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단절” 유럽 106만명 분노의 서명…레바논 폭격 후폭풍

이스라엘의 레바논 무차별 폭격에 분노한 유럽 나라들이 이스라엘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스라엘 시민단체는 이란에 무기를 제공했다며 스페인 총리를 ‘전쟁 범죄’ 혐의로 제소하는 등 양쪽 관계가 험악해진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14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 정세를 고려해 정부는 이스라엘과의 방위협정 자동 갱신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협정은 방위산업·연구, 군사 훈련, 정보기술(IT) 등 분야에서 두 나라의 협력을 규정한다. 2006년 비준 뒤 5년마다 갱신됐지만 올해 만료를 앞뒀다.
익명의 소식통은 전날 멜로니 총리가 안토니오 타야니 외무장관, 귀도 크로세토 국방장관,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와 함께 협력 중단을 결정했다고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우파 성향 멜로니 행정부가 집권 중인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이스라엘과 가장 가까운 나라로 꼽혔다. 그러나 레바논을 침공 중인 이스라엘군이 최근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 이탈리아군 차량 행렬에 발포하며 관계가 악화됐다. 이탈리아는 8일 이스라엘 대사를 소환해 항의한 데 이어, 타야니 장관이 13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과 회담했다. 그는 엑스(X)에 “레바논은 우리에게 소중한 형제 나라”라며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른 용납 못 할 공격 이후 이탈리아의 연대를 표명하기 위해” 베이루트를 찾았다고 썼다. 이스라엘이 지난 8일 레바논 전역을 폭격해 350명 이상이 숨진 사건을 규탄한 것이다.

다른 유럽 나라들도 이스라엘에 레바논 공습을 멈추라고 연일 압박한다. 프랑스·영국·스페인 등 유럽 16개 나라와 오스트레일리아 외무장관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모든 관련국이 긴장을 시급히 완화하고 휴전 기회를 붙잡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8일 대공습과 평화유지군 공격,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을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을 향해 레바논 영토를 존중하라고도 요구했다.
EU, 이스라엘과의 협정 폐기 공식 검토
유럽좌파동맹(ELA)은 지난 1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의 전례 없는 민간인 살상, 대규모 강제 이주, 의료시설 파괴에 책임이 있다”며 협정 전면 중단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청원한 바 있다. 이 청원엔 이날까지 106만명이 서명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수용 여부를 공식 검토하게 됐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시민 청원과 별개로 협정 폐기를 공개 요구한 상태다.

이에 이스라엘은 ‘강대강’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르몽드에 따르면, 우파 성향 이스라엘 비정부기구(NGO) 슈라트 하딘은 이날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산체스 총리를 “전쟁 범죄” 공모 혐의로 제소했다. 슈라트 하딘은 스페인이 2024년과 지난해 군용으로 쓸 수 있는 부품 총 130만유로어치의 이란 수출을 승인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 자재들은 단순한 산업용 제품이 아니라 폭발 장치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부품들이며, 민간인 공격에 쓰일 것이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넘겨졌다"고 했다. 스페인 총리가 이란 및 동맹들에 무기 부품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0일 스페인이 이스라엘에 “적대적”이라고 비난하며, 가자 전쟁 휴전 감시기구에서 스페인을 빼겠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등 돌린 유럽 국가들이 자기들 안보에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이탈리아와의 방위협정에 “실질적인 내용이 담긴 적이 한번도 없다”며 “(안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규탄을 주도하는 프랑스를 향해선, 예히엘 레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가 “프랑스가 (레바논과의) 협상에 개입하는 걸 결코 원하지 않는다”며 “프랑스는 필요 없다. 특히 레바논에선 프랑스가 긍정적인 영향을 전혀 끼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레바논 정부와 회담이 열리기 직전까지 레바논을 계속 폭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텔레그램에 성명을 내어, 13일 레바논 남부 아드쉬트에서 “무기 창고, 발사대, 지휘센터” 등 “헤즈볼라 소속 테러 인프라”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레바논 민간인 주거지에 숨어들어 있다며, 지난달 2일부터 군용·민간 시설을 가리지 않고 폭격하고 있다.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이 최근 레바논 남부 나쿠라의 어업용 항구 기반시설과 선박들을 파괴한 점을 들어, 이날 국제해사기구(IMO)에 이스라엘을 제소했다. 파예즈 라사므니 레바논 교통부 장관은 “이번 공격은 국제법과 국제 협정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이다. 특히 민간 해양 시설의 보호와 항행 자유 및 안전을 보장하는 규범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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