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2단계 법안 하반기 논의 관측···업계 "전략 수정 불가피"

김태영 기자 2026. 4. 1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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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공백 장기화···속도보다 방향 부재가 더 큰 리스크
스테이블코인·STO 올스톱···신사업 전략 전면 재조정
M&A·투자까지 연쇄 지연···가상자산 생태계 '관망 모드'
글로벌은 규제 정비 속도전···국내는 불확실성에 발목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중동 정세 불안과 정치 일정이 맞물리면서 가상자산 규제의 핵심 축인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이 장기 표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이달 중 국회 상임위 심사에 착수할 것으로 기대됐던 논의가 연기된 뒤 재개 기약조차 잡히지 않으면서 업계에서는 사실상 하반기 이후로 입법이 넘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규제 윤곽이 불투명해지자 기업들은 신규 사업과 투자, 인수합병(M&A) 전략 전반을 재검토하는 등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 사진=챗GPT

1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국회, 유관 부처가 참여하는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중동 사태 발발 이후 예정됐던 당정 협의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뒤 현재까지 회의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회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최종안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는 자리였던 만큼 논의 중단이 입법 지연으로 직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차원의 절차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이번 주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어 관련 법안을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며 특히 15일 개최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며 입법 재개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간사단 간 일정 협의가 마무리되지 못하고 안건 우선순위를 둘러싼 이견까지 겹치면서 소위 개최는 최종 불발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상반기 내 본격적인 심사 착수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치 일정 역시 변수다. 22대 국회 전반기 종료가 다음 달로 예정된 가운데, 6월 지방선거 이후 후반기 원 구성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상임위원회 재편과 지도부 교체 과정에서 법안 심사 일정이 다시 짜일 가능성이 커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는 자연스럽게 하반기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화당국 수장의 교체도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지명된 신현송 후보자는 그 동안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법안에 담길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와 발행·유통 기준이 보다 보수적으로 설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 후보자는 최근 서면 답변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근간이 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입법 지연의 여파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규제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적인 투자나 사업 확장을 자제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등 신사업은 검토 단계에서 속도를 늦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안 내용에 따라 사업 가능 여부 자체가 달라질 수 있어 선제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만큼 결국 주요 의사결정을 미루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거래소 간 인수·합병(M&A) 등 구조 개편도 영향을 받고 있다. 규제에 따라 지배구조와 대주주 요건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주요 사업자들은 딜 구조를 확정하지 못한 채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실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합병 일정을 3개월가량 연기했다. 법안에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이 포함될 경우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려던 기존 구조를 재검토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더해 업계에서는 '시간 지연'보다 '방향 부재'가 더 큰 리스크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스테이블코인과 거래소 규율 체계를 빠르게 구체화하는 가운데,국내는 규제의 큰 틀조차 확정되지 않으면서 글로벌 사업 확장 전략 수립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해외 법인을 통한 우회 진출이나 규제 친화 지역으로의 사업 재편까지 검토하는 등 중장기 전략 수정에 나서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또한 투자 시장 측면에서도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벤처캐피탈(VC)과 기관투자가들은 규제 환경이 명확해질 때까지 가상자산 관련 투자 집행을 보수적으로 가져가고 있으며, 이는 초기 프로젝트와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환경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입법 지연이 생태계 전반의 성장 모멘텀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입법 지연을 단순한 일정 문제보다는 전략 변수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규제의 방향성과 강도에 따라 사업 모델이 달라지기 때문에 지금은 공격적으로 나서기보다 전략을 유연하게 수정하는 단계"라며 "하반기 논의 재개 전까지는 관망 기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국은 이미 규제 체계를 정비하고 있는데 국내만 논의가 지연되면 경쟁력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며 "불확실성 해소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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