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심리학자 “사회적 혐오는 생존 불안의 산물⋯공동체 회복만이 해답”
혐오의 본질은 ‘약자에 대한 공격성’
“강자가 약자에게 느끼는 감정… 공존 거부해 위험”
불평등과 생존 불안이 혐오 키워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최근 한국 사회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사회적 혐오'의 심리학적 원인과 위험성을 경고했다.
김 소장은 지난 15일 수원시 책고집에서 열린 경기평화교육센터 '제1기 경기도민 평화학교' 두번째 강연자로 나서 혐오를 단순한 감정이 아닌 사회적 집단을 향한 공격적 기제로 정의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불평등 해소와 공동체 의식 회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혐오를 "단순히 싫어하는 정도를 넘어선 아주 격렬하고 강도 높은 감정"으로 규정했다. 그는 혐오가 본래 썩은 음식이나 세균 등 나를 해롭게 하는 대상으로부터 생존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생물학적 혐오'에서 시작됐으나 오늘날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적 혐오'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혐오는 개인이 아닌 특정 사회 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반인륜적 성격을 띤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소장은 혐오가 '강자가 약자에게 느끼는 감정'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강한 대상에게는 공포를 느끼고 약하지만 나를 해칠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 대상에게는 혐오를 느낀다"며 조선시대 양반의 농민 혐오나 백인의 흑인 혐오를 예로 들었다.
혐오의 가장 큰 위험성으로는 '공존의 거부'를 꼽았다. 김 소장은 "공포나 적개심을 느끼는 대상과는 협상을 통해 공존을 모색하기도 하지만 혐오의 대상은 아예 절멸시키거나 배척하려 하기 때문에 타협이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혐오의 핵심 원인으로 ▲생존에 대한 위협 ▲우월주의와 열등감 ▲자기 혐오 ▲지배층의 선동 등을 제시했다.
그는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고 사회적 생존이 위협받을 때 혐오가 극성을 부린다"며 미국과 유럽의 이민자 혐오 역시 일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생존 불안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또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자기 혐오'가 타인을 향한 혐오로 분출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극우 보수 세력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혐오를 부추기는 내란 행위도 심각한 문제"라며 지배층이 갈등을 조장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김 소장은 혐오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동체 의식의 회복'과 '정치적 결단'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남북 관계 변화를 언급하며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사과가 담긴 대화가 혐오의 벽을 허무는 시작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불평등과 생존 불안이 해결되지 않는 한 혐오는 계속될 것"이라며 "국가보안법 폐지나 헌법 개정 등 과감한 제도적 변화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공존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고 제언했다.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최근 사회적 쟁점인 '이대남(20대 남성)'의 보수화 경향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김 소장은 이들이 사회적 안전망을 해체하려는 세력에 투표하는 현상에 대해 "성장 과정에서 겪은 치열한 생존 경쟁과 부모의 과잉 통제가 투사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각자도생의 원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이들은 협력보다는 '공정'이라는 이름의 가짜 정의에 매몰되기 쉽다"며 이것이 결국 자신들을 보호해줄 사회적 안전망까지 거부하게 만드는 역설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혐오가 확산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일신교적 배타성'과 '정치적 선동'을 꼽았다. 그는 "다신교와 달리 일신교 체제에서는 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집단을 '악'으로 규정하기 쉽다"며 이러한 종교적 속성이 정치 권력과 결탁할 때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정당화되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정치권에서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향해 "인간 자체가 싫다"는 식의 감정적 혐오를 부추기는 것은 사회적 합의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내란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