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랜드 바겐’ 원하지만···강경파 좌우하는 이란 협상단, 묘수 찾을 수 있나

이영경 기자 2026. 4. 1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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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스몰딜(작은 합의)’이 아닌 ‘그랜드 바겐’(일괄타결)을 맺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과 이란 종전 협상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이란 핵 포기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를 이란 제재 완화·경제 정상화로 맞바꾸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거의 끝났다”며 협상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강경 군부가 장악한 이란 정권이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밴스 부통령은 이날 조지아주에서 열린 우파단체 터닝포인트 USA 행사에서 “대통령이 합의를 만들고자 할 때, 그는 ‘스몰딜’을 원하지 않는다. ‘그랜드 바겐’을 만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기본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매우 단순하다”며 “이란이 정상적인 국가로 행동할 의지가 있다면, 우리도 당신들을 경제적으로 정상적인 국가처럼 대우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않는 합의를 진정으로 원하기 때문”이라며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할 경우 “이란을 경제적으로 번영하게 만들 것이고, 이란 국민들을 세계 경제로 초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영구적으로 포기하길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 등 미 주요 언론들이 미국이 이란에 20년 동안 우라늄 농축 포기를 요구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불만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말해왔다. 따라서 ‘20년’이라는 기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란이 승리했다고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전날 NYT 등이 미국이 이란에 20년간 우라늄 농축 중단을 요구했으며, 이란은 최대 5년간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한 것을 부인한 셈이다.

NYT는 미국이 우라늄 농축 20년 중단을 제안한 것은 이란이 핵연료 생산 권리를 영구적으로 포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게 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란의 ‘체면’을 세워주려는 제안이라는 것이다.

또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제네바에서 열린 미·이란 핵 협상 당시 미국이 이란에 제안한 우라늄 농축 10년 중단을 뛰어넘은 합의를 이루려는 의도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이란 보안군이 테헤란에서 열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사망 40일을 맞아 열린 추모식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게티이미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향후 이틀 내”에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이란 2차 종전협상이 열릴 가능성을 시사하며 “전쟁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종료되는 상태에 아주 근접했다고 본다”며 협상 타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란도 공식적으로 강경한 발언을 내놓으면서도 이면에선 미국과 협상을 깨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이 미국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운송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핵 포기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은 이란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레드라인’에 해당돼 양국이 첨예한 입장 차이를 좁히고 ‘그랜드 바겐’을 타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쟁 발발 이후 이란 정권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강경파가 실권을 장악하며 미국과의 협상 국면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이스라엘이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지도부를 대거 암살한 이후 그 공백을 더 급진적인 지도자들이 채우며 군부의 입김이 커지면서 온건파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지난 11일 이슬라마바드에서 21시간 이어진 미·이란 협상이 ‘노딜’로 끝난 배경으로 강경파의 반발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이란의 대리세력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문제에 대해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였지만,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과 혁명수비대 고위 사령관들이 분노하며 대표단 철수를 명령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졸가드르 사무총장은 혁명수비대 출신의 대표적 강경파 인사로, 친이란 무장세력·민병대를 지원하는 쿠드스군 창설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극단적인 견해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졸가드르 사무총장이 미국과 협상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협상단 보고를 받고 의사 결정에 관여하고 있다고 중재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밴스 부통령 또한 1차 종전협상에서 이란 협상단이 최종 합의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판단해 미국 측이 협상장을 떠났다고 밝힌 바 있다.


☞ 밴스 부통령 “트럼프, ‘포괄적 합의’ 원해···핵 포기 시 이란 번영할 것”
     https://www.khan.co.kr/article/202604150806001


☞ 트럼프 “이틀 안에 뭔가 일어날 수도”…2차 종전협상 시사
     https://www.khan.co.kr/article/20260415072000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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