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지을 땅이 투기용?”…‘비업무용 토지’ 과세에 중견건설사 ‘직격탄’ 우려

정부의 ‘비업무용 토지’ 과세 강화 기조가 주택 공급의 허리인 중견 건설업계를 정조준하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위기론이 팽배하다. 주택 사업의 필수 원재료인 택지를 타 산업군의 투기성 유휴 토지와 동일하게 바라볼 수 없을 뿐더러, 나아가서는 공급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대대적인 보유 부담 강화를 지시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기업이 보유한 유휴 용지 매각을 유도해 현행 주택 공급 기조에 활용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접근이 중견 건설사의 사업 구조와 엇박자를 낸다는 점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비중이 높은 대형 건설사와 달리, 직접 땅을 사서 집을 짓는 ‘자체 분양 사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중견사들에게 택지는 단순한 부동산이 아닌 핵심 재고 자산이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주택건설사업자가 주택 건설을 위해 취득한 토지는 5년 이내에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야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혜택을 받는다. 기한을 넘겨 비업무용으로 전환될 경우 종부세율이 최고 3%까지 치솟는다.
이에 재정경제부는 지난 1월 16일 발표한 ‘2025년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건설업계의 숨통을 틔워준 바 있다. 주택건설사업자가 토지 취득 후 5년 이내에 사업계획 승인을 받지 못하더라도, 지자체의 인허가 지연 등 예측할 수 없었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경우 감면된 종부세를 추징하지 않기로 예외 사유를 신설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번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세 대대적 강화’ 지시로 인해, 모처럼 마련된 예외 조항마저 무력화되고 일률적인 조세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현장을 덮치고 있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 A씨는 “건설업은 분양 계획 수립 전 토지를 선매입하고 인허가, 사업성 검토를 거쳐야 하는 구조”라며 “지자체의 인허가 지연이나 경기 침체 등 기업 통제 밖의 요인으로 사업 착수가 늦어지는 정상적인 사업 준비 자산까지 비업무용으로 묶어 일률적인 세금을 매기는 것은 지나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역시 건설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규제의 맹점을 지적한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센터장은 “대부분의 건설사는 분양이나 공사를 추진하기 위해 토지를 보유하고 있어 성격이 다르다”며 “당장 분양 시장이 좋지 않아 토지를 들고 있는 사업 목적 유보에 대한 불가항력적인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보연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사가 보유한 토지는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가 아니라 주택 공급을 위한 재고의 성격이 강하다”며 “인허가 절차를 밟으며 진도를 나가고 있다면 조금 늦어지더라도 단순 투기용 방치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의 과세 강화 방침에 자체 택지 확보 비중이 높은 주요 중견 건설사들은 직격탄을 맞을 위기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호반건설의 소유 필지 금액은 9940억8247만원이며 대방건설 5503억3053만원, 우미건설 2585억1930만원, 제일건설 532억8430만원에 달한다.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중과세 접근 자체가 조세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비판도 제기된다.
원종훈 법무법인 가온 대표세무사는 “자산의 사용 용도에 따라 차별적으로 조세를 부과하는 응익과세적 성격의 보유세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특정 용도를 강제하기 위한 징벌적 중과세는 시장 가격을 왜곡할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또한 “조세를 처벌 수단으로 삼는 방식은 기업의 고도화된 조세 회피 행동을 유발해 오히려 경제적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호 기자 okcomputer@viva100.com