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선장’이 항해 나선다…HD현대, 자율운항 시대 선도

전효재 기자 2026. 4. 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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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픽’ 아비커스, 자율운항 기술 두각
최적 항로·속도 설정…연료비·탄소 배출↓
글로벌 1위 조선사 뒷받침…데이터 ‘유리’
HD현대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컨트롤(HiNAS Control)이 적용된 컨테이너 운반선. [사진=HD현대]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HD현대가 'AI 선장' 시대를 연다. 정기선 회장이 미래 핵심 기술로 낙점한 '자율운항'이 자회사 아비커스를 통해 두각을 드러내면서다. 아비커스는 최근 HMM 선박 40여 척을 포함한 누적 500여 척에 자율운항 솔루션 수주 실적을 올렸고, 국제 표준을 주도하며 자율운항 경쟁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5일 HD현대에 따르면 선박 자율운항 전문 자회사 아비커스가 자율운항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르웨이선급(DNV)으로부터 자율운항 시스템 '하이나스 컨트롤(HiNAS Control)'에 대한 형식승인(Type Approval)을 획득하며 성과를 보였다.

하이나스 컨트롤은 인지-판단-제어 기능을 통합한 자율운행 시스템이다. 주변 선박과 장애물을 스스로 인식하고 운항 상황을 판단해 충돌을 회피할 수 있도록 제어한다. 이번에 형식승인을 받은 건 다양한 선박에 적용할 수 있는 '양산형 자율운항 시스템'이다. HD현대 관계자는 "기존에는 선박의 크기별로 검증을 받아야 했지만, 별도의 추가 검증 없이 설치가 가능해졌다"며 "절차적 제약에서 자유로워지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HD현대는 이번 사례가 자율운항 검증·평가의 주요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전망한다. 자율운항 국제표준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시점에서 승인·검증 체계를 통과한 만큼 향후 세부 기술 기준 수립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율운항 선박은 사람의 조작 등 외부의 개입 없이 스스로 판단해 운항하는 선박이다. 선원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했던 전통적인 운항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려 인적 오류를 최소화하고 안전성과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술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추구하는 기술이라면, 자율운항은 산업적 요구와 맞닿아 있다. 최적의 항로와 속도를 설정해 연료 사용량과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선원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기대를 모은다. 충돌 가능성을 미리 인지·회피해 안전한 운항 경로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해양사고의 주요 원인은 '인적과실'로 전체의 84%에 달한다. 
HD현대 정기선 회장. [사진=HD현대]

정기선 회장은 일찌감치 자율운항 선박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그룹 차원의 신사업으로 육성했다. 사내 벤처로 시작한 아비커스는 당시 경영지원실장이었던 정 회장의 주도로 2021년 HD현대 자회사로 독립 출범했다. 이후 정 회장은 매년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아비커스에 출자하며 기술 개발을 전폭적으로 밀어줬다. 

아비커스는 2021년 국내 최초로 12인승 크루즈 선박의 완전 자율운항에 성공하고, 2022년 6월에는 세계 최초로 대형 상선(LNG운반선)을 이용해 대양 횡단 자율운항에 성공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2024년에는 한국선급으로부터 기본인증(AiP)을 받으며 자율운항의 연료·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입증했고, 올해 3월에는 국내 해운사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에는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아비커스의 항해 보조 시스템을 탑재한 선박이 GPS 교란 신호를 탐지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자율운항 선박은 보안과 신뢰성이 중요한 만큼 경쟁력을 입증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비커스의 기술 수준은 현재 국제 해운산업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 최대치까지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 자율주행에 관한 국제 규정을 총 1~4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1단계는 선원 의사결정 보조, 2단계는 선원 승선 하의 원격제어, 3단계는 선원이 탑승하지 않은 원격제어, 4단계는 완전 무인 자율운항이다. 

IMO는 현재 2단계까지 국제 인증을 마련했고, 선원이 없는 3~4단계 자율운항 기술은 인증을 정립하기 위한 논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 부분보다 법적·제도적 제약이 많은 상황"이라면서 "현시점에 3~4단계 자율운항 기술을 완성하더라도 제도적 발전이 선행돼야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비커스의 경쟁력은 글로벌 1위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의 데이터다. 자동차의 자율주행은 도로와 신호 등이 정형화돼 있지만, 바다는 말 그대로 망망대해다. 자율운항 선박은 자체 위치와 다른 선박의 위치, 항로 정보, 날씨·파고 등을 분석해 최적의 항로를 설정한다. 특히 대형 선박은 방향을 빠르게 바꾸지 못하는 만큼 멀리서부터 예상해 움직여야 하고, 장애물도 정형화되지 않아 데이터 수집·분석 역량이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가) 가장 많은 선박을 만드는 만큼 풍부한 관제 데이터를 보유했고, 그런 부분이 세계 최초 자율운항 상용화의 바탕이 됐을 것"이라며 "향후 기술 고도화 경쟁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아비커스의 성과는 전략적 의미가 크다. 자율운항 기술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일 뿐 아니라, 선박 수주에서도 자율운항 기술이 경쟁력으로 활용될 수 있다. 자율주행이 탑재된 차량이 자동차 시장에서 선호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자율운항 선박은 최적 항로와 속도를 설정해 연료 사용량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며 "연료를 많이 소모하는 대형 상선의 비용 절감 효과가 크고, 탄소 규제에 대응할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