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싸고 저녁엔 비싸진 전기 요금, 왜 그럴까요
정부, 전기차·휴대전화 낮 충전 권유


Q.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전기차와 휴대전화를 낮에 충전하라는데, 이유가 뭘까요?
A. 지난달 미·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자원안보위기 ‘주의’ 단계가 발령되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에너지 절약 국민행동을 내놨습니다. 다소 독특해보이는 주문이 눈에 띄었습니다. ‘전기차와 휴대전화를 낮에 충전하기’ ‘세탁기 청소기는 주말에 사용하기’. 그동안 절약은 ‘불 끄기’나 ‘코드 뽑기’처럼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었는데, 쓰는 ‘시간’을 바꾸라니요.
이런 권고는 최근 전력 시스템 변화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요즘엔 낮에 전기가 남고 저녁에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배경엔 재생에너지 확대가 있습니다. 국내 태양광 발전 설비는 2015년 2.5GW에서 지난해 30.8GW로 급증했습니다. 10년새 10배 이상 늘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보면 2024년 말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54%로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했습니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달성과 최근 에너지 안보 위기에 대응하려 2030년까지 이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는 태양광이 대부분입니다. 태양광 발전은 연료비가 ‘0원’이지만, 필요하다고 생산량을 늘리거나 줄일 수 없습니다. 햇빛에 따라 발전량이 좌우되기 때문이죠. 한국전력거래소 자료를 보면, 태양광 발전은 오전 7시 이후 빠르게 늘어나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 사이 최대치를 기록합니다. 햇빛이 가장 강한 시간대에 발전이 집중됩니다. 이 시간대엔 전력 공급이 수요를 웃돌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가 ‘남아도는’ 상황까지 나타납니다. 봄과 가을처럼 냉난방 전력 수요가 크지 않은 계절엔 이런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반면 해가 지면 상황이 급변합니다. 초저녁 시간엔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태양광 발전은 빠르게 줄어듭니다. 부족한 전력을 메우려 가스 발전(LNG) 등을 가동하는데, 가스 발전은 연료비가 비싸 전체 전력 생산 단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입니다. 최근 국제 정세 영향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저녁 시간대 전력 비용 부담이 더 커졌습니다.
이처럼 낮과 저녁의 전력 사정이 달라지면서, 전기를 ‘얼마나 쓰느냐’만큼 ‘언제 쓰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시한 12가지 국민행동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전기차와 휴대전화 충전은 낮에 하고, 세탁기나 청소기 같은 가전은 주말에 쓰는 것으로 수요를 옮기려는 겁니다.
이 같은 변화는 전기요금 체계에도 반영됐습니다. 정부는 16일부터 시간당 계약전력이 300킬로와트(㎾) 이상인 기업(대부분 대기업)이 적용받던 ‘산업용(을)’ 전기요금을 ‘낮에는 싸게 저녁에 비싸게’ 바꿨습니다. 1977년 도입된 ‘낮에 비싸고 밤에 싼’ 계절·시간대별(계시별) 전기요금 체계가 49년 만에 뒤집힌 것입니다. 화석연료 발전이 중심이던 과거에는 전력 수요가 낮에 집중됐기에 밤 사용을 유도해 수요를 분산하는 것이 합리적이었지만, 지금은 태양광 발전 확대로 낮에 전기가 남게 되면서 기존 체계가 현실과 맞지 않게 됐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기존에 가장 비쌌던 오전 11시~낮 12시, 오후 1시~3시 구간은 ‘중간 요금’으로 낮아졌고, 대신 오후 6~9시가 ‘최고 요금’ 구간이 됐습니다. 전기 사용이 적은 봄·가을의 주말·공휴일 낮에는 요금을 50% 할인하기도 합니다. 전기차 충전요금도 같은 방식이 적용돼, 실제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끌어내는 ‘가격 신호’가 강화됐습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도 계시별 요금제를 적용합니다.
굳이 수요를 옮길 필요가 있을까, 전력이 남으면 좋지 않나 싶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전력 시스템은 늘 실시간으로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공급이 부족해도 문제지만, 전력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지나치게 많으면 전력망 주파수가 불안정해지면서 설비 이상이나 광역 정전(블랙아웃)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실제 이런 상황을 막으려 일부 발전 설비의 가동을 강제로 멈추는 ‘출력제어’가 시행됩니다. 관련 횟수는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2023년 2회에 불과했는데 2025년엔 82회로 급증했습니다. 이 때문에 남는 전기를 저장해두는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도 함께 추진됩니다. 낮에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 저녁에 꺼내 쓰는 일종의 ‘초대형 배터리’로, 전기차를 이런 이동형 저장장치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제주 타운홀 미팅에서 “전기차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흐름과 닿아 있습니다.
전력 수요를 시간대에 맞춰 조정하는 정책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제주 등에만 허용되는 주택용 요금의 계시별 요금제 선택권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합니다. 이제 에너지 절약은 단지 ‘불을 끄고 코드를 뽑는’ 것만이 아니라, ‘언제 끄고 언제 뽑느냐’가 중요해진 시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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