전문가와 상담 후 사용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doi.org/10.1001/jamanetworkopen.2024.57069
doi.org/10.1007/s00213-013-3326-z
doi.org/10.1001/jamainternmed.2025.1156
doi.org/10.15288/jsad.25-00346
doi.org/10.1038/s41386-025-02255-4
[조가현 기자,문혜원 인턴기자 gahyun@donga.com,moo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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