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동의 없어도 미성년자 생계급여 신청 가능해진다
기존에는 수급권자 동의 없이 불가능
'울주 일가족' 생계급여 지원 가능했을 것

미성년 자녀 등이 포함된 위기가구가 수급권자(통상 가구주) 동의 없이도 생계급여를 신청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울주 일가족 사건'처럼 수급권자가 급여 수급을 거부하면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이 같은 내용의 위기가구 생계급여 직권신청 절차 개선안을 이달 중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이 급여를 직권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수급권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급권자가 신청 절차를 밟지 않으면 가구원 전체가 생계급여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앞으로는 담당 공무원이 수급권자 동의 절차 없이 직권으로 생계급여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 대상은 기존 긴급복지 지원 이력이 있는 위기가구 가운데 미성년자(19세 미만) 또는 심신장애로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하거나 없는 가구원이 있는 경우다.
금융재산 조사 절차도 간소화한다. 생계급여를 신청하려면 수급권자의 금융정보제공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앞으로는 수급권자의 동의 없이도, 간이 소득·일반 재산 조사로 일정 기간 급여를 우선 지급할 수 있게 된다. 공적 시스템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근로·사업 소득, 토지·주택 등이 해당된다.
복지부는 지난달 울주군 일가족 사망 사건과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당장 할 수 있는 제도 개선부터 하겠다고 설명했다. 박민정 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런 제도가 있었다면) 울주 사건의 경우 수급권자인 아버지의 동의가 없었더라도 (담당 공무원이) 아이 4명의 생계급여를 직권신청해 3개월간 지원하고, 이후 아동보호 체계나 사례관리로 연결될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제도 남용을 막기 위해 수급 대상자가 3개월 내 금융정보 제공 동의를 하지 않으면 급여 지급이 중단된다. 복지부는 친권자 연락두절 등 동의를 못 받는 상황이 지속되면 필요시 후견인 선임 등을 통해 지원이 지속될 수 있도록 통합사례관리 및 아동보호체계 등과의 연계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 기간 금융 재산을 반영하지 않아 과다 지급이 발생하더라도 환수하지 않도록 하는 보호 방안도 함께 마련했다.
다만 성인과 비장애인으로만 이뤄진 가구는 여전히 수급권자 동의 없이 신청할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남는다. 복지부는 연내 '동의 없는 직권신청'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 개정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이전이라도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사례관리 등 다른 서비스와 연계해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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