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대전환, 미래 지도를 그린다] 8. 더 늦기 전에 도시의 노후화에 대비해야

이은경 기자 2026. 4. 15. 17:4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민 안전'과 직결…양적 성장 아닌 원도심 재생 필요

택지개발 95% 20년이상 경과
건물 외 도시기반시설 노후화
붉은 수돗물 사태 등 피해 발생

2037년 인구 정점 후 감소 전망
인천, 성장기 지나 성숙단계 진입
초고층 중심 재건축 방식 지양

'도시 노후화 대비' 정확한 진단
재원 마련·스마트 축소 전략을
▲ 인천은 경제자유구역과 신도시 택지개발 등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인구가 증가하는 성장형 도시의 특징을 보이고 있지만, 2037년 정점 이후의 인구 감소와 도시 노후화에 대비해야 한다./인천일보 DB

인천은 저출산 시대에도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온 성장형 도시다. 그러나 국가데이터처 추계에 따르면 인천 역시 2037년 313만 명을 정점으로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도시에도 생애주기가 있다면, 인천은 이제 성장기를 지나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노후 도시의 안전문제

그동안 도시재생과 정비의 대상은 주로 원도심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주요개발 사업에 의해 조성된 신시가지도 예외일 수 없다. 지금까지 준공된 인천시의 택지개발지구는 23곳이며 1990년대 준공이 전체의 75%, 준공이 20년 이상 경과된 지구는 18곳으로 전체의 95% 이상에 달한다. 도시가 나이 들어 간다는 것은 일상 터전인 도시공간 전반이 함께 낡아간다는 의미다. 건축물뿐 아니라 도로와 철도, 교량·터널, 학교, 전기·상하수도 등 도시기반시설 전반이 노후화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다.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에서의 재난과 사고는 큰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2019년 붉은 수돗물 사태는 노후 기반시설 관리 실패를 보여준 사례다. 운영상의 문제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낡은 상수관로가 주요 원인이었다. 기반시설 관리의 실패가 주민 생활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낳을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앞으로 이러한 노후 기반시설은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국토안전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준공 후 30년이 지난 도로·교량·터널 등 기반시설 비중은 21.2%이며, 2034년에는 49.9%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와 폭염 등 재난 위험까지 고려하면, 노후 도시의 안전 문제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 인천시는 택지개발지구(80~90년대), 경제자유구역(2000~2010년대) 등 개발사업에 힙입어 인구가 빠르게 성장했지만, 2037년 정점 이후의 인구감소가 점쳐지고 있다. 도시노후화에 대비해야 한다. /출처=국가데이터처

▲양적 성장이 아닌 재생·관리로

미래 인천 인구가 지금보다 크게 줄어든다면, 지금처럼 넓게 펼쳐진 도시공간을 과연 누가, 어떤 재원으로 감당할 것인지도 미리 물어야 한다. 지금의 개발이익에 기대어 유지관리 비용을 뒤로 미루는 도시개발 방식은 미래에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이제 인천의 공간정책은 신도시 개발이 아니라 기존 시가지의 재생과 관리에 중심을 둘 필요가 있다. 기성시가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개선하는 역량이 중요해지는 단계다.

정비사업의 방식도 장기적 관점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성장과 인구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초고층 아파트 중심의 재건축이 보편적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앞으로는 30년, 50년 이후에도 감당할 수 있는 도시 구조를 만드는 것이 과제가 된다.

▲도시의 노후대비도 사람과 마찬가지

도시의 노후대비는 사람의 준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무엇이 얼마나 낡았고, 어디가 더 위험한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아직도 노후도와 기능 수준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시설이 적지 않다. 중요도와 시급성을 기준으로 정기 점검과 자산관리 체계를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노후 인프라의 유지·보수 비용을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 연금과 같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관리 재원 구조를 지금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구감소에 대비한 '스마트축소' 전략도 검토해야 한다. 모든 공간을 과거처럼 유지하기보다, 거주와 서비스의 핵심 거점을 강화하고 업무·산업·교육·문화·행정 기능을 집약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용이 줄어든 시설은 정리하거나 녹지로 전환하는 선택도 요구된다. 스마트 축소는 포기가 아니라, 제한된 재원 속에서 삶의 질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계획적 전환이다.

▲성장 속도가 아니라 성숙의 준비

인구감소 사회의 도시는 우리가 충분히 경험해 보지 못한 영역이다. 이로 인해 과거의 성장 중심 개발 공식을 유지하려는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천의 대전환은 양적 성장이 아니라, 성숙 단계에 맞는 도시 관리로의 전환에서 시작돼야 한다.

나이 든 도시를 더 안전하게, 더 효율적으로, 더 책임 있게 관리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지금 인천에 필요한 것은 성장의 속도가 아니라 성숙의 준비다. 도시도 사람처럼, 늦기 전에 노후대비를 시작해야 한다.

/민혁기 박사·인천연구원 연구위원

민혁기 박사는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도시계획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 건축학과와 건설환경공학부에서 각각 학사·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인천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인천시 노후계획도시정비자문단, 인천시의회 의정발전자문위원회 등에 참여하며 정책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