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깔 ‘멀칭 비닐’ 값도 22% 뛰어…“농사 지어봐야 손해유”

이정훈 기자 2026. 4. 1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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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에 비료값, 밭에 깔 필름값까지 다 올랐습니다."

양배추 파종을 위해 밭에 필름을 까는 작업을 하고 있던 유관형(61) 씨는 "원자재 가격이 너무 뛰어 버티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농업용PO필름연구조합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결소위원장인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농업용 비닐 원료인 폴리에틸렌(LLDPE3120) 가격은 올 2월 ㎏당 1390원에서 이달 2290원으로 65%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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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번기 앞둔 천안 농가 가보니
비닐 원료 가격 2달새 65% 폭등
감자 등 재배에 쓰는 생분해필름
1롤 작년 6.5만원서 올 8.4만원
원자재 공급 끊기지는 않았지만
가격불안에 비료 등 제품 쟁여둬
생산비 오르는데 판매가 제자리
농사 규모 줄이거나 포기 우려도
15일 충남 천안시 양곡리의 한 밭에서 유관형(61) 씨가 농기계를 이용해 두둑에 필름을 씌우며 봄 농사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기름값에 비료값, 밭에 깔 필름값까지 다 올랐습니다.”

15일 충남 천안시 양곡리의 한 밭. 본격적인 농번기를 앞두고 이 일대 농지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농민들이 나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양배추 파종을 위해 밭에 필름을 까는 작업을 하고 있던 유관형(61) 씨는 “원자재 가격이 너무 뛰어 버티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농사를 지어봐야 손해만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농민들의 가장 큰 걱정이다.

천안에서 논과 밭을 합쳐 약 4만 ㎡ 농지를 경작 중인 유 씨는 최근 농사 비용에서 가장 부담이 커진 항목으로 필름 가격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6만 5000원이던 생분해 필름 한 롤이 올해는 8만 4000원 수준까지 올랐다”며 “면적이 넓은 농가는 비용 증가 폭이 크게 체감된다”고 말했다. 최근 농촌에서는 급격한 고령화로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비싸도 품삯이 덜 드는 생분해 필름을 쓰는 게 필수적인데 최근 가격이 급등해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게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농가에서 사용하는 필름은 일반 비닐과 생분해 필름으로 나뉜다. 일반 비닐은 수확 후 사람이 직접 걷어내야 하지만 생분해 필름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토양에서 분해돼 수거 작업이 필요 없다. 이 때문에 감자·옥수수·고구마 등 손이 많이 가는 작물에서는 생분해 필름 사용이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농업용PO필름연구조합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결소위원장인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농업용 비닐 원료인 폴리에틸렌(LLDPE3120) 가격은 올 2월 ㎏당 1390원에서 이달 2290원으로 65% 상승했다. 해당 기간 하우스 비닐 가격은 약 12.5% 올랐으며 멀칭 비닐도 약 22.1% 상승했다.

15일 충남 천안시 운전리에 위치한 동천안농협 경제통합지원센터 계산대 화면에 생분해성 멀칭 필름 재고 현황이 표시돼 있다. 농협 관계자는 “해당 제품 재고는 7개 수준이지만, 추가 주문이 가능해 당장 구매에 차질이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정훈 기자

양곡리 인근 농협에서 운영하는 자재 판매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장 원자재 공급이 끊기지는 않았지만 가격이 크게 올라 부담이 커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현장에서 만난 한 농민은 “필름이나 비료 같은 원자재를 지금 당장 필요한 양보다 조금 더 사두는 경우도 있다”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농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농협 자재 판매 관계자는 “기본적인 물량은 갖춰놨지만 일부 제품은 생산 일정에 따라 공급 시기가 불확실하다”며 “주문을 넣어도 출고 시점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비용 상승이 농가의 부담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비용이 뛰었다고 가격을 올리면 즉각 수입 농산물이 자리를 대체한다는 게 농민들의 설명이다. 현장에서는 특히 소득에 민감한 젊은 농민이나 영세 농가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비용 상승이 이어질 경우 다음 작기 농사 규모를 줄이거나 재배를 포기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농협 관계자는 “오이 등 일부 농산물은 시세가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진 품목도 있다”며 “자재비는 계속 상승하는 데 판매 가격은 오르지 않으면서 농가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농업용 필름·비료 등 주요 농자재의 수급과 가격 동향을 점검하기 위해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을 가동하고 있다. 제조 업체와 유통망을 대상으로 원자재 확보와 재고·가격 변동 상황을 점검하고 과도한 가격 인상이나 사재기 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을 통해 공급되는 비료의 약 97%는 기존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며 “일부 가격 상승이 언급되는 비료는 농협 계통공급이 아닌 관주용 비료 등 일부 품목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생분해 필름과 관련해서는 지자체 지원 사업 등을 고려할 경우 농가의 실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지난해 대비 제품 규격이 두꺼워지면서 가격이 인상된 측면이 있다”며 “원료 사용 증가를 감안하면 실제 가격 상승 폭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15일 충남 천안시 양곡리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농업용 필름이 씌워진 두둑이 정렬돼 있다. 이정훈 기자
15일 충남 천안시 양곡리 인근에서 한 농민이 구매한 농업용 필름을 차량에 싣기 위해 옮기고 있다. 농민들은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농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15일 충남 천안시 운전리에 위치한 동천안농협 경제통합지원센터에 생분해성 멀칭 필름이 놓여 있다. 생분해 필름은 일반 농업용 비닐과 달리 일정 시간이 지나면 토양에서 분해돼 수확 후 별도 수거 작업이 필요 없는 자재로 옥수수·고구마 등 비닐 제거가 어려운 작물 재배에 주로 사용된다. 다만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르며 농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정훈 기자

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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