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야금야금 거래된다”…올림픽훼밀리타운, 6787가구 재건축 시계 돌았다
4494→6787가구 확대…‘올림픽 3형제’ 중 가장 빠른 사업 속도
“급등은 아니다”…관망 속 실수요 중심 ‘선별 거래’ 지속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안으로 들어서면, 시간의 결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직접 찾은 단지 사이로 널찍하게 벌어진 동간 거리, 세월을 머금은 나무들, 중앙광장을 축으로 펼쳐진 묵직한 단지의 골격은 1988년 서울올림픽의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오래된 대단지만이 줄 수 있는 여유와 질서가 여전히 살아 있다.
그런데 그 풍경 한편에는 또 다른 공기가 감돈다. 재건축 안내문이 붙고, 현수막이 걸리고, 중개업소 앞에는 매물을 보러 온 듯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1988년의 유산 위로 2026년의 기대가 겹쳐지는 순간이다.
올림픽훼밀리타운이 본격적으로 변신의 출발선에 섰다. 서울시는 최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이 단지의 정비계획을 수정가결했다. 이에 따라 기존 4494가구 규모의 노후 단지는 용적률 300% 이하, 최고 26층, 총 6787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재편될 전망이다.
시간 위에 올라선 재건축…'올림픽 유산'의 전환
이 변화는 시장에도 곧바로 반영되고 있다. 현장 중개업소들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9일 전용 158㎡는 저층임에도 32억원에 거래됐다. 주력 평형인 전용 136㎡도 지난 2월 30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30억원 선에 안착을 시도하는 흐름을 보였다.

다만 현장의 온도는 숫자만큼 뜨겁지는 않다.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열과도 다르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이슈는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며 “요즘은 확 오르거나 확 빠지는 시장이 아니라 매수자와 매도자가 서로 눈치를 보면서 거래가 '야금야금'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강남권 전체가 조정 국면을 겪으면서 가격이 예전보다 다소 눌린 건 맞지만, 재건축 기대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예전처럼 정비계획 통과만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시대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 단지를 둘러싼 기대는 분명하다. 현장에서는 “장기적으로 40억원 이상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돈다. 인근 대단지인 헬리오시티와 비교하며 재건축 완료 이후 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격은 선반영, 거래는 '야금야금'…달라진 시장 문법
올림픽훼밀리타운의 강점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역시 입지다. 가락시장역 3·8호선을 바로 이용할 수 있는 더블역세권이고, 문정역과 수서역 생활권도 가깝다. 문정법조단지와 가락시장, 수서역 복합환승 체계까지 닿아 있는 데다 향후 위례신사선, 탄천동로 지하화 같은 교통 호재도 거론된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가락시장역을 바로 쓰고 문정역도 생활권에 들어오니 사실상 복수 역세권"이라며 “수서역 SRT와 GTX-A 접근성까지 고려하면 서울 동남권에서 교통 경쟁력은 상당히 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예전 올림픽 유산의 상징성이 이제는 법조단지, 광역교통, 대형 유통 인프라와 결합해 전혀 다른 가치로 읽히고 있다는 얘기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 가운데 입지에 비해 현재 가격이 아주 과하다고 보긴 어렵다"며 “그래서 실수요자나 장기 투자 관점에서 '가성비가 괜찮은 재건축'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사업 주체인 추진위원회는 속도와 안정성을 함께 강조하고 있다. 추진위에 따르면 동의서 징구 개시 4일 만에 50%, 18일 만에 70%를 넘기며 대단지 재건축으로는 이례적으로 빠른 흐름을 보였다. 현재 동의율은 70% 중반대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진다.
속도보다 변수…분담금·일정 둘러싼 현실적 불안
하지만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모두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단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재건축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 앞에서 각자의 셈법과 불안이 더 또렷해진다. 돈 문제는 더 민감하다. 재건축은 결국 개인의 자금 부담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공사비 상승이나 일정 지연이 길어질수록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형 평형 보유자들의 불안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단지 안에서는 재건축이라는 공통 목표 아래서도 평형별, 자산 여력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합원은 “가락시장 현대화나 문정법조단지, 위례신사선 같은 호재를 감안하면 올림픽훼밀리타운의 입지는 사실상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며 “시장에서는 재건축 이후 60억원 이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정작 그 가치를 지금의 원주민들이 끝까지 누릴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84㎡ 같은 중소형 보유자 중에는 수억원대 분담금을 감당하기 버거운 가구들도 적지 않다"며 “결국 자금 여력이 부족한 주민이 현금 여력이 있는 사람에게 집을 넘기고 떠나는 식의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고 토로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분담금 추정치나 사업 일정은 아직 확정된 내용이라기보다 여러 가정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에 가깝다"며 “종전자산 감정평가와 비례율, 일반분양가, 공사비, 금융비용, 설계 변경, 인허가 절차 등에 따라 사업성 지표와 조합원 부담 규모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 2026년 조합 설립, 2030년 이주·철거, 2034년 준공 등의 일정을 예상하고 있지만, 이는 사업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에 가능한 일정"이라며 “실제 현장에서는 내부 의견 조율과 외부 변수에 따라 사업 기간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고 지적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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