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소송ㆍ감정 대변화… “위험관리 시급”

이승윤 2026. 4. 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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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건설감정실무’ 개정판

10년만에 ‘건설감정실무’ 개정판

한국주택협회, 업계 대상 설명회

[대한경제=이승윤 기자]서울중앙지법이 10년 만에 내놓은 ‘건설감정실무 2026년 개정판’이 하자소송과 감정 실무 전반에 큰 변화를 예고하면서 주택ㆍ건설업계의 선제적인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단순한 시공 품질 관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향후 하자소송ㆍ감정 단계 대응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한국주택협회 회원사 법무ㆍ하자관리 담당자들이 15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감정실무 2026 개정판 주요 변경사항 해설ㆍ대응 방안’ 설명회에서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이승윤 기자 leesy@

한국주택협회는 15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건설감정실무 2026 개정판 주요 변경사항 해설ㆍ대응 방안’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주택ㆍ건설업계의 하자관리ㆍ법무 담당자들이 이번 개정판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실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 적용 초기 단계 ‘적극 대응’ 중요= 하자소송 등 건설 분쟁에서는 감정 결과가 사실상 소송의 승패를 좌우한다. 하자의 종류와 원인 등이 다양하고 복잡해 이를 해결하려면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데, 건설 분야의 비(非)전문가인 판사들로서는 감정인들이 내놓는 감정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감정 결과의 편차다. 동일한 항목이라도 하자 인정 여부와 보수비 산정 기준이 감정인마다 다른 데다, 심지어 같은 건물ㆍ같은 부분인데도 감정 결과가 세대당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사례도 있다.

이런 혼란을 줄이기 위해 중앙지법은 2011년 건설감정실무를 처음 발간했다. 전국 최대 규모의 하급심 법원인 중앙지법은 건설전담 재판부도 전국에서 가장 많다.

건설감정실무의 파급 효과는 상당했다. 이미 중앙지법을 넘어 전국 법원이 하자 여부나 보수비용 등을 판단할 때 건설감정실무에만 의존하는 경향까지 보일 정도로 소송 실무에서 규범화됐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행정규칙인 건축공사 표준시방서 등의 기준ㆍ지침보다 더 높은 기준으로 여겨질 정도다.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및 하자판정기준’ 고시도 있지만, 하자판정 고시는 국토부 하자심사ㆍ분쟁조정위 단계에서만 받아들여지는 수준이다. 법원은 ‘하자판정 고시는 행정규칙에 불과해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 구속력은 갖지 않는다’며 하자판정 고시를 근거로 한 당사자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건설감정실무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주요 하자 항목에 대해 표준화된 기준이 부족한데다, 하자소송은 갈수록 고도화되는 반면 창호유리 아르곤 가스 미달, 방화문ㆍ홈네트워크ㆍ제연설비 하자 등 새로운 하자 항목에 대한 기준도 없기 때문이었다.

1차 하자소송 이후 판결금액이 큰 하자 항목을 중심으로 2ㆍ3차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어났다. 결국 이 같은 문제가 감정인들의 ‘재량권 남용’ 문제와 결합해 입주자들에게 ‘거액의 하자보수비를 받을 수 있다’며 기획소송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이에 중앙지법은 2016년 개정 이후 10년 만에 다시 개정 작업에 나섰다. 이번 개정판에는 개정 법률 반영과 함께 △‘하자 판단의 기준’ 신설 △층간균열 보수 방법, 콘크리트 균열 보수, 타일 뒤채움 및 부착강도 부족, 창호ㆍ유리, 방수ㆍ미장, 상도 미시공, 방화문 하자 등 개별 항목 정비 △감정인 유의사항 보강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번 개정판이 일부 보완에 그쳐 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건설분쟁 기술지원 전문업체인 경산엔지니어링의 박장호 대표는 “개정된 내용 중 상당 부분은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기보다는 감정인의 재량적 판단에 맡겨진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재량적 판단이 요구되는 하자 항목의 경우, 현장 상황에 대한 해석에 따라 시공사에게 불리한 감정 의견이 도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방수키, 무늬코트, 방수 등 주요 하자 항목에 대해서는 감정 결과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제3의 시험기관이나 건축 전문학회 등에 시험을 의뢰해 객관적인 시험 결과와 데이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하자 여부는 물론, 보수 범위에 관한 판단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이번 개정판이 실제 판결에 적용되기 시작하는 초기 단계에서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초기 단계에서 선고되는 하급심 판결이 앞으로 실무 기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광장의 윤장희 변호사는 “초기에 선고되는 하급심의 법리 해석이 해석 지침으로 받아들여지거나, 적어도 그 판시 내용이 추후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리한 선례를 축적하기 위해 개정판이 적용되는 초기 소송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안헌준 변호사가 15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한국주택협회가 개최한 ‘건설감정실무 2026 개정판 주요 변경사항 해설ㆍ대응 방안’ 설명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이승윤 기자 leesy@

◇“방수키 시공 여부, 원감정 단계서 파취조사 필요”= 이번 개정판은 개별 하자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도 대폭 정비했다. 일부 하자 항목은 2016년 개정판이 나온 이후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개별 하자 항목 가운데 통상 보수비용이 가장 큰 ‘층간균열’ 문제가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균열 폭 0.3㎜ 미만은 표면처리 공법, 0.3㎜ 이상은 충전식 공법을 적용했지만, 2016년 개정판은 균열 폭과 관계없이 비용이 더 비싼 충전식 공법을 적용하도록 하면서 보수비가 급증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이번 개정판은 균열 폭 0.3㎜ 미만의 외벽 층간균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충전식 공법을 적용하되, 누수ㆍ결로 발생 여부, 층간균열 부위에 수밀성ㆍ기밀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공상의 조치 여부, 층간균열 부위의 내구성 및 품질상태 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표면처리 공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명시했다.

방수키 시공 여부 등 구조적 안전성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층간균열이라도 0.3㎜ 미만 부분에 대해서는 표면처리 공법 적용을 인정한 판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기존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판례 흐름을 반영해 예외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세종의 안헌준 변호사는 “통상 방수키 시공 여부 등은 감정서 제출 후 추가 감정(감정보완) 등으로 입증하는 경우가 많으나, 신속한 감정과 소송 절차 진행을 위해서는 원감정 과정에서 파취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층이음부에 누수나 결로가 있을 경우 습식 균열 부위와 수량을 특정해 층이음부와 그 외 부분을 구분해 산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액체방수 두께 부족, 시공사에 불리할 수도”= 이번 개정판은 ‘액체방수 두께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설계도면과 공사시방서 등으로 하자 여부를 판단하되, 두께 기준에 대해 명확한 지시가 없다면 감정인이 시공 부위, 누수의 심각성 등 현장 여건을 감안해 △4㎜ △6㎜ △벽 6㎜ㆍ바닥 10㎜ 중 적정한 기준을 선택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여기에 ‘방수 기능에 문제가 없다면 구조적 안정성, 내구연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하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내용을 더했다.

시멘트 액체방수는 방수제를 물ㆍ모래 등과 함께 섞어 반죽한 뒤 이를 콘크리트 구조체의 표면에 발라 방수층을 만드는 시공방법으로, 주로 욕실이나 발코니, 지하실 등에 시공된다. 시멘트 액체방수 공정과 관련해 과거 1994년 건축공사 표준시방서는 ‘벽은 6~9㎜, 바닥은 10~15㎜’를 두께 기준으로 정하고 있었지만, 1999년 개정 당시 두께 기준이 삭제됐다.

이후 2006년부터는 액체방수 표준 작업 방식이 기존 5~8단계에서 4~5단계로 대폭 축소되는 등 성능 중심의 품질 관리 체계로 개편됐다. 다만 2013년 개정에서는 ‘부착강도 측정이 가능하도록 최소 4㎜ 두께 이상을 표준으로 한다’는 내용이 도입되기도 했다.

문제는 통상 하자소송에서 주민 측이 ‘과거 두께 중심의 표준시방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할 뿐만 아니라, 법원 감정인이나 재판부마다 판단 기준도 다르다는 점이다.

법무법인 한별의 한상민 변호사는 “건설감정실무 개정을 위한 의견 수렴 단계에서 시공사들이 2013년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라 4㎜를 기준으로 액체방수 하자가 판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오히려 불리하게 개정됐다”고 진단했다.

이는 2013년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라 4㎜를 기준으로 판단한 판례와 1994년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라 벽 6㎜ㆍ바닥 10㎜를 기준으로 판단한 판례를 그대로 인정한다는 취지로 보이지만, 오히려 이미 폐지된기준으로 하자를 판단하는 게 가능하다고 명시해 시공사에 불리한 판단이 더 많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게 한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공사시방서에 ‘액체방수에 대한 시공기준은 방수성능에 우선해 시공하도록 하며 두께를 고려하지 않는다. 다만 방수층 부착강도 측정을 위한 최소 4㎜ 두께 이상으로 시공한다’, ‘시공방법은 방수재료 제조회사의 특기 시방에 따른다’는 규정을 명시하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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