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리단길 소화전 변신…신라 입힌 ‘안전 디자인’ 눈길

황기환 기자 2026. 4. 1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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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소방서·시청 협업, 지상식 소화전 10곳 문화재 이미지 도색
관광객 포토존 부상…불법주정차 억제·안전 인식 개선 기대
▲ 경주소방서가 최근 황리단길 인근에 소재한 지상식 소화전 몸체에 경주나 신라를 대표하는 상징이미지를 그려,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경주소방서

붉은색 철제 기둥으로만 인식되던 거리의 소화전이 경주의 역사적 가치를 담은 예술 작품으로 거듭났다. 단순한 소방 시설에 지역의 색채를 입히는 이번 시도는 안전 시설물에 대한 시민들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동시에, 관광지의 미관을 개선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경주소방서는 경주시청과 손잡고 관광객들이 밀집하는 황리단길 인근 지상식 소화전 10개소에 경주와 신라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그려 넣었다고 밝혔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이번 작업은 미술대학 졸업생의 전문적인 손길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

기존의 단조로운 붉은색 소화전 몸체에는 첨성대, 다보탑 등 경주를 대표하는 문화재와 신라 고유의 문양들이 세밀하게 묘사됐다. 이를 통해 딱딱한 소방 장비는 거리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하나의 조형물로 재탄생했다.

이번 사업은 일본이나 유럽 등 관광 선진국에서 소화전을 지역 캐릭터나 특산물로 디자인해 도시 브랜드화에 활용하는 사례에 착안했다. 경주소방서는 소화전 본연의 기능인 '식별성'과 '사용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주만의 독특한 미감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황리단길을 찾은 한 관광객(26·서울)은 "무심코 지나치던 소화전에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어 사진을 찍게 됐다"며 "경주라는 도시의 세심한 감각이 느껴지고, 소화전의 위치를 더 확실히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시도는 공공 디자인이 어떻게 공익성을 강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 소화전에 디자인을 입히는 것은 단순히 보기에 좋은 것을 넘어, 유사시 반드시 확보돼야 할 소방 용수 시설 주변의 불법 주정차를 방지하는 간접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송인수 경주소방서장은 "소방과 경주의 문화재가 결합해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게 돼 고무적이다"라며 "시민들이 소방 시설을 친근하게 느끼되 그 중요성은 더욱 깊이 인식하길 바란다"고 평가했다.

향후 소화전 디자인 사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유지·보수 체계를 확립하고, 적용 범위를 확대해 '안전 도시 경주'의 이미지를 굳히는 정책적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