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美 없는 나토’ 구상 속도…佛 이어 獨도 자강론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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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작전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 간 갈등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시사한 가운데, 유럽 국가들이 미국 없이 자력 방어에 나서는 비상계획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이 핵억지를 제공하고 지휘권을 행사하는 기존 나토 체제와 달리, 유럽이 지휘 등을 주도하는 이른바 '유럽판 나토'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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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판 나토 계획은 미국이 유럽에서 병력을 철수하거나, 방어를 거부할 경우에도 러시아에 대한 억지력을 유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지난해 처음 구상됐는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인 덴마크의 그린란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가속화됐다. 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발발 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 안정화를 위한 군사작전 동참 요구를 유럽이 거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는 이번 전쟁에서 미국을 지원하지 않은 유럽 동맹들을 비판하며 “나토는 종이호랑이”라고 조롱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월 재집권 직후부터 ‘유럽이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며 나토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축소하겠다는 뜻을 강조해 왔다.
‘유럽판 나토’ 구상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자강론에 그동안 회의적이던 독일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입장을 바꾼 게 결정적이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뒤 자국 영토에 미국 핵무기와 미군 기지를 유치하는 등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취임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하는 등 기존 미국 행정부들과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판단아래 유럽 자강론에 동조하고 있다.
WSJ은 “과거와 달리 유럽은 미국의 압박에 떠밀려서가 아니라 날로 커지는 트럼프의 적대감에 맞서 스스로 (안보 강화) 움직임을 주도하며 행동에 나섰다”며 “미국에 대한 유럽의 불안이 얼마나 깊은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은 미국이 지휘권을 내려놓을 경우, 방공·미사일 체계를 누가 지휘할 것인지 등 실질적 군사 논의에 착수했다. 최근 나토 주요 보직 중 유럽 출신이 늘고 있고, 향후 수개월 내 예정된 대규모 군사훈련의 상당수도 유럽 주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유럽의 구상이 나토의 기존 구조를 완전히 대체하려는 건 아니다. 핵억지력 등 미국 군사력에 대한 의존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다. 또 미국은 자국군 장성이 맡아 온 나토 최고 군사사령관 직위를 유럽에 넘길 의향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 특히 미국의 위성·감시·미사일경보 시스템을 단기간 내 대체할 수단이 유럽에 없다는 점도 한계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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