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휴머노이드는 왜 아직 거리로 나오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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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CES에서 인간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거 등장하자, 곧 이들이 거리를 누빌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거리의 질서를 결정하는 것이 기술만은 아니다.
사람처럼 걷고 사람과 마주치며 이동하는 휴머노이드는 외형과 행태에서 인간 보행자와 구별되기 어렵다.
어디까지를 인간과 유사한 존재로 인정할 것인지, 그리고 그 결과 발생하는 위험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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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CES에서 인간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거 등장하자, 곧 이들이 거리를 누빌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술의 진보 속도를 생각하면 그 기대는 과장이 아닐 것 같다. 그러나 거리의 질서를 결정하는 것이 기술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제도다. 그리고 휴머노이드는 아직 법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도로를 이동하는 주체를 사람(보행자)과 차마(자동차)로 구분했던 도로교통법은 최근 변화를 시작했다. 2023년 일정 요건을 갖춘 실외이동로봇을 보행자로 간주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이는 로봇을 제도 밖의 존재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정부와 국회의 신호다. 그러나 이 변화는 매우 제한적이다. 법이 상정한 '실외이동로봇'이란 배송 등을 위해 자율주행으로 운행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으로, 저속·저중량 이동체였고, 보행자에게 가하는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경우에 한정됐다.
휴머노이드는 이 틀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람처럼 걷고 사람과 마주치며 이동하는 휴머노이드는 외형과 행태에서 인간 보행자와 구별되기 어렵다. 그러나 법적으로 사람은 아니다. 문제는 단순한 분류 공백이 아니다. 휴머노이드는 도로교통법이 전제로 삼아온 보행자 개념 자체를 흔든다.
만약 휴머노이드를 인간과 같은 보행자로 인정한다면, 보도 통행만이 문제가 아니다. 비록 현재도 실외이동로봇 운용자의 책임보험 의무가 있긴 하나, 실제 사고 발생 시 형사 책임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와 인간 보행자 우선권이라는 개념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지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즉 일부 조항을 손보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보행자를 자기 신체를 통제하는 '인간'으로 상정해 온 도로교통법 체계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형사 책임, 손해배상, 보험, 제조물 책임, 운용자의 관리 책임이 동시에 재구성돼야 한다. 자율주행차도 비슷한 문제가 있지만, 차량은 궤적이 일정하다는 점에서 훨씬 간단하다.
국회가 이 문제 앞에서 신중해지는 것은 휴머노이드가 교통수단을 넘어, 법적 주체 개념의 경계를 시험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를 인간과 유사한 존재로 인정할 것인지, 그리고 그 결과 발생하는 위험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더욱이 휴머노이드는 보행자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간의 직관적 판단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오랜 경험을 통해 사람은 충돌 순간 본능적으로 상대를 '사람'으로 인식한다. 인간을 닮은 기계와의 사고는 책임 판단을 감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어렵게 만든다. 법은 이런 불확실성 앞에서 가장 보수적인 선택을 한다. 정리되기 전까지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상황을 '기술은 앞서가고 법은 뒤처졌다'라고 단순화하는 것은 핵심을 벗어나는 것이다. 법은 이미 일부 로봇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만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운 존재까지 동일한 범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뿐이다.
거리의 휴머노이드는 단순히 이동을 위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 중심으로 설계된 교통 질서, 더 나아가 법적 책임 구조의 한계를 드러내는 존재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허용부터 앞세운다면, 그 부담은 결국 인간 보행자와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된다.
CES의 휴머노이드는 미래를 보여주지만, 거리는 실험실이 아니다. 휴머노이드가 거리로 나오는 데 필요한 것은 이동 주체로서 휴머노이드를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입법이다. 분초를 다투지는 않지만 복잡한 문제인만큼, 빠른 행동이 필요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경영부원장 hcshin@ko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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