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명칼럼] 이스라엘이 이웃 아니라서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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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현장에 성조기와 함께 나부끼는 이스라엘 국기에서 느끼는 위화감만 빼면 나는 이스라엘을 그럭저럭 우방국으로 생각하고 살아왔다.
미어샤이머는 선 넘는 이스라엘이 미국 국익을 해치는 것에 열받은 듯한데 나는 자유 진영의 도덕적 우위를 훼손하고 세계인으로서 내 양심을 불편하게 해서 짜증이 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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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질게 굴 특권 없어
보통국가로 대우할 때

시위 현장에 성조기와 함께 나부끼는 이스라엘 국기에서 느끼는 위화감만 빼면 나는 이스라엘을 그럭저럭 우방국으로 생각하고 살아왔다. '한국은 미국의 혈맹이고 미국은 이스라엘을 후원하므로 이스라엘은 우리 편이다.' 이 단순한 도식을 벗어난 고민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한편으론 이스라엘이 극동이 아니라 먼 중동 땅에 있는 것이 다행스럽다. 일본, 심지어 북한조차도 이스라엘만큼 호전적이지는 않다. 중국은 이스라엘에 비하면 영토적 야심이 없다. 러시아 정보국이 모사드처럼 유능했다면 우리 국정원은 시쳇말로 '뺑이 쳤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웃하기엔 너무 호전적이고, 너무 자아가 강하며, 그래서 부담스러운 나라다.
국내 우파들이 즐겨 인용하며 국제기준에서도 '레프트'와는 거리가 있는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가 2007년 출간한 '이스라엘 로비'는 미국의 맹목적 이스라엘 지원이 도덕적·국익적 원칙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치열한 로비의 결과물임을 논증한 책이다. 이스라엘을 보는 미국 대중의 생각은 나머지 세계와 다르지 않은데 정치 엘리트들은 설설 긴다. 이스라엘 정부와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같은 로비 단체가 엘리트를 구워삶아 미국 대외정책을 이스라엘 이익에 복무하게 만든다고 책은 주장한다.
"주요 미디어에 이스라엘의 로비 영향력에 대해 글을 쓰면 반유대주의자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로비 단체 영향력이 비판적인 담론을 해체하기 때문이다." 미국 지식인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이스라엘을 말할 때 약간 움츠러든다. 물론 AIPAC이 나에게까지 로비하지는 않는다. 내가 거리끼는 이유는 위에서 말한 단순 도식, 좌우지간 이스라엘은 미국을 축으로 하는 자유 진영의 일원이라는 동류의식에 기인한다. 나는 싫건 좋건 그 질서가 여전히 한국에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실은 좋은 측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질서의 한 줄기인 이스라엘을 까 내리고 싶지 않다. 그러나 모든 중요한 것은 정도 문제다. 이스라엘은 자주 선을 넘는다. 미어샤이머는 선 넘는 이스라엘이 미국 국익을 해치는 것에 열받은 듯한데 나는 자유 진영의 도덕적 우위를 훼손하고 세계인으로서 내 양심을 불편하게 해서 짜증이 날 때가 있다. 지금은 기름값이 올라 더 그렇다.
2차 이라크 전쟁과 이번 전쟁은 둘 다 이스라엘이 미국을 꼬드겨 벌어진 전쟁이다. 2003년에는 있지도 않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보고서로, 이번에는 이란 내 반정부 봉기 가능성을 부풀린 브리핑으로 미국을 오판하게 했다. 미국은 전쟁을 할 때마다 중동, 혹은 세계의 안전을 앞세웠다. 두 전쟁으로 더 안전해진 나라가 하나 있기는 하다. 이스라엘.
서방 세계는 수억 명 아랍 국가들에 포위된 다윗 같은 이스라엘을 동정하고 응원한다. 그것은 이스라엘이 원하는 이미지다. 현실의 이스라엘은 중동 유일한 핵 보유국이자 재래식 전력으로도 주변국을 압도한다. 제1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군사적 열위에 있었던 적이 없다. 생존 위협은 이스라엘보다는 이란과 이라크가 처한 현실이었다. 이스라엘은 상대의 손과 발이 자신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며 잘라버리겠다고 말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미어샤이머는 이스라엘의 생존권에 도전하거나 유대 국가의 합법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스라엘을 보통국가로 취급할 것을 제안한다. 자기 생존을 위해 남의 생존권을 부인하는 차별적 특권이 아니라 공존을 위해 노력할 의무를 지니는 보통국가 말이다. 그게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P.S. 이스라엘은 중요한 나라다. 한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의 친선에 노력해야 한다. 논평은 기자들에게 맡겨달라. 성에 차지 않더라도.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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