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신 ‘ESS’⋯ K-배터리 반등 ‘묘약’ 될까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급증…ESS 반등 카드로 부상
중국 저가 공세·시장 규모 한계 여전…실제 실적 개선세 지켜봐야

미국 전기차(EV) 보조금 중단과 수요 둔화(Chasm)로 1분기 국내 배터리 3사의 줄적자가 예고된 가운데, 하반기 반등 카드로 꼽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실제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207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실적 발표 전인 삼성SDI와 SK온 역시 시장 컨센서스는 각각 2700억원, 31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이다. 주력 시장인 북미 보조금에 전기차 캐즘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여기에 선제 확장한 생산 설비 등 고정비 부담까지 겹쳤다.
업계의 시선은 온통 단순 전력 저장장치를 넘어 AI 데이터센터의 안정 운영의 핵심 인프라인 ESS에 꽂혔다. 전기차 시장의 회복 탄력이 약해지자 AI 데이터센터발 전력망 투자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AI 확산으로 올해와 내년 전력 수요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글로벌 ESS 설치 규모가 전년 대비 45% 폭증하는 등 가파른 성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당연히 배터리 기업들도 잰걸음을 놓고 있다. LG엔솔은 1분기 적자 배경으로 ‘ESS 라인 전환 비용’을 꼽은 뒤, 하반기 북미 ESS 사업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다. 이미 올해 ESS 수주 목표를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90GWh)를 웃도는 수준으로 잡았고, 생산능력도 60GWh까지 넓힌다. 삼성SDI는 스타플러스에너지 미국 인디애나 공장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 하반기부터 LFP 배터리를 본격 양산한다. 연말까지 북미 생산능력을 30GWh 이상 확보키로 했다. SK온 역시 미국 내 ESS 전용 라인을 강화하고 충남 서산공장에도 생산라인을 새로 구축한다.
그렇다고해서 ESS를 해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시장 규모 면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오롯이 대체하기에는 한계성이 뚜렷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기차는 전 세계 배터리 배치량의 70% 이상을 차지한 반면, ESS 비중은 15%를 갓 넘는 수준이다. 게다가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도 부담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ESS 배터리 출하량 상위 1위부터 7위까지를 중국 기업들이 싹쓸이했고, 이들 합산 점유율은 83.3%에 달했다. 반면, 삼성SDI와 LG엔솔의 합산 점유율은 4% 안팎이다.
특히 미국 현지 생산을 늘려도 핵심 부품과 셀 공급망을 중국이 틀어쥐고 있어 원가 변동성 리스크도 크다. 결국, 업계 안팎에서는 K-배터리의 더 적극적인 북미시장 공략과 시장 다변화 전략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ESS 수요 확대는 긍정적인 신호로, 하반기 실적 반등 여부는 수주와 수익성 개선 흐름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북미 중심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