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평 41억 신고가"⋯여의도 '시범', 65층 랜드마크 주인은? [현장]

김민지 2026. 4. 1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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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시범아파트 25건 거래 중 3월에 9건 '싹쓸이'⋯6월 입찰 앞둬
삼성·현대 '한남4' 이어 매치 성사 촉각⋯대우 가세 시 '3파전' 격전지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양도세 중과 피하려는 다주택자 물량은 이제 거의 다 소화됐다고 봐야죠. 사업시행인가 신청으로 사업이 가시화되니까 '확실한 곳에 베팅하자'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다른 단지 보던 손님들도 최근 시범으로 많이 넘어온거죠" (여의도 시범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A씨)

최고 65층, 약 2500가구 규모로 재건축되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을 계기로 본궤도에 올랐다. 사업 속도가 빨라지면서 거래도 단기간에 급증했고, 총사업비 1조5000억원 규모의 대형 수주전을 둘러싼 건설사 간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시범아파트 수주 결과가 여의도 후속 정비사업의 기준점을 만들고, 향후 서울 핵심 주거지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의도 '시범 아파트' 전경. 2026.04.14. [사진=김민지 기자]

"인가 전 막차 타자"… 1분기 거래량 직전 분기 대비 5배 '급증'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매매 거래량은 총 2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5건) 대비 5배 급증한 수치다.

특히 지난 3월 한 달 동안 여의도동 전체 아파트 거래 9건이 모두 시범아파트에서 나왔다.

이는 여의도 재건축 시장의 유동성이 사업 속도가 가장 확실한 대장주로 결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비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여의도 내 여러 선택지 중에서도 시범아파트가 가장 확실한 결승선을 보여주며 매수 심리를 독점하는 '대세 굳히기' 현상으로 분석한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거래 집중을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규정에 따른 매수·매도 시점의 일치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한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는 사업시행인가 신청 이후 10년 보유·5년 거주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춘 1주택자 매물만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규제 적용 전 자격 승계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처분하려는 다주택자와 실거주 의무 없이 진입하려는 매수자의 이해관계가 신청 직전 시점에 맞물린 결과라는 설명이다.

시범아파트는 여의도 내 15개 단지 중 사업 속도 면에서 압도적인 '행정적 근거'를 확보한 상태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말 여의도 대단지 중 가장 먼저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을 완료했다.

서울시의 정비사업 패스트트랙인 '신속통합기획 1호' 사업지로서 누리는 행정적 선점 효과도 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시가 직접 가이드라인을 잡고 인허가 절차를 밀어주는 구조인 데다 전문 신탁 방식을 통해 일반 조합 방식에서 흔히 발생하는 내부 갈등과 지연 리스크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의도 '화랑 아파트'는 소규모 재건축을 추진, 5월 시공사 선정 공고가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 자회사인 자이에스앤디, 효성중공업, 쌍용건설, 동양건설산업 등이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단지 앞 2026년 임시총회를 개최한다는 현수막. [사진=김민지 기자]

현지 중개업계에서는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 회피와 지위 양도 제한 규정을 피해 시세보다 7000~8000만원가량 낮춘 급매물을 내놨고, 이를 여의도 재건축의 상징성을 노린 현금 자산가들이 '막차 수요'로 받아내며 거래량이 터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다른 단지들이 정비계획 수립이나 공사비 갈등으로 주춤해 보일 때 시범은 이미 6월 시공사 선정이라는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현실화한 셈"이라며 "불확실한 시장 속 '먼저 새 아파트가 될 곳'이라는 확신이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수요자들을 시범으로 불러모으는 원동력이 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3월 14일 전용면적 156㎡(약 47평) 10층 물건이 41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 수준을 기록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력 평형인 전용 79㎡ 역시 28억 원대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자산가들의 현금 동원력이 여전히 탄탄, 시범아파트가 여의도 재건축의 가격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가격 결정권' 을 확보했음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삼성·현대·대우, 여의도에 '브랜드 깃발' 꽂기 총력전

시장의 열기만큼이나 건설사들의 물밑 교전도 치열해 보인다.

이번 수주전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리벤지 매치' 성사 여부로 양사는 지난해 용산 한남4구역에서 한차례 맞붙은 바 있다.

삼성물산은 이미 수주한 '대교아파트(래미안 와이츠)'와 시범아파트를 묶어 한강변 '래미안 벨트'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범아파트 전담 TF(Task Force)를 재정비하고 하이엔드 설계안 고도화에 착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 역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여의도 한양아파트를 수주해 '디에이치'의 깃발을 꽂은 현대건설은 시범아파트까지 확보해 여의도 내 하이엔드 주거 타운인 'H-벨트'를 완성하겠다는 포부로 해석된다.

여기에 여의도 공작아파트를 선점, 가장 먼저 교두보를 확보한 대우건설까지 '써밋'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3파전 구도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범은 단순히 수익성만 따지는 곳이 아니라, 서울의 맨해튼이라 불릴 여의도 스카이라인의 중심으로 여겨진다"이라며 "여기서 승기를 잡는 건설사가 향후 삼부, 목화 등 후속 사업지 수주전에서도 절대적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65층 랜드마크 변신… '지하철 거리·분담금'은 변수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역(여의나루역 등)과의 거리가 도보 15~16분 내외로 다소 멀다는 점은 교통 편의성 측면에서 약점으로 꼽힌다.

또한, 여의도 내 다른 단지들과의 '대장주' 경쟁도 변수다. 정비업계 일각에서는 상업지 일부를 포함해 종상향이 기대되는 '삼부아파트'나, 대형 평형으로만 구성될 '서울아파트'가 재건축 후 시범의 위상을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부의 경우 상권 접근성과 교통 편의성에서 시범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1971년 준공된 시범아파트는 이번 재건축을 통해 최고 65층, 2493가구 규모의 초고층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총사업비만 약 1조 5천억 원에서 최대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시범 아파트 단지 중간에 마련된 '자유 어린이 공원'이 보이고 있다. 2026.04.14. [사진=김민지 기자]

관건은 최근 정비업계의 화두인 '공사비'다. 하지만 시범아파트는 다른 단지와 궤를 달리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워낙 상징성이 큰 '신통기획 1호' 사업지인 만큼, 건설사들이 브랜드 홍보 효과를 위해 수익성을 다소 양보하더라도 파격적인 금융 지원이나 특화 설계를 제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조합 관계자는 "시범은 단지 내 공원 등 풍부한 인프라와 압도적 단지 규모, 한강 조망권을 고려하면 향후 여의도 '대장주' 입지를 선점할 수 있는 사업지"라며 "건설사들도 단순 수익보다 상징성과 파급력을 더 크게 보고 접근하는 분위기라고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조합 측은 이번 달 중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을 마무리하고, 오는 6월경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낼 계획이다. 2027~2028년 이주(예상)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건설사들의 제안서에 담길 '분담금 최소화'와 '한강 조망 극대화' 방안이 승패를 가를 핵심 키가 될 전망이다.

여의나루역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시범아파트는 여의도 재건축 사업 전반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며 "이번 수주 결과가 여의도 전체의 도시 구조와 대한민국 부촌 지형도를 재편하는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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